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에서 꼴찌까지, 그녀들이 춤추는 진짜 이유

이준목 2021. 10. 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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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엠넷(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이준목 기자]

엠넷(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두 번째 탈락 크루가 결정됐다. 5일 방송된 <스우파> 6회에서는 일곱 크루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메가 크루 미션'의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주에 이어 YGX와 원트의 메가 크루 미션 무대가 공개됐다. '뱅뱅뱅' '내가 제일 잘나가' 등 YG 소속사 아티스트들의 히트곡에 맞춰 무대를 꾸민 YGX는 심사위원 점수에서 267점을 받으며 라치카와 함께 공동 5위를 기록했다. 보아는 "메가크루미션인데 인원을 너무 적게 썼다. 무대가 너무 커보였다"고 평가했고 태용은 "다른 팀에 비하여 도전하는 모습이 안 보였다. 안전하게 가려는 느낌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크루였던 원트는 크리스 브라운의 '턴 업 더 뮤직'으로 무대를 꾸몄다. 보아는 "가장 페스티벌다운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황상훈은 "연예인이든 스트릿댄서든 같은 음악 안에서 즐거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받았다"고 호평하는 듯 했으나, 이어 "디테일에서 대형적인 부분이 맞지 않았다"고 아쉬운 부분을 지적했다. 원트는 265점으로 일곱 크루중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글로벌 대중투표 점수를 합산한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 YGX가 4등, 프라우드먼이 3등, 훅이 2등을 각각 차지하며 세미파이널 진출을 확정했다. 영광의 1위는 홀리뱅이 차지했다. 그동안 1회부터 각종 미션에서 계속해서 패배만 거듭했던 홀리뱅이 첫 승자가 된 순간이었다. 유독 마음고생이 컸던 리더 허니제이는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5위 원트, 6위 코카앤버터, 7위 라치카는 탈락 후보가 됐다. 최하위를 차지한 라치카가 자동으로 탈락 배틀 직행이 확정됐고, 1위를 차지한 홀리뱅이 원트와 코카앤버터중 한 팀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 홀리뱅은 논의 끝에 원트를 지목했다. 허니제이는 "다들 잘했지만 코카앤버터의 퍼포먼스가 고퀄리티였다. 미션이 주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퍼포먼스에 탈락한다면 미션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라치카와 원트가 7전 4선승제의 탈락배틀에서 격돌했다. 1라운드 단체 댄스배틀과 2라운드 피넛 VS 로잘린의 배틀에서 라치카가 연승을 거두며 2-0으로 앞서나갔다. 3라운드에서 라치카 리더 가비와 원트 막내 엠마가 맞붙었다. 팀원들을 위하여 모든 것을 쏟아낸 두 댄서는 배틀을 마치고 함께 포옹한 뒤 팀원들에게 돌아가 눈물을 쏟아냈다. 지켜보던 심사위원들도 덩달아 울컥하는 반응을 보였다. 예상을 깨고 첫 배틀 출전이었던 엠마가 경험자 가비에 3대0으로 완승을 거두며 원트에 첫 승을 선물했다.

4라운드는 2대 2 댄스 배틀로 진행됐다. 원트가 엠마X모아나, 라치카는 에이치원X시미즈를 출전시켰다.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원트의 손을 들어주며 승부는 2대 2 원점으로 돌아갔다. 5라운드에서는 라치카 리안이 원트 모아나에게 승리하며 다시 라치카가 다시 한 발 앞서나갔으나, 원트가 벼랑 끝에 몰린 6라운드에서 원트 리더 효진 초이가 라치카 막내 시미즈를 상대로 승리하며 배틀은 결국 최종전까지 가게 됐다.

마지막 7라운드는 라치카 에이치원과 원트 이채연의 대결이었다. 아이돌 출신인 이채연은 <스우파> 출연 이후 모든 배틀에서 한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원트 멤버들은 "이채연을 마지막에 배치한게 못 믿어서가 아니라, 그 이전에 끝내겠다는 각오였다"며 안타까워했다. 효진 초이는 6라운드를 앞두고 "이채연이 걱정되어서 괜찮겠냐고 물어봤는데 '할 수 있다, 춤추고 싶다'고 하더라. 더 할말이 없었다. 그 눈빛에서 확신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마지막 대결이 끝나고 보아는 "모든 계급장을 떼고 댄서VS 댄서로만 평가했다"는 소감을 고백했다. 7차전 결과는 황상훈과 보아가 라치카, 태용이 원트의 손을 들어주며 2-1로 에이치원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4대 3으로 라치카가 최종승자가 되며 원트가 두 번째 탈락크루가 됐다. 명승부를 마친 두 크루는 서로 얼싸안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위로했다.

보아는 "이만큼까지 왔으면 여러분의 실력은 전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어 "같은 가수로서 이채연의 패기에 감동했다."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눈물 흘리는 이채연을 격려했다. 함께 했던 댄서들도 아낌없는 존중의 박수로 화답했다.

