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사이다 비니거, 이렇게 만들 수 있어요

김정아 2021. 10. 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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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살아있는 식초의 풍미를 느끼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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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기자]

얼마 전, 농장에서 얻어온 사과로 만들기 시작한 식초. 이제 거르고, 2차 발효에 들어갔다. 매년 식초를 만들다 보니 어딘가 선물할 일이 있을 때에 참으로 유용하다.

작년에도 고마웠던 지인들과 친구들, 가족들에게 보냈는데 크리스마스 때 보낸 것에 대해 며칠 전까지도 그 인사를 또 들었을 만큼 인기가 좋았다. 너무 맛있어서 물에 타서 음료수처럼 마신다는 지인도 있고,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 때 사용하면 정말 풍미가 좋다고 문자를 준 친구도 있다. 공장에서 나오는 식초와 달리 향이 정말 풍부하기 때문이다.

애플 사이다 비니거는 이제 한국에서도 꽤 알려져 있고, 특히나 다이어트 식품으로 유명하다. 물에 타서 매일 먹으면 뱃살이 빠진다고도 하고, 피부가 매끈해졌다는 사람도 있다. 희석해서 피부에 바르기도 한다. 나는 넉넉히 만들어놓고 일반 식초처럼 늘 사용한다. 

이름도 거창한 이 식초는 의외로 만들기가 어렵지 않다. 나는 사과가 넉넉해서 사과 이외에 다른 것을 전혀 넣지 않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적은 양의 사과에 설탕물을 부어서 만들어도 된다. 심지어 사과를 먹고 남은 껍질과 씨방 부분을 냉동실에 모아뒀다가 사용해도 맛있는 식초를 만들 수 있다. 사과뿐만 아니라 포도나 감 등, 여러 가지 과일도 가능하다. 기본 이론을 알면 실패할 일이 없는 것이 식초 만들기이다. 
 
▲ 사과식초 만들기 사과즙을 1차 발효 시킨 후(왼쪽) 걸러서, 2차 발효 중(오른쪽) 뽀얗게 초막이 앉았다
ⓒ 김정아
 
발효는 이스트를 통해서 일어나는데, 이 이스트는 공기 중에도 있고, 과일에도 붙어있는 유익한 균이다. 그래서 과즙을 내면, 이스트는 그 안의 당분을 소모하면서 알코올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1차 발효이며, 와인이나 애플 사이다 같은 과실주를 만들어낸다.

과일 건더기는 액체 안에 잠겨 있어야 곰팡이가 잠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발효 과정 중 떠오르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 정도 저어준다. 움직이면 곰팡이 균이 증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결국 균들의 싸움이다. 좋은 균이 이기느냐, 나쁜 균이 이기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좌우된다.

왕성했던 알코올 발효가 진정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건더기를 짜내고 2차 발효를 시작하는데, 사과술인 애플 사이다를 만들 때에는 이때 재빨리 공기를 차단하여야 하지만, 식초로 진행되게 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산소가 꼭 필요하다. 와인을 빚다가 망쳐서, 창고로 식초가 가득하다는 말은 아주 흔한 이야기다. 과일 건더기를 건져내고 2차로 초산발효를 시작해야 한다. 
 
▲ 식초만들기 2차발효 중 초막을 건드렸더니 접히면서 가라앉는다(왼쪽) 통풍되도록 천을 씌워서 2차 발효중(오른쪽)
ⓒ 김정아
 
이 단계에서 위에 초막(醋膜)이 생기면서 발효 과정이 계속 이어진다. 초막은 영어로 'mother of vinegar'라고 하기 때문에, 한국어로 번역될 때 초모(醋母)라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애플 사이다 비니거를 사과 초모 식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초막은 알코올 발효 중 생성되는 섬유소와 초산균 혼합 물질이며, 공기 중의 산소를 매개로 하여 알코올을 초산으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제대로 발효되는 과정에 생기는 것이고, 사실 유명 메이커 애플 사이다 비니거를 사 먹어도 안에 이 초막이 깨져서 떠다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이상한 것이 떠다닌다고 해서 상한 것인가 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람에 따라서 발효 과정 중, 이 초막을 깨 주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 주장이 다양하지만, 자꾸 놀라게 하는 것보다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깨진다고 해서 나쁘지도 않으니 깨졌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초막은 계속 변화한다. 날파리를 막기 위해서 뚜껑을 덮어야겠지만, 초산(acetic acid)이 알코올을 이용해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꼭 필요하니, 통풍이 잘 되는 천으로 덮어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서 식초가 완성되는 과정은 보통, 1차 발효 후 걸러줄 때까지 1~4주 정도, 그리고 다시 거른 것을 초산 발효시키는 것이 4주 정도 걸려서 총 8주 정도 소요된다. 물론 사과의 당도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가끔 맛을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취향에 맞는 신 맛이 나는 순간에 멈춰주면 된다. 
 
