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총재 "세계 경제, 신발에 돌 3개 넣고 걷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6개월새 10배..면화값도 10년來 최고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촉발..국내 증시 외국인 '팔자' 행렬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민지 기자]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신발 안에 돌멩이가 들어있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보코니대학이 마련한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현재의 세계 경제 상황을 이같이 비유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국면에서 회복되고 있지만 회복 속도를 제약하는 걸림돌이 많다는 뜻이다. 그가 꼽은 돌멩이는 인플레이션, 부채, 선진국과 저소득 국가의 백신 접종 격차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도 확대되면서 한국 증시는 연일 충격을 받고 있다.
천연가스 6개월 새 10배…불확실성 높아져
특히 최근 예상을 벗어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물가 고공행진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며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던 기존과 달라진 입장을 나타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도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 경기 회복을 위협한다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들이 대비를 해야 한다"며 물가 급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최근 에너지 가격의 흐름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6개월 새 10배나 올랐다. 이날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11월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2% 급등해 ㎿h당 117.9유로를 기록했다.
6개월 전만 해도 천연가스 가격은 ㎿h당 18유로에 불과했다. 화석연료 투자 축소, 유럽 최대 가스 공급처인 러시아의 공급 제한 등으로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난방 수요가 치솟는 겨울을 앞두고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천연가스 가격도 사상 처음으로 섬(therm·열량 단위)당 3파운드를 돌파했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은 유럽 금융시장마저 뒤흔들고 있다. 가스 가격 상승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불안감 탓에 투자자들은 영국 국채를 대규모 매도했다.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8%포인트 오른 1.09%를 기록했다.
면화 가격도 물가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이날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에서 거래되는 미국산 면화 선물 가격은 전날(1.0493달러) 대비 3.8% 오른 파운드당 1.089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1년 9월 이후 최고치다. 면화 선물 가격은 최근 11거래일간 22% 상승했다. 세계 1, 2위 면화 생산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면화 가격 급등 원인이다.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위구르족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다는 주장이 제기된 중국 신장자치구산 면 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은 세계 제2위의 면화 생산국이며, 중국산 면화 가운데 85%가량이 신장에서 생산된다.
중국은 2019년 총 500억달러 상당의 면화 및 면직물 관련 제품을 미국에 수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면화 생산국인 미국의 면화 가격이 오르면서 면화를 원재료로 하는 의류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 긴축 우려…"중앙은행 신속 대응 준비해야"
이날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을 촉발하고 전 세계 금융 긴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인플레이션 상승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 중앙은행이 신속히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백신 접종률 격차 해소를 위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백신 보급을 늘려야 한다며 백신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향후 5년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5조300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옥스퍼드대의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현재까지 세계 인구의 46%가 최소 1회 백신을 접종했지만 저소득 국가에서 이 비율은 2.3%에 불과하다.
외국인들 ‘팔자’에 韓 증시 하락 반전
6일 한국 증시에서 초반 강한 반등세를 보이던 증시는 외국인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하락 반전했다. 외국인은 이날 오전 11시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9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 KOSPI200 선물시장에서 3400억원 이상 순매도, 지수를 끌어내렸다.
바이오주에 대한 매도세도 여전해 코스피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고, 바이오주들이 시총 상위를 휩쓸고 있는 코스닥시장의 낙폭은 상대적으로 더 컸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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