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챕터투] '지친 유럽파' 벤투 감독에게 투트랙이란?
벤투호 같은 실수 반복한다면 아자디스타디움 참패 우려
시리아전·이란전 앞두고 용병술 유연함 더한 투트랙 전략 절실
“잠도 잘 못 잤는데 (귀국한 지) 이틀 만에 어떻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겠나.”
지난달 2일 이라크전을 마치고 시차적응과 체력적 문제에 따른 고충을 토로한 ‘캡틴’ 손흥민(29·토트넘)의 말이다. 결국 손흥민은 경기 후 종아리 통증을 호소했고,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레바논전에 뛰지 못하고 소속팀 토트넘으로 복귀했다.
황의조(29·보르도)도 허벅지 통증 때문에 레바논전에서는 후반에야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3일 런던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소화한 손흥민은 최종예선 시리아전(7일·홈)/이란전(12일·원정) 출전을 위해 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6일 하루 훈련을 진행한 뒤 7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시리아를 상대한다.
9월 소집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시차 적응은 사치다. 시리아전을 하루 앞두고 급히 손발을 맞추고 경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최종예선 홈 2연전에서 이라크전(0-0무), 시리아전(1-0승)이라는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번에는 험난한 테헤란 원정까지 앞두고 있다. 시리아전이 끝나면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출국해 이란으로 이동해야 한다.
유럽 만큼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비행거리라 피로 누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축구 전문가들이나 팬들이 ‘투트랙’ 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시리아전과 이란전에 출전할 선수들의 비중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지난달 27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해외파 선수들의 상태를 보며 기용하겠지만, 우리는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기 때문에 항상 최고의 선수로 경기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경기 한 경기 결과가 중요한 최종예선에서 최정예 팀을 구축해 경기를 치르겠다는 벤투 감독 뜻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최정예를 구축하고도 경기력은 기대를 밑돌았다는 점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 유럽파들의 체력적인 컨디션 관리 미흡이 꼽힌다.
손흥민-황희찬-황의조-김민재 등 유럽파들은 최근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지만, 지난달부터 거의 쉬지 않고 뛰고 있다. 손흥민은 최근 2주일 5경기를, 황의조도 2주 동안 4경기를 소화했다. 김민재는 9월 9경기 풀타임 뛰었다. 최근 멀티골을 터뜨린 황희찬도 소집 직전 경기에서도 선발 출전했다.
이들의 체력 안배만 잘 이뤄진다면 벤투 감독이 목표로 하는 승점6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란은 쉽지 않은 팀이다. 아시아 최종예선팀 가운데 최고의 피파랭킹을 자랑하는 팀으로 현재도 조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강팀이다. 한국은 A대표팀 기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7차례 격돌(2무5패)했는데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최근 5차례 원정에서 1골에 그쳤다. 현재 손흥민-황희찬-황의조로 구성된 스리톱을 앞세운다면 아자디스타디움에서의 승리도 기대할 수 있다.
전제 조건은 체력과 컨디션 관리다. 효율적인 선수 운영을 고려한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결코 시리아를 얕보기 때문은 아니다. 이라크-레바논을 상대로 홈 2연전에서 1골 넣고 승점4 수확에 그친 벤투호가 그런 여유를 부릴 수는 없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시리아는 분명 한국이 홈에서 제압할 수 있는 상대다. 유럽파에 대한 의존도를 조금은 낮출 만한 여지는 있다. 환경과 여건이 된다면 당연히 유럽파들을 풀타임 풀가동하는 것이 좋다. 그럴 환경과 여건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유럽파 의존도도는 이란 원정 때 높아도 괜찮다. 그때를 위해 시리아전에서는 벤투 감독이 엄선한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해야 한다. 그것이 내용과 결과 모두 합격을 받을 수 있는 길이다. 반성과 복기가 없다면 ‘원정팀의 무덤’ 이란 아자디스타디움서 쓰디쓴 참패를 맛볼 수 있다. 승점6이 목표라는 벤투 감독에게 투트랙이란 검토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실행해야 할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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