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자' 진화하려던 윤석열 "여자들이 점 보러 다니기도 하고.."

윤성민 2021. 10. 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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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공사(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6차 방송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왕’(王)자 논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5일 KBS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대선 경선 6차 토론회에서 왕자 논란에 대해 사과했지만, 다른 후보들의 공세는 계속됐다.

윤 전 총장은 토론회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왕’자 논란에 대해 “국민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다”고 지적하자 “응원 개념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게 제 불찰이었다”고 답했다. 또 “‘왕’자 부적, 홍콩 외신에도 보도가 됐다. 국제적 망신”이라는 홍준표 의원의 지적엔 “국민께 하여튼 송구(하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사과에도 다른 후보들은 역술인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윤 전 총장을 공격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몇 명의 이름을 한 번 물어보겠다. 천공스님 아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처음엔 “천공이라는 말은 제가 못 들었다”고 했지만, 유 전 의원이 천공스님의 언론 인터뷰를 언급하자 “알긴 한다”고 답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의 멘토로서 지도자 수업을 시키고 있다”는 천공스님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선 “과장된 얘기”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지장스님, 노병한 한국미래예측연구소 등 역술인을 추가로 언급했다. ‘항문침 전문가’ 이병환씨를 아느냐고도 물었는데, 윤 전 총장은 “만난 적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유 전 의원 캠프 이수희 대변인은 6일 논평을 내고 “지난 6월 9일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 영상을 보면, 이병환은 윤 후보를 밀착 수행하면서 내빈과 인사를 시켰다”며 “수행을 했는데 만난 적 없다는 건 무슨 해괴한 대답이냐”고 물었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공사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6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의 왼쪽 손바닥에 논란이 됐던 '왕(王)자'가 지워져 있다 . 연합뉴스

유 전 의원은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과 부인, 장모가 역술인, 무속인들 굉장히 자주 만나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저는 그런 분들은 잘 안 만난다. 장모가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 여자분들이 점도 보러 다니는 분도 있고…”라고 답했다. 유 전 의원이 “부인의 논문도 운세와 관련돼 썼지 않냐”고 묻자, 윤 전 총장은 “처가 쓴 논문은 ‘점’이 아니라 ‘아바타 디지털’에 관한 논문”이라고 반박했다.

윤 전 총장이 ‘위장 당원’의 증거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있다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윤 전 총장은 유 전 의원이 “위장 당원 문제는 증거는 없는 것이냐”고 묻자 서류를 만지며 “증거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갤러리에도 민주당 친여 성향의 지지자분들이 이중 (당원) 가입을 하면서 ‘언제까지 (가입)하면 누구 찍을 수 있냐’ 이런 (말을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갤러리’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의 국민의힘 게시판을 의미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국민의힘 후보에 투표하지 않을 민주당 지지자가 우리 당 당원으로 많이 가입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해 ‘위장 당원’ 논란을 촉발시켰다.

사달은 토론회가 끝난 뒤 벌어졌다. 윤 전 총장은 자신에게 천공스님을 아는지 질문한 유 전 의원에게 “정법 유튜브를 보라. 정법은 따르는 사람들이 많다. 정법에게 미신이라고 하면 명예훼손 될 수도 있다”이라고 항의했다고 양 캠프 관계자들은 전했다. 정법강의는 천공스님이 진행하는 강의다. 이에 유 전 의원은 “내가 언제 그 사람들 보고 미신이라고 했냐? 아는 사람인지 물어본 거 아니냐”고 맞섰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또 “확인되지 않은 것을 왜 자꾸 토론회에서 꺼내냐”는 취지로 유 전 의원에게 따져묻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다른 캠프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손가락을 들면서 말했고, 둘의 언성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이 유 전 의원을 밀쳤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윤석열 캠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격한 분위기나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윤석열 캠프는 “유 전 의원이 악수한 손을 뿌리치고 갔다”고 주장했지만, 유승민 캠프는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다.

윤성민기자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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