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추락, 美400대 부자 첫 탈락..코인리치 7명 새 등판
대형 기술기업(빅테크)과 암호화폐 업계에 코로나19는 ‘기회의 시기’ 였다. 팬데믹 와중에도 미국의 ‘슈퍼 리치’는 재산을 크게 불렸고, 빅테크와 암호화폐 기업가들이 이 흐름을 주도했다.
5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21년 포브스 400대 미국 부자’ 순위를 살펴보면 이런 흐름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3일 주가 등 자산 평가액을 기준으로 400대 부자의 총자산은 4조5000억 달러(약 5344조원)다. 전년도 3조2000억 달러(약 3800조원)에서 40%나 늘었다.
이러한 부의 증가에 힘입어 400대 부자 랭킹의 마지노선도 올라갔다. 지난 3년 동안 400대 부자 랭킹의 최소 자산은 21억 달러였으나 올해는 전반적인 부의 증가에 힘입어 29억 달러로 높아졌다. 포브스는 “(올해는) 억만장자들에게 풍요로운 시기”라며 “특히 빅테크 등 기술주와 암호화폐가 코로나19 시대에 번창했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횡재 효과(bonanza effect)’가 빅테크와 암호화폐 업계에 집중된 건 최고 부자 순위에서 드러났다.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슈퍼 리치 중 8명이 빅테크 기업 창업자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며 자산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순자산(2010억 달러)은 작년보다 220억 달러 늘었다.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포브스 부자 순위에서 사상 최초로 개인 자산이 2000억 달러를 넘긴 인물로 기록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905억 달러로 베이조스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2위에 올랐다. 연간 순위가 아닌 최신 집계에서 ‘세계 최고 부자’에 이름을 올린 머스크는 “베이조스에게 은메달을 수여한다”는 조롱의 메시지를 최근 보내기도 했다.
3위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1345억 달러)가 차지했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5위·1230억 달러)와 세르게이 브린(6위·1185억 달러),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7위), 스티브 발머 MS 전 CEO(9위) 등도 자산이 늘었다.
빅테크의 약진 속 자산이 줄어든 예외도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다. 그는 올해 벌인 ‘세기의 이혼’ 여파로 순자산이 1340억 달러로 줄면서 4위로 밀려났다. 포브스는 빌 게이츠가 ‘톱2’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건 3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반면 빌 게이츠와의 이혼 과정에서 57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넘겨받은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는 추정 자산 63억 달러로 158위에 이름을 올리며 처음으로 400대 부자 순위에 포함됐다.
암호화폐 기업가의 약진도 눈에 띈다. 지난해 400대 부자 중 1명에 불과했던 암호화폐 슈퍼 리치가 올해는 7명으로 불어났다. 지난 4월 상장한 미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암스트롱과 프레드 어삼이 새로 진입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 CEO는 올해 29세로 최연소 부자가 됐다. 유명 가상화폐 투자자인 캐머런 윙클보스와 타일러 윙클보스 형제 등도 흐름에 가세했다. 미국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의 공동창업자 바이주 바트도 400대 부자가 됐다. 로빈후드는 개인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 몰리면서 매출이 급상승해왔다.
뜨는 부자가 있으면 지는 부자도 있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400대 부자 순위에서 밀려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순자산 25억 달러로 339위에 올랐지만, 올해엔 이 명단에서 빠졌다. 트럼프의 자산이 올해 400대 부자 마지노선인 29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포브스는 “트럼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도시 빌딩 등의 가치가 떨어진 영향 때문”이라며 “대통령 당선 직후 연방정부 윤리 관료의 이해 상충 가능성에 대한 지적을 듣고 부동산 자산을 팔고, 여기서 얻은 돈을 펀드에 재투자했다면 이익을 내 400대 부자 순위에 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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