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홀로 못 사는 홍학, 왜 외다리로 서서 쉴까?

신남식 2021. 10. 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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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39)

홍학은 큰 키에 화려한 색깔의 깃털, 독특한 먹이섭취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동물이다. 여러 마리가 어울려 움직일 때는 멋진 군무를 보는 듯해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동물원에서는 홍학우리를 정문 근처에 배치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홍학은 일생 동안 호수·습지·바닷가에서 군집을 이루고 생활한다. 동물원에서도 홍학의 습성에 따라 자연서식지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사진 신남식]


홍학(紅鶴, flamingo)은 홍학목에 속하는 6종의 새를 통칭한다. 아메리카홍학(‘쿠바홍학’이라고도 함)·안데스홍학·칠레홍학·제임스홍학 등 4종은 아메리카대륙에 분포하고 큰홍학(‘유럽홍학’이라고도 함)과 꼬마홍학은 아프리카·유럽·아시아에 서식한다. 일생 동안 호수·습지·바닷가에서 생활한다.

이들의 외형은 비슷하나 크기, 부리의 모양, 깃털과 다리의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큰홍학은 키가 120~150cm로 가장 크고 깃털은 분홍빛이 섞인 흰색이다. 아메리카홍학은 120~145cm로 큰홍학과 비슷한 크기다. 깃털이 전체적으로 분홍색과 진홍색을 띄어 아름답고 우아한 홍학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안데스홍학은 100~140cm이며 전체적으로 흰색이며 노란색의 부리와 다리를 가진다. 칠레홍학은 110~130cm로 깃털은 분홍색이며 부리는 붉고 다리는 회색이다. 제임스홍학은 90~95cm로 깃털이 전체적으로 희고 노란 부리와 붉은색의 다리를 가진다. 꼬마홍학은 80~90cm로 가장 작으며 깃털은 짙은 분홍색이고 다리는 회색이다. 모든 종에서 깃털의 색과 달리 비행에 필요한 날개는 검은색이다.

홍학은 일반적인 조류와 다른 몇 가지 생리 해부학적 특성이 있다. 날아다니는 새 중 가장 긴 목을 가지고 있으며 목뼈는 17개다. 목이 길고 유연해 머리를 감아 날개 밑에 넣을 수 있다. 물갈퀴가 있는 다리는 물에서 이동에 유리하고 바닥의 먹이를 탐색하기 좋다. 긴 목과 끝이 밑으로 구부러진 부리는 물속의 먹이를 먹는데 편리하도록 발달했다. 주로 작은 갑각류·녹조류·곤충의 유충·단세포생물 등을 먹이로 한다. 머리를 물속에 넣고 윗부리를 바닥에 대고 먹이를 섭취한다. 여느 조류와 달리 윗부리가 아래턱의 기능을, 아래부리가 위턱의 기능을 한다. 먹이와 함께 입안으로 들어온 잡물은 큰 혀가 밖으로 밀어낸다. 이때 부리에 있는 얇은 막 구조의 여과장치는 먹이가 나가는 것을 방지한다.

짝을 이룬 홍학은 주변의 진흙으로 30~60cm 높이의 둥지를 만든다. 둥지를 만드는 동안 짝짓기를 하고 그 위에 1~2개의 알을 낳는다. [사진 신남식]


휴식을 취할 때는 한쪽 다리를 배쪽으로 올리고 다른 한쪽 다리로 몸을 지탱한다. 이러한 행동에 대해서 몇 가지 가설이 있다. 먼저 체온을 유지하고 조절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물에 발을 담근 상태에서는 체온을 빼앗기기 쉽기 때문에 한쪽 다리는 들어 올려 보온하려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더운 물 속에서도 반복되는 것이 관찰된다. 또한 다리에는 동맥과 정맥이 역류에 의해 열을 교환하는 시스템이 발달하여 있어 이 주장을 온전히 믿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하나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가설이다. 관절에는 잠김 장치가 있어 다리를 들어 올리고 있는 자세에 별도의 근육 활동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한쪽 다리로 체중을 지탱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에너지 소비가 많지 않다고 보는 논리다.

홍학은 갓 부화한 새끼에게 어미가 ‘소낭유(crop milk)’라는 특수한 젖을 먹인다. 소낭은 조류의 모이주머니를 이르는데, 소낭의 점막에서 분비된 물질, 지방을 함유한 탈락 세포와 섭취한 음식물로 구성된 물질이다. 이를 토해내어 새끼에게 먹이는데, 영양이 풍부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기능이 있다. 붉은색을 띠기 때문에 피를 토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홍학의 깃털과 피부는 분홍과 빨간색의 다양한 색조를 보이는데 이는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라 불리는 특이 색소 때문이다. 갑각류 조류 연체동물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런 먹이를 충분히 섭취하면 붉은색이 강조되고 섭취가 부실하면 색이 희미해진다. 영양이 부족하면 깃털이 흰색에 가깝게 된다. 새끼는 색소 없이 회색으로 부화하나 소낭유를 통해 색소를 최초로 전달받는다.

아메리카홍학은 키가 크며 깃털이 전체적으로 분홍색과 진홍색을 띄어 아름답고 우아한 홍학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사진 신남식]


홍학은 군집을 이루어 생활한다. 야생에서의 무리는 환경에 따라 수백~수천 마리까지 이른다. 무리를 이루는 습성이 있어 단독으로는 외로움의 스트레스가 심해 살아가기 어렵다. 때문에 동물원에서 아픈 개체를 격리할 때는 건강한 개체 몇 마리를 곁에 같이 두거나 녹음된 동료의 울음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후각은 약하나 청력은 좋다. 20마리 이하의 집단에서는 번식이 잘 안 되는 경향도 있다.

홍학은 3~5년이면 짝짓기를 할 수 있고 번식기에는 대부분 일부일처제로 지낸다. 짝의 선택은 암컷이 결정하고 번식이 여의치 않을 때는 다른 수컷을 선택하기도 한다. 깃털에 착색이 잘된 개체가 번식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둥지는 암수가 같이 주변의 진흙을 모아 30~60cm 정도의 높이로 쌓아 올려 만든다. 둥지를 만드는 동안 짝짓기가 이루어진다. 둥지 위에 1~2개의 알을 낳으면 암수가 협력해 알을 품고 부화는 28~32일 걸린다. 부화 후 새끼는 5~8일 정도 둥지에 머물며 부모가 주는 소낭유를 받아먹는다. 이후 새끼는 둥지를 떠나 스스로 먹이활동을 하며 살아간다.

평균수명은 야생에서 30~40년, 동물원에서 40~50년이다. 장수기록은 호주 아들레이드동물원에서 2014년에 생을 마감한 큰홍학으로 83년이다. 6종의 홍학 중, 안데스홍학은 개체수가 적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리스트에 ‘멸종위기에 취약한 종’으로 분류된다. 현재 3만5000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국내는 대부분의 동물원에서 홍학을 보유하고 있으며 번식에 성공한 사례도 많다. 특히 서울동물원은 여러 종의 홍학을 전시하고 있어 비교 관찰하기에 좋다.

서울대 명예교수·(주)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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