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공급망 대란, 파월도 공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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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불안에 떨고 있다.
실제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상품에 대한 강력한 수요와 병목 현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넘어서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앵무새처럼 말하던 파월 의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월 의장도 현재의 공급망 병목 현상과 인플레이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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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불안에 떨고 있다. 원자재값은 치솟고 있으며 여기에 에너지 대란까지 겹치면서 기업과 가계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연일 고공 행진하고 있는 원자재값, 에너지 가격의 공통 배경에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수요는 늘어나는 데 비해 공급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으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코로나19 백신이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짓누르고 있던 코로나19에 대한 공포 심리는 백신 접종과 더불어 점차 누그러지고 있다. 비록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으나 백신이 없었던 때와 비교하면 불안 심리는 크게 낮아졌다. 이로 인해 주요국 경제는 올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각국 재정 당국과 중앙은행은 부양책을 지속하며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아직 경제가 불안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초팽창 예산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매월 12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공급은 코로나19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선진국 경제는 나아지고 있는데 정작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공장은 코로나19로 제대로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항구의 노동자, 선박의 선원, 트럭 운전자들이 부족해졌고 이는 전 세계적인 물류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영국의 휘발유 사재기도 이 같은 배경에서 시작됐다.
다른 한편에서는 공급망 대란으로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9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19개월 만에 기준선인 50을 밑돌며 ‘경기 위축’ 국면을 나타냈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실물 시장뿐 아니라 금융 시장에도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경우 Fed 등 각국 중앙은행이 보다 빨리 긴축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상품에 대한 강력한 수요와 병목 현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넘어서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병목 현상과 공급망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보다 더 당황한 건 시장이었다.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앵무새처럼 말하던 파월 의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톤이었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제서야 인플레이션에 따른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최근 며칠간 미국, 유럽,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요동쳤다.
그런데 파월 의장도 현재의 공급망 병목 현상과 인플레이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올해 초부터 제기됐으나 파월 의장은 미국의 고용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계속 늦춰왔다. 그렇게 엄청난 유동성이 계속 시장에 공급되면서 물가를 자극했다. 자산 시장 거품은 커질 대로 커졌고 부의 불평등 역시 심화됐다.
돌이켜보면 시장과 Fed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Fed가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파월 의장이 기대하고 있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고용 회복은 영영 불가능할지 모르는데도 말이다.
강희종 국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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