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대신 등록한 체육관이 인생을 바꿨어요"

김종수 2021. 10. 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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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⑫] 맥스 FC 여성부 페더급 챔피언 이승아

[김종수 기자]

전 세계에 몰아닥치고 있는 코로나 19는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스포츠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올스톱이다. 메이저 대회나 인기 프로 단체 종목들 정도만이 무관중 혹은 부분 입장 등을 통해 근근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을 뿐 대부분 분야에서 정상적인 시스템은 멈춰있는 상태다.

국내 최대 입식 격투단체 맥스 FC 역시 그러한 흐름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입식 운동 참여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맥스 FC는 그러한 취지에 걸맞게 매년 전국 각지에서 대회를 열며 새로운 인재발굴, 기대주 성장 등에 기여해 왔다. 아쉽게도 코로나 시국으로 현재는 잠정 휴업 상태다. 대회 개최도 어렵거니와 선수들 또한 운동 환경에 제한이 걸려 이래저래 쉽지 않은 상태다.

그러다 보니 맥스 FC 팬들의 아쉬움도 깊어지고 있다. 여성부 페더급(–56kg) 챔피언 '킥핏승박' 이승아(41·대전 제왕회관 둔산지부) 역시 팬들이 근황을 궁금해 하는 선수 중 한명이다.

유달리 테크니션이 많은 여성부 –56kg급에서 전 챔피언 문수빈에 이어 장신 타격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그녀는 적지 않은 나이, 엄마 파이터로도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언제 치러질지 모르는 방어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준비중인 이승아 선수를 파워인터뷰가 만나 보았다. 인터뷰는 6일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진행되었다.
 
 이승아는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즐긴다.
ⓒ 이승아님 제공
 
성장하는 불혹의 엄마 챔피언
 

- 안녕하세요. 맥스 FC 여성부 스타 중 한명인 이승아 선수를 인터뷰하게 되어서 무척 반갑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방어전이 연기되었다고 들었어요. 다른 파이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답답하실 것 같아요.
"네 조금은 답답합니다. 하지만 이건 비단 저만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대회 주최측은 물론 같은 입장에 놓인 다른 선수들까지 다들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이 클 것 같습니다. 다른 종목, 분야 분들도 마찬가지겠고요. 시합이 있든 없든 제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코로나 이전과 같은 흐름을 유지하며 긴장감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족쇄가 풀리고 모두가 마음껏 활보할 수 있는 건강한 일상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 아무래도 격투기는 개인 스포츠이다 보니, 신체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단체 스포츠처럼 팀워크로 메우거나 그런 것이 불가능하죠. 파이터로서 적지 않은 1980년생이신데,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있습니다. 비결이 무엇일까요?
"전적이 쌓여가면서 차분함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체력적으로 밀리지 않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제 한계를 꾸준히 넘어왔고 그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자신감이 쌓였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감은 여유 있는 페이스 유지와 완급 조절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같고요. 공격을 먼저 시작하는 스타일이라는 점도 장점같아요.

사실 타격 쪽에서는 먼저 움직이면 손해라는 말도 있어요. 기술적으로 상향 평준화되다 보니 아주 작은 빈틈 하나만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노출할 수 있으니까요. 이른바 카운터라는 것도 상대가 먼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받아치는 성격이 강하잖아요.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먼저 움직여 상대의 움직임을 유도해 놓고 역카운터를 치는 전략도 있고요. 아님 정신없이 몰아쳐서 흐름 자체를 자신 쪽에 유리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하죠. 전 후자입니다. 적극적으로 선제공격을 가해 상대의 페이스를 깨트려버리는 쪽이죠."

- 본인의 타격 베이스는 무엇인지요? 더불어 언제 어떤 계기로 입식 격투 세계에 뛰어들게 된 것인지 말씀해주세요.
"타격 베이스는 무에타이입니다. 6년 전 동네에 킥핏클럽이 생겨서 저희 신랑 운동하라고 등록을 해놨는데 사정이 생겨 못가게 됐고 오픈 행사로 등록한거라 환불이 어려워 제가 대신 3개월만 다니기로 했었습니다. 클럽은 유산소 프로그램으로 무에타이 베이스의 미트웍과 샌드백 운동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어느 날 샌드백에 원투를 치던 저에게 관장님께서 "무에타이는 실전 무술이다. 시합에 나가보지 않겠나?"고 물어보셨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작은 목표를 하나씩 성취해가며 업그레이드 하는 것을 좋아했던 제게 시합 출전은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죠. 그렇게 승·패를 반복하던 저는 매 시합 후 갖게 되는 '해결해야 할 숙제들' 때문에 더 강하게 훈련했고 그것을 적용해보기 위해 다음 시합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 순간 충실하게 임한 시간들이 저를 챔피언의 자리로 이끌어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부터 챔피언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전보다 몇 배로 커진 트로피를 보게 된 어느 시합 날, 처음으로 '저 트로피를 갖고 싶다'라고 생각했고 그날부터 큰 트로피와 메달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웃음)"
 
 운동시작후 약 4년여 동안에 받은 트로피들
ⓒ 이승아님 제공
 
- 닉네임 '킥핏승박'의 뜻이 궁금합니다.
"우선 <옹박>은 유명한 태국 무에타이 영화인데요. 제가 무에타이를 시작한 것을 알게 된 동생이 옹박 포스터에 제 얼굴을 붙여서 승박이라고 수정한 포토샵 파일을 보내줬었어요. 그렇게 승박이 되었고요. 거기에 더해 무에타이 선수들은 자기 이름 뒤에 체육관 이름을 붙여서 시합용 닉네임을 만드는 전통이 있습니다. 관장님께서는 승박킥핏 보다는 킥핏승박이 자연스럽다고 하시며 제 닉네임을 완성시켜 주셨습니다."

