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칠드 가문이 만든 가성비 보르도 와인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이다. 이런 때는 햇오곡으로 만든 한식과 곁들이기 좋은 레드 와인 ‘레 레정드 R 포이약(Les Legendes R Pauillac)’을 추천한다. 와인 애호가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보르도의 전통 와인이다.
레 레정드 R 포이약 와인을 생산하는 도멘 바롱 드 로칠드 라피트(Domaines Barons de Rothschild Lafite)는 기원전 97년 로마 시대부터 와인을 양조한 유구한 역사가 숨 쉬는 와이너리다. 본격적인 역사는 1670년 프랑스 세귀르(Segur) 가문이 포도원을 조성하며 시작됐다. 1868년 제임스 로칠드(James de Rothschild) 남작이 인수해 6대에 걸쳐 보르도 명품 와인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를 생산했다. 이는 18세기 루이 15세가 즐겨 마시면서 ‘왕의 와인(The King's Wine)’ ‘젊음의 와인’으로 불리며 베르사유 궁전의 공식 와인이 됐다. 와이너리는 이외에도 보르도 내에 포이약 그랑 크뤼 4등급 ‘샤토 뒤아르 밀롱 포이약(Ch. Duhart-Milon Pauillac)’, 소테른 그랑 크뤼 1등급 ‘샤토 리외섹(Ch. Rieussec Sauternes)’, 포므롤 ‘샤토 레방질(Ch. L'Evangile Pomerol)’ 등 총 6개 샤토(와이너리)를 보유하고 있다.
레 레정드 R 포이약은 1995년 처음 출시됐다. 보르도 지역별 테루아에 따라 포도나무의 고유한 개성이 다르다는 것에 영감을 받아 새로 만든 와인 브랜드다.
와이너리는 1999년 바롱 에릭 드 로칠드가 매입한 후 라피트 가문의 축적된 노하우와 전폭적인 투자와 열정을 통해 새롭게 거듭났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 가능한 와인 산업을 지향하는 라피트의 경영 철학에 따라 유기농으로 전환했다. 2018년부터는 프랑스 유기농법 인증 중 하나인 AB(Agriculture Biologique)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레 레정드 와인은 보르도에서 유명한 양조학자인 디아네 플라만드(Diane Flamand)가 양조를 책임지고 있다. 도멘 바롱 드 로칠드 라피트는 보르도의 지역별 포도밭 재배자들과 장기 계약한 포도와 자사 소유 포도밭에서 생산한 포도만으로 양조한다. 그러나 레 레정드 포이약 와인은 수령이 어린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랑 빈(Grand Vin·포도밭에서 난 제일 좋은 포도로 만든 와인) 대비 집중력이 떨어지고, 장기 숙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레 레정드 R 포이약 2017을 시음했다. 2017년 빈티지는 늦은 서리의 피해는 있었지만, 9월에 날씨가 좋아 큰 문제가 없었다. 1991년 이래 가장 적은 양의 포도를 수확했고, 카베르네 소비뇽 65%, 메를로 35%로 블렌딩했다. 와인의 60%는 프랑스산 뉴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했다. 외관은 검은색이 약간 감도는 진한 루비색이다. 미려한 타닌과 섬세한 향신료가 인상적이었다. 아로마는 붉은 자두, 버섯, 미네랄, 토스트, 언더우드, 향신료, 연필심의 향이 섬세하다. 산도가 좋은 완벽한 중간 보디의 구조감, 풍부한 풍미의 여운이 매력적이다. 쇠고기 숯불갈비구이, 불고기, 양고기 구이, 파스타, 피자, 탕수육 등과 잘 어울린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8호 (2021.10.06~2021.10.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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