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에만 목매는 돌싱들? '돌싱포맨'의 시대착오적 함정

이준목 2021. 10. 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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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SBS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

[이준목 기자]

 SBS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 SBS
 
SBS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아래 돌싱포맨)이 방영 3개월이 되도록 비슷한 내용의 반복에서 좀처럼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게스트가 등장하고 어떤 장소와 미션이 주어지든 비슷한 말장난과 상황극으로 시간을 때우다가 어영부영 마무리되는 패턴이 재방송처럼 되풀이된다.

5일 방송된 <돌싱포맨>에는 노총각 듀오 김민종과 김종민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방송의 대부분은 연애를 주제로 한 토크가 이어졌다. 돌싱들과 노총각들은 서로 누가 더 불행한가를 놓고 열띤 토론을 펼치는가 하면 밸런스게임과 잡지식 배틀, 관상전문가와의 상담시간 등을 통하여 시종일관 은근한 신경전을 펼쳤다.

탁재훈이 "우리(돌싱)와 너네(노총각) 중 누가 더 불쌍하냐"고 질문하자 김민종은 "돌싱이 불쌍하다기보다는 처량하다"고 지적했다. 발끈한 임원희는 "돌싱은 명품백으로 비유하면 사람의 손을 타고 가죽이 좋아진 것이고, 노총각은 가방의 포장을 뜯지도 않았는데 속이 썩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노총각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어 출연자들은 두 명씩 서로를 비교하는 밸런스 게임을 진행했다. '3번 이혼한 김민종 vs. 초혼인 임원희'라는 질문이 나오자 임원희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출연자들은 김민종에게 더 많은 3표를 던졌다. 김준호는 임원희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못생겨서"라고 돌직구를 날렸고, 김종민은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일단 사랑을 해야 결혼을 할 수 있을 것 아니냐"며 임원희를 당황하게 했다.

'갚아도 끝이 없는 빚쟁이 이상민 vs. 빚은 없지만 사업이 계속 망하는 김준호'에서는 이상민이 3표를 받았다. 김준호를 선택한 김종민은 "사업은 도전이라도 하지만 빚은 도전도 못하고 죽을 때까지 갚기만 하는 것"이라고 팩트폭행을 날렸다. '일이 끊이지 않지만 재미없는 임원희 vs. 재미있지만 일이 없는 탁재훈'이라는 질문에는 임원희가 4표로 몰표를 받았다. 삐친 탁재훈이 "일만 하니까 여행할 시간도 없다"고 반박하자 김종민이 "그래서 좋은 거다 많이 안 봐도 되니까"라고 지적하며 임원희를 또다시 분노하게 했다.

입담 좋지만, 여전한 <미우새>의 그림자
 
 SBS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 SBS
 
멤버들은 요즘 유행하는 작업멘트를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종민은 "예전에는 '라면 먹고 갈래'라고 했다면, 요즘은 '야옹이 보러 갈래?'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민이 "고양이가 없으면 어떡하냐"라고 반문하자 김종민은 고양이 성대모사를 흉내냈고 멤버들은 발끈하여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멤버들은 '엉덩이는 1개인가 2개인가', '돼지는 하늘을 볼 수 있냐', '강아지에게 올바르게 바지 입히는 법' 등 쓸데없는 잡지식들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관상전문가인 역술인 김민정이 깜짝 손님으로 등장했다. 관상가는 출연자 중 김민종과 탁재훈을 가장 관상이 좋은 1, 2위로 꼽았다. 개인 상담에 돌입한 관상가는 첫 주자인 탁재훈에 대하여 동물형 관상에서 '나무늘보상'이라고 설명했다. "백도화살이 있어서 수려한 외모와 이미지로 보호본능을 일으켜 인기를 얻는다. 전형적인 연예인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부터 악삼재가 있다. 중년에 운을 다 썼다"고 진단하며 탁재훈을 충격에 빠뜨렸다.

임원희는 '래서 판다상'으로 분류됐다. 관상가는 "래서 판다는 1년에 하루이틀밖에 교미를 안 한다. 성적인 부분이 현재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녹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임원희를 당황하게 했다. 김종민은 "일찍 결혼했으면 두 번 결혼하거나 딴집살림을 차렸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관상가는 김종민을 '거위상'이라고 분류하며 "거위는 온순해보이는 외면과 달리 거칠고 속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이상민은 항상 착용하는 뿔테안경에 대하여 "그간 쌓인 마음의 상처들로 자신을 가리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이상민도 동의했다. 관상가는 이상민에게 "온화함과 사랑, 결의가 담겨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호평하며 "그동안 나빴던 액운이 지나고 인생의 굴곡과 기복이 거의 끝나간다"고 진단하여 이상민을 감격에 빠뜨렸다. 관상가는 유일하게 이상민만큼은 동물에 비유하지 않고 "그 자체로 빛이 들어왔기에 동물과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극찬하며 멤버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이상민이 번외로 "혼자 살아야 더 좋은 사람이 있냐"고 묻자 관상가는 탁재훈을 지목하며 "자유로운 영혼이라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분석했다. 관상가는 이상민-임원희-김준호가 모두 좋은 대운을 지니고 있지만 탁재훈만은 '악삼재'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민은 탁재훈에게 "3년 뒤에 대운이 오기 전까지는 우리 곁을 떠나면 안 된다"라고 해석하며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고정관념에 빠져 있는 <돌싱포맨>
 