 산도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쉽게 측정할 수 있다. 식초는 pH 2.5~3.5 정도면 적당하다
ⓒ 김정아
 
사과 식초의 적당한 산도는, 보통 pH 2~3 정도이나, 가정에서 만든 것은 더 순해서 pH 3.5 정도까지도 될 수 있다. 정확히 알고 싶다면, 리트머스 시험지를 구입해서 산도를 간단히 측정할 수 있다. 낮은 숫자가 더 강한 산성임을 의미한다. 
충분히 식초가 다 되었다고 생각되면, 병에 담아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뚜껑을 잘 닫아서, 빛이 직접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두고 한 병씩 꺼내서 먹으면 된다. 완성된 식초는 상하지 않으므로 냉장고에 넣을 필요도 없다.
 
 작년 우리 집 풍경. 2차 발효까지 끝난 식초를 거르고 있다.
ⓒ 김정아
발효가 완성이 되었어도 완전 밀봉이 되지 않으면 초산균이 계속 활동을 해서 병 안에서도 초막이 다시 생길 수 있다. 특히나 입구가 넓은 병에서는 초막이 더 잘 생긴다. 
 
▲ 다양한 초막들 초막은 얇은 막에서 시작되어, 젤리 처럼 변하고, 그대로 두면 점점 더 두꺼워진다
ⓒ 김정아
 
제대로 형성된 초막은 식초 만들 때 매개로 사용되는데, 인터넷에서 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것을 사과즙에 넣으면 다른 노력 없이 식초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올해의 사과 식초 만들기에 손 가는 작업은 모두 끝났다. 이제 숙성되어 병에 담으면 새 식초가 또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거창하게 써 놓으니 식초 만들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정에서 적은 양으로 진행한다면 번거로운 과정 없이 쉽게 만들 수 있다. 

처음에는 도대체 내가 뭘 하는지 조차 알지 못해서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도전해보자. 망치면 또 어떤가! 살다 보면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는 것이고, 실패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그 실패를 통해서 뭔가 배울 수 있으니까. 잃는 것은 과일 몇 조각이고, 얻는 것은 다음에 잘할 수 있는 비법일 것이다. 

사과식초 만들기 

준비물: 
- 사과
- 입구가 넓은 유리병
- 설탕물(물 240ml당 설탕 1큰술 비율)
- 나무 주걱
- 거즈 또는 키친타월과 고무줄

만들기

1. 사과를 씻어서 먼지를 제거한다. 세제 이용하지 말 것!
2. 사과를 잘게 썰어준다(먹고 남은 껍질이나 씨방 부분을 모두 냉동 보관해 뒀다가 함께 사용해도 된다).
3. 깨끗한 유리병에 사과를 담는다. 2/3 정도 채우면 적당하다.
4. 물과 설탕의 비율을 맞춰 녹여주고 사과가 잠길만큼의 설탕물을 부어준다. 발효되면서 부풀어 오를 수 있으니 꽉 채우지 말고 여분을 넉넉히 남긴다(계량컵이 없으면 종이컵 3컵의 물에 설탕을 밥숟가락으로 2개 푹 떠서 사용).
5. 키친타월이나 베보자기로 덮은 후, 고무줄로 병의 입구를 동여맨다.
6.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매일 저어주면서 액체 안에 사과가 잠기도록 관리해준다.
7. 상태를 체크하며, 사과가 열심히 보글거리며 일 하는지 확인한다(1~4주 정도).
8. 보글거림이 잠잠해진 것 같으면, 건더기를 거르고 액체만 다시 병에 담는다.
9. 다시 베 보자기를 덮어서 2차 발효시킨다. 직사광선을 피해서 실온에 보관한다(4주 정도).
10. 맛을 보고 신맛이 충분하다 싶으면, 완성이다. 입구가 작은 병에 담아 두고 먹는다. 실온 보관한다.
 
▲ 포도식초 만들기 사과가 없다면 포도나 감으로도할 수 있다.샀는데 맛이 없거나, 잘 안 먹어서 상할거 같다면 그 전에 이렇게 활용하면 좋다.으깨서 병에 담아 저어주면서 충분히 발효시킨 후, 걸러서 2차 발효하는 과정은 사과식초와 똑같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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