'호주 핵잠 파동' 불 끄려 프랑스어로 인터뷰한 블링컨

이유정 2021. 10. 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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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장관협의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프랑스 매체와 대담을 하고 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모든 인터뷰를 불어로 소화했다. [FRANCE 2 TV 유튜브 캡처]

미국과 호주ㆍ영국의 신안보체제 ‘오커스(AUKUS)’ 출범 과정에서 외교 갈등이 빚어진 프랑스를 진정시키기 위해 미 고위급 인사들이 파리로 총출동하는 모양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장관 협의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한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변화 특사가 핵잠 파동으로 ‘뿔난 프랑스’를 잠재우기 위한 외교 활동도 병행하면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조만간 파리를 방문할 예정이다.

4일부터 2박 3일 간의 일정으로 파리를 방문하고 있는블링컨 장관은 이틀 간의 공식 일정에서 상당 부분을 프랑스 관계자들을 접촉하는 데 할애했다. 5일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예방한 데 이어 장 이브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도 면담했다.

프랑스 매체 프랑스24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블링컨 장관 면담은 사전에 없던 일정이었다. 블링컨 장관이 에마뉘엘 본느 프랑스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기 위해 엘리제궁에 방문했다가, 마크롱 대통령을 40분 간 면담하게 됐다고 한다. CNN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깜짝 예방이 이뤄진 것을 미측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이어 프랑스2 TV의 ‘8시뉴스’에 출연해 “앞서 양국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이야기했듯 이번 일은 소통 측면에서 더 잘 할 수 있었다”며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음을 언급했다. “가끔 우리는 프랑스와 미국처럼 중요하고 깊은 관계를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이날 7분이 넘는 대담을 불어로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인터뷰를 맡은 안 소피 라픽스 앵커가 “불어를 하네요. 당신은 친(親)프랑스파(Francophile)”라고 되짚을 정도였다. 블링컨은 10대 시절을 프랑스에서 보내 불어에 능통하다고 한다. 유화적인 태도를 강조하기 위해 영어 대신 일부러 불어로만 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6월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에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프랑스는 인도 태평양 지역이든 아프리카 사헬 지역이든 이미 매우 중요한 파트너십이며, 이는 더 깊어질 것”이라며 “유럽·대서양의 안보에 있어 유럽의 역량과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를 재정비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CNN에 “블링컨 장관은 두 정상이 만나기 전에 공동의 이해관계가 어떤 것이 있고,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관한 실질적인 방안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달 15일 오커스 출범으로 호주에 핵잠수함(원자력 추진) 기술이전을 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2016년도에 호주와 맺은 잠수함 기술이전 계약이 일방적으로 파기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워싱턴 주재 프랑스 대사와 호주 대사를 본국으로 송환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미국과 프랑스의 외교 관계에서 대사 소환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한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고, 두 정상은 이달 말 유럽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약속했다.

이와 관련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변화 특사도 프랑스 뉴스 전문 채널 BFM TV에 출연해 “이 일은 (미국의)배신이 아니라 소통 부족”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케리 특사는 지난달 말부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 사전 준비 겸 OECD 장관회의 참석차 스위스와 이탈리아, 프랑스를 순차적으로 순방 중이다.

케리 특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폭풍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 했다는 점도 털어놨다. 프랑스 대사가 본국으로 돌아가고 난후 자신에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다면서다. 그는 “대통령은 말 그대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 사건은 과거의 작은 일에 불과하며 미국과 프랑스가 훨씬 더 중요한 미래로 나아가길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호주와 영국과의 신안보협력체제 '오커스(AUKU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협력으로 미국은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이전을 하기로 했고, 호주는 기존에 프랑스와 맺고 있던 잠수함 기술이전 계약을 파기했다. [UPI=연합뉴스]


AP통신은 5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조만간 파리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본느 보좌관을 만나 “양자, 지역적 이해관계에 관한 협의”를 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조율 성격으로 해석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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