- 큰 신장을 활용해 원거리 공격을 즐기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싸우시는게 편하시죠? 더불어 본인의 주특기 기술로는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사실 딱히 원거리 공격을 즐기는건 아니에요. 저도 근거리에서 난타전도 벌이고 화끈하게 싸우고 싶은데, 워낙 몸에 베인 습관이라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20대 때 검도를 5년 정도 했고 태권도도 2년 정도 열정적으로 했었거든요. 아무래도 두 종목 모두 거리싸움이 기본인 스포츠잖아요. 제 거리에서만 포인트를 잡고 맞지 않으려는 게 체화되다 보니 시간이 한 참 흘렀음에도 링 위에 올라가 상대와 마주하면 거리를 주지 않으려는 모습이 본능적으로 나오네요. 생각해보니 매번 시합 끝나면 제일 아쉬워하던 점이 딱 그 부분입니다. 매 경기에 임할 때마다 화끈하게 난타전 벌이는 상상을 하다가도 막상 링에 올라서면 거리를 안 주게 되더라고요(웃음)."

- 파이터 이승아로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경기와 아쉬웠던 경기 하나씩만 말씀해주세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경기는 일본에서 쿠마가이 마리나(31·일본) 선수와 가졌던 경기입니다. 시작하자마자 킥을 잡히고 안면 가격을 몇 차례 당했는데요. 그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할 만큼 파워가 엄청난 선수였습니다 물론 저보다 키도 크고 몸도 다부졌었죠. 지금까지 경기 중 가장 화끈하게 때리고 맞아가며 했던 재미있는 경기였습니다. 2라운드 끝 무렵 하이킥으로 KO승을 거뒀고 상대 선수가 실신을 했는데 금세 일어나지 못해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아쉬웠던 경기는 맥스 FC 18에서 타이틀매치를 가졌던 아사히 하루카(36·일본) 선수와의 시합입니다. 2라운드 지나면서 하루카 선수의 체력이 고갈되고 있는 게 느껴졌고 나름 몰아 붙였는데 확실히 제압하지 못하고 자꾸 엉겨붙게 되면서 찝찝하게 마무리 됐습니다. 시합 이후에도 상대팀에서 리벤지 매치를 원했고 저도 응했지만 아직 시합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아사히 하루카(사진 오른쪽)와의 일전에서 승리한 직후. 이승아는 언제가 되었든 2차전을 꼭 원하고 있다.
ⓒ 맥스 FC 제공
 

- 타이틀을 반납하고 떠난 전 챔피언 문수빈 선수가 페더급 내에서 워낙 강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이승아 선수처럼 장신에 원거리, 근거리 모두 강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파이팅스타일도 비슷한 부분이 많고요. 만약 맞대결이 펼쳐진다면 자신 있으시죠?
"그럼요. 물론 상대 선수도 좋은 피지컬과 집념을 가진 선수입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에 파워와 경험에서 체득한 센스로 게임을 제 스타일로 풀어나갈 수 있을거라 자신합니다."

아내와 엄마의 이름으로
 

- 엄마 파이터로도 유명합니다. 가족소개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희 가족을 소개하자면 사랑스런 10살 수다쟁이 아들과 미국 주립대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멋진, 남편 그리고 저까지 이렇게 세 식구입니다."

-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난리인데 현재 거주하신 미국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저는 'ocean state'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휴양지, 로드아일랜드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매우 안전한 편이며 마켓이나 몰 등 공공장소를 제외한 야외에서는 모두 마스크를 벗고 다니네요. 백신을 모두 맞아서 체육관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게 가장 반가운 일이에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코로나가 진행 중이니 각별히 조심해야 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아내, 엄마, 파이터 등 많은 역할을 하고 계신데요. 아무래도 다 색깔이 다른 만큼 그때 그때 변화가 필요할 듯 싶어요.
"네. 사실 평소에는 어떤 역할을 하든 전반적으로 비슷한 모습인 것 같아요. 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 올라갈 때만 제 눈빛과 마인드도 달라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스포츠더라도 서로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선수든 그 순간만큼은 인성보다는 본성에 충실한 또 다른 존재로 잠시 변신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그래요."
 
 현재 이승아와 가족이 거주중인 로드아일랜드는 평온한 분위기라고 한다.
ⓒ 이승아님 제공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인간 이승아가 바라는 목표와 미래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지금까지 저의 행복을 중심으로 살아왔다면 남은 인생은 타인의 행복을 도우며 함께 성장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저는 네 살 때 부터 운동을 접해왔고 운동을 통해 자존감이 자라왔다고 생각해도 될 만큼 제 인생에서 운동이 빠지고는 저를 설명할 수 없거든요. 체육관을 만들어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팬들께 인사드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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