생존한 다섯 크루의 세미파이널은 '피네이션 안무창작 미션'이었다. 가수 싸이가 이끄는 소속사 피네이션의 아티스트인 가수 제시가 무대에 깜짝 등장하여 댄서들의 환호를 받았다. 제시의 신곡 콜드 블루디드에 맞춰 안무를 창작해야 하는 미션이었다. 안무 창작 미션을 통해 싸이와 제시의 선택을 받은 크루, 글로벌 대중 투표 '좋아요' 1위 크루에게는 각각 가산점이 부여된다. 아이키, 허니제이, 에이치원 등 각 크루마다 제시와 인연이 있었던 댄서들이 존재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방영 말미에는 영화 <보이스>의 주연배우 변요한이 메가크루미션 1위팀 홀리뱅을 위한 스페셜 축하 영상으로 깜짝 등장했다. 이어진 예고편에서는 또다른 세미파이널 미션인 '맨 오브 우먼'으로 남자 댄서와 함께 무대를 꾸며야 하는 색다른 미션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방영 중반을 넘긴 <스우파>는 각 크루의 치열한 경쟁과 수준높은 댄스 퍼포먼스, 웨이비에 이어 원트까지 탈락하며 회를 거듭할수록 뜨거운 재미를 뿜어내고 있다. 본방을 전후하여 각 크루의 개성이 강하게 묻어난 미션 퍼포먼스 영상들은 유튜브 공개에서 벌써 엄청난 조회수를 돌파하며 뜨거운 인기를 불러모으고 있다.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SNS 팔로워수가 급증하는 등 인기 댄서들에 쏟아지는 관심도 뜨겁다.

특히 6회의 진주인공은 허니제이와 유진초이였다. 미션에서는 1등과 탈락팀으로 희비가 엇갈렸지만 춤으로 감동을 줬다는 점에서 그 본질은 같았다.

허니제이가 이끄는 홀리뱅은 국내 걸스힙합계를 대표하는 실력파 댄스크루지만 <스우파>에서는 유독 고전을 면치 못했다. 리더인 허니제이는 첫 등장 당시의 끝판왕같던 포스가 무색하게 개인전과 팀전을 합쳐 무려 5연패라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허니제이는 "그동안 유독 불운이 따르는 느낌이 계속 들어서 억울하기도 하고, 우리가 온 길을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맘고생이 많았다. 제 멘탈을 잡아준 멤버들에게 너무 고맙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허니제이는 미션에서의 성적과 별개로 이미 웨이비 노제와 함께 <스우파>의 최대 수혜자중 한명으로 꼽힌다. 과거 같은 크루였다가 갈등을 빚으며 해체했던 후배 리헤이와 7년 만에 재회, 라치카와의 4대천왕 미션이나 메가크루미션을 통하여 상대와 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대인배적인 모습, 꼼수보다 댄서다운 정공법과 페어플레이로 승부하려는 모습에서 진짜 힙합 정신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효진초이는 '덕장의 언니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다른 크루와 달리 원트는 <스우파> 출연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결성된 팀이었고, 효진초이외에는 경력이 짧거나 배틀 경험이 부족하고 심지어 이채연같은 댄서로서의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도 포함되어 있었다. 방송 중반에는 멤버 로잘린을 둘러싼 개인사 구설수 등도 있었다.

원트는 방송 초반 실력보다는 유명 출연자의 화제성과 조회수에 의존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엠넷도 이런 시선을 이용하여 원트가 타 팀들로부터 질투와 견제를 받는듯한 편집을 부각시켰다. 메가크루 미션에서는 팀원들이 모아나 외에는 효진 초이를 도와주지도 않고 팀워크가 없는 것처럼 묘사하여 '악마의 편집' 의혹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효진 초이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팀원들을 이끌면서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여 수준높은 무대를 만들어냈고, 팀원들에게는항상 든든하게 믿고 의지할수 있는 언니가 되어줬다. 자신감을 내세워 상대 크루를 도발하거나 깎아내리는 듯한 언행도 일절 하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크루의 리더들에 비하여 배틀의 결과나 방송분량에서는 손해를 본 듯한 느낌도 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효진 초이가 매순간 최선을 다하여 유쾌하게 춤과 미션 그 자체를 즐기는 성숙한 모습에 많은 박수를 보냈다.

라치카와의 마지막 탈락배틀에서는 초반에 무릎 부상을 당하는 악재도 있었다. 시미즈와의 6라운드 배틀을 앞두고 효진 초이는 "배틀 도중에 무릎이 빠졌다. 하지만 팀을 위해서 40초만 버티자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고백하며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발휘하여 팀에 승리를 안겼다. 안타깝게 마지막 배틀에 이채연이 패하여 결국 탈락을 피하지 못했지만 "여기까지 팀원들과 서로서로 좋은 영향을 주면서 다같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최선을 다했고 팀원들도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끝까지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특히 효진초이가 탈락 배틀이 확정되고난 직후 각오를 밝히면서 남긴 어록은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처음 우리가 춤을 시작했을 때 너무 재밌고 즐겁지 않았나. 여기서 우리가 춤을 얼마나 사랑하고 진심인지 보여주고 싶다. 최선을 다하는 게 상대인 라치카한테도 예의이자 우리 모두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각 크루들이 중요한 대결을 앞두고 흔히 필승의 각오나 살아남아야 겠다는 절박함을 드러내던 것과 달리, 효진초이는 뜻밖에도 '우리가 지금 여기서 춤추고 있는 이유'를 먼저 언급했다. 그녀의 어록은, 바로 <스우파>에 출전한 댄서들의 속마음을 관통하는 본질이자 시청자들에게도 많은 울림을 준 대사였다. 그녀와 원트가 배틀에서는 패자였을지 몰라도, 오히려 그 이상의 여운을 남기고 떠난 승자처럼 기억될수 있었던 비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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