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가속 | 팬데믹 이후 세상을 지배할 3가지 패러다임

류지민 2021. 10. 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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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갤러웨이 지음/ 박선령 옮김/ 리더스북/ 1만7000원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코로나19는 채 2년도 되지 않아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개인과 기업, 시장과 사회 등 모든 분야의 추세(TREND LINE)를 10년씩 앞당기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런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피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거대한 가속’이다.

세계 최고 비즈니스스쿨 교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저자는 ‘비즈니스 판도, 교육 시장, 정부의 역할’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미래를 지배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득력 있게 분석한다. 그는 팬데믹이 초래한 가장 결정적인 영향으로 ‘속도’에 주목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일부 트렌드의 방향을 바꾸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역학 관계를 놀라울 만큼 빠르게 바꾸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인과 사회, 비즈니스의 모든 추세가 10년 이상 앞당겨졌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IT 공룡 ‘빅4’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신생 기업들의 펀치를 더욱 날렵하게 만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승자의 독식과 패자의 도태는 더욱 무자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저자는 지나칠 만큼 빠르고 가혹하게 전략 스펙트럼을 바꾸는 ‘과잉 수정’, 가치와 프라이버시가 교환되는 세상에서 ‘개인정보의 프리미엄화’, 손쉽게 비용 구조를 바꾸는 ‘자본의 경량화’가 가능한 기업은 어떤 업종이든 갑작스러운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등교육 분야도 지각변동을 맞았다. 강제적으로 온라인 강의와 원격 교육이 도입된 덕분에 지리적·물리적 제약이 사라졌다. 이렇게 되자 대학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등록금 값어치를 못하는 10~30% 대학이 사라지며, 살아남은 학교는 벤처캐피털이나 빅테크 기업과 손잡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커리큘럼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소수의 학생만 누렸던 명문대의 특권적 가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는 지금껏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되던 공공 시스템에도 근본적인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 선진국으로 여겨지던 많은 국가가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을 지켜내지 못해 큰 충격을 줬다. 저자는 팬데믹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적 혼란을 조망하며, 혁신과 발전이라는 자본주의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과 정부가 효율적으로 연대할 것을 제안한다.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구제, 중산층의 몰락과 커져가는 불평등이 뜨거운 화두가 돼가고 있는 한국에서도 귀담아들을 만한 조언이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8호 (2021.10.06~2021.10.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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