 SBS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 SBS
 
<돌싱포맨>은 같은 방송사의 관찰예능 <미운 우리 새끼>(아래 미우새)에서 파생된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다. 이상민, 탁재훈, 임원희, 김준호는 모두 <미우새>의 고정출연진이자 이른바 돌싱남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사랑받아왔다. <돌싱포맨>은 무언가 결핍되고, 어딘가 삐딱한, 그리고 행복에 목마른 네 돌싱남이 자신의 집으로 게스트를 초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관찰형 토크쇼를 표방했다.

<돌싱포맨>은 고정출연진의 평균연령만 무려 50세에 이르며 현재 방영중인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출연자들이 모두 연예계에서 경력으로든 개인사로든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이고 예능감도 검증되었다보니 함께 모여서 웃고 떠드는 토크만으로도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하는 편이다. 특히 찐한 인생의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어른들끼리만의 진솔하고 후진없는 입담은, 비슷한 세대와 처지를 공유하는 중년 남성-독신-돌싱남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자아낼 만하다.

아쉬운 부분은 프로그램의 콘셉트나 출연자들의 캐릭터 모두 <미우새>의 그림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미우새>의 스핀오프라고는 하지만, 출연진을 비롯하여 장소, 진행방식까지 <돌싱포맨>은 별다른 차별화를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주중 미니시리즈 드라마처럼 <미우새>를 2회 방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출연자들의 집에서 게스트를 불러 토크를 나누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특히 화제의 대부분은 결혼과 이혼 그리고 앞으로의 재혼 등 '연애사'와 관련된 이야기에 편중되어 있다. 가수 제시가 나왔을 때는 소개팅 시뮬레이션을 하고, 배우 이상윤-진서연이 출연했을 때는 이혼 위기에 놓인 부부 상황극을 하고, 원로 배우 김영옥-김용림-김수미 등이 출연했을 때 장모님과의 상황극을 펼치는 식이다. 누가 게스트로 등장하든 상관없이 이야기의 중심은 그저 돌싱들의 '우리는 어떻게 하면 다시 사랑(재혼)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귀결된다.
 
 SBS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 SBS
 
여기서 문제는 이런 식의 연출이 돌싱이나 개인의 행복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에 지나치게 기울어있다는 것이다. 돌싱포맨은 비록 과거에 한 번의 아픔을 겪었지만 저마다 새로운 사랑과 행복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 자체는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혼이 더 이상 인생의 실패는 아니며, 모든 돌싱들에게 재혼만이 인생의 목표이자 행복의 완성도 아니다.

그런데 <돌싱포맨>은 돌싱 출연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자존감을 찾아가는 모습보다는, 모든 출연자들을 일관되게 궁상맞고 짠한 이미지로 부각시키며 연애와 재혼에 목매달아야 하는 미성숙한 캐릭터로만 묘사한다. 이는 <돌싱포맨>의 원작인 <미우새> 자체가 '출연자의 어머니' 세대 관점에서 싱글라이프(노총각, 돌싱남)를 살아가는 1인 가정 자체를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하는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돌싱포맨> 출연자 본인들도 오히려 이런 선입견에 동참한다. 이상민은 이날 출연한 노총각 게스트들에게 "우리 돌싱포맨은 세상 사람들이 우리의 문제점을 다 안다. 그런데 김민종이나 김종민같은 노총각들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라고 궁금해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상민의 질문 자체가 '결혼(재혼)을 안 한 노총각 독신남이나 돌싱남에게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발언이기에, 상대는 물론 본인의 자존감도 깎아내리는 발언에 가깝다.

이에 김종민은 "돌싱들과 똑같다. 우리는 결혼을 안 하고 헤어진 거고 형들은 결혼을 하고 헤어진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상민은 "이혼과 이별의 무게를 같이 생각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고 탁재훈이 "이별이 접촉사고라면 이혼은 정면충돌"이라고 설명한다. 이상민과 탁재훈의 발언은 역시 <미우새>를 비롯하여 여러 프로그램에서 언급했던 내용의 반복이다.

최근 <우리 이혼했어요> <돌싱글즈> 등 이혼을 소재로 다룬 방송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이혼과 재혼, 돌싱들을 그저 불행하거나 동정받아야할 존재로 묘사하지 않는다. 재혼이나 새로운 사랑은 행복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고를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출연자들은 과거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지만 거기에 얽매이지 않으며 행복의 기준은 '이제부터는 내가 어떻게 해야 나답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돌싱포맨>은 출연자들끼리 매주 연애와 사랑에 대한 수다를 끊임없이 늘어놓지만, 결국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보다는 과거의 트라우마와 그들만의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다. 출연자들이 발전하거나 성장하는 모습없이 매주 결론없는 말장난과 농담만 주고받다가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패턴의 반복이다. 이 정도면 <미우새>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왜 스핀오프까지 만들어야만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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