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의 배럴, '코리안 몬스터'는 위기일까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은 올 시즌 14승을 따냈다. 2013년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개인 한 시즌 최다승 타이. 아메리칸리그 다승 공동 2위(1위 게릿 콜·16승)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시즌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건 '위기론'이었다.
일단 평균자책점이 4.37로 높았다. 4점대 평균자책점은 MLB 진출 후 처음(부상 시즌 제외).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은 4.02로 지난해 대비 1.01이 상승했다. 피홈런도 24개로 개인 한 시즌 최다였다.
가장 우려를 낳은 건 배럴 타구 비율이다. 배럴 타구는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가 만들어 낸 이상적 타구 지표 중 하나로 타구 속도 시속 98마일(157.7㎞) 이상, 발사각이 26~30도인 경우가 해당한다. MBL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의 올 시즌 배럴 타구 비율은 8.5%. 지난해보다 무려 5.3%p가 올랐다. 시속 95마일(152.8㎞) 이상의 빠른 타구 비율을 나타내는 HardHit%도 29.2%에서 41.6%로 급등했다. 그만큼 타자들이 위협적으로 때려냈다.
위기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건 체인지업이다. 오프 스피드 피치(Off-speed pitch)인 체인지업은 직구처럼 오다가 아래로 살짝 가라앉는 류현진의 전매 특허 변화구다. 지난해 구종 피장타율이 0.261에 불과했지만 올 시즌 4할을 넘겼다. 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의 성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고려하면 개인 성적의 키를 쥔 건 체인지업이었다.
위력이 떨어졌던 걸까. 공교롭게도 류현진의 2021년 체인지업은 2020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류현진의 올 시즌 체인지업 평균 구속은 시속 79.9마일(128.6㎞)이었다. 비율은 25.4%. 평균 시속이 79.6마일(128.1㎞·27.8%)이었던 지난해보다 오히려 구속은 올랐다. 뿐만 아니라 수직 무브먼트나 수평 무브먼트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타자가 잘 속지 않았다. 체인지업 헛스윙 비율이 30.6%에서 25.3%로 떨어졌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류현진은 야구 IQ가 높은 투수다. 노련한 공 배합을 앞세워 타자와 수 싸움에서 앞서 나갔는데 올 시즌에는 타자들이 류현진의 한쪽 코스를 완전히 버리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한두 경기가 아니라 계속 그랬다. 투구 습관이 노출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며 "생각했던 공 배합이 맞아 나가니까 머리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MLB 통산 4002타자를 상대했다. 투구 노출도 많아졌고 타자들의 대처 방법도 그만큼 발전했다.
반등의 무기가 없는 건 아니다. 류현진의 제구는 MLB 최정상급이다. 개인 성적이 하락한 올 시즌에도 볼넷 비율이 5.3%로 리그 상위 9%였다. 6.2%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볼넷 비율은 더 낮았다. 송재우 위원은 "류현진은 늘 구속이 빠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의 회전수가 좋은 투수,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도 아니었다"며 "(재정비를 하면) 반등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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