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화환 된 462인치 벽..로비야, 정원이야

최동현 2021. 10. 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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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재개관 리움미술관 가보니
'로툰다' 본떠 미술관 아이덴티티(MI) 리뉴얼
'거대한 여인III' 작품가만 수천억
디지털가이드로 작품해설·위치검색
올해 상설전·기획전 무료 개방키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삼성 리움미술관 전경.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5일 찾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 리움미술관. 미술관 초입에 들어서자 새롭게 리뉴얼 된 미술관 로고가 햇살을 머금고 반짝였다. ‘Leeum’이라는 글자만 새겨져 있던 과거와 달리 리움 내부의 상징적 건축공간인 로툰다(나선형 계단)를 본떠 만든 심볼이 시선을 더욱 잡아끌었다.

1층 로비에 들어서자 가로 11.3m, 세로 3.2m(462인치)에 달하는 초대형 ‘미디어 월’이 펼쳐졌다. 이는 삼성전자의 기술로 만든 디스플레이로 현존하는 최고화질인 5000만화소 이상의 해상도를 지원한다. 화면에 미국 출신 영상미디어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화환’이 상영되자 로비는 일순간에 정원으로 바뀐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리움 관계자는 "리움이 2004년 개관 당시부터 설치해온 미디어 월 중 가장 큰 규모"라며 "앞으로 국내외 작가의 디지털 미술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리움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미디어 월'.

본격적인 전시 관람에 앞서 로비에서도 2점의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중 로툰다 창문과 천장에 특수필름을 붙여 만든 김수자의 ‘호흡’은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로비에서 미술관 천장까지 나선형으로 이어진 로툰다를 올려다보면 오색찬란한 빛의 스펙트럼을 경험할 수 있다. 천장과 창문에 햇빛이 들어오는 양에 따라 색이 시시각각 바뀐다. 240여개 숯을 벽을 쌓듯 세워 둔 이배 작가의 ‘불로부터’도 로비에 설치돼 있다.

안내직원이 갤럭시노트 크기의 ‘디지털 가이드’를 건넸다. 이는 리움이 제공하는 ‘내 손 안의 도슨트’ 서비스로 2004년 1세대, 2013년 2세대에 이어 이번 재개관에 맞춰 3세대 서비스로 업그레이드 됐다. 가이드를 목에 걸고 작품에 다가서자 화면에 해당 작품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버튼이 생긴다. 이를 누르자 해당 작품의 사진·영상과 해설이 재생된다. 지도를 누르면 전시장 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감상하고 싶은 작품을 검색하면 최적의 동선으로 작품을 찾아갈 수 있게 해준다.

리움미술관의 3세대 '디지털 가이드' 전자기기.

리움은 오는 8일 재개관에 맞춰 상설전과 기획전을 연다. M1 전시관에서는 ‘고미술 상설전’이 열린다. 국보 6점과 보물 4점 등 160점(고미술 154점·현대미술 6점)의 미술품이 전시된다. 이곳의 백미는 로툰다를 직접 밟고 내려오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4층 고려청자부터 시작해 3층 조선의 분청사기와 백자, 2층 고서화, 1층 불교미술 등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작품을 둘러볼 수 있다. 로툰다 계단을 내려올 땐 시계 반대방향으로 걷게 되는데 마치 시공간을 뚫고 역사의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느낌마저 든다. 이곳엔 전통미술에 박서보·정상화 등 현대미술 작가를 연결시킨 컬래버 전시도 설치돼 있다.

리움미술관의 나선형 계단 '로툰다'. 김수자의 '호흡' 작품이 설치돼 있다.

M2 전시관은 ‘현대미술 상설전’으로 꾸려졌다. 2층에서 지하 1층까지 회화·조각·설치 등 76점으로 구성됐다. 2층의 테마는 ‘검은 공백’으로 전통 수묵화에서 현대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작품에 등장한 검은색에 집중했다. 전시장 초입에는 한자 ‘玄(현)’을 형상화한 최만린의 ‘현(玄)’ 조각품이 검은색 특유의 오묘함과 심오함을 드러낸다.

로비에서 기획전시실인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엔 스위스 출신의 조각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1960)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 작품은 ‘이건희 컬렉션’ 기증품에 포함될지 여부로 올해 미술계의 큰 관심사였다. 작품 가격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뼈대만 남은 듯한 여인의 기다란 인체를 청동으로 표현한 자코메티의 대표작이다.

리움미술관 내부에 설치된 스위스 조각가·화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III(1960)'.

기획전은 리움 그라운드갤러리와 블랙박스, 공용공간 등을 활용해 마련됐다. ‘인간, 일곱개의 질문’이라는 주제로 회화·조각·설치·사진·영상 등 국내외 51명의 작가와 13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21세기 급변하는 환경에서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고찰하고 미래를 가늠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태현선 리움 수석큐레이터는 "전시 기획을 위해 2019년 하반기부터 이서현 리움 운영위원장(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회의하면서 보편적인 주제로 자체 소장품을 적극 활용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면서 "소장품 중 인간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고 준비 과정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기획전 주제를 ‘인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리움은 앞으로 상설전을 무료로 개방할 계획이다. 그동안 폐쇄적이었던 운영에서 대중에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겠다는 취지다. 기획전은 연말까지만 무료로 연 뒤 내년부터는 유료로 전환한다. 아울러 상설전과 기획전의 공간적 구분 없이 전시 형태도 개편할 계획이다. 김성원 리움 부관장은 "앞으로 리움에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인데, 그중 하나가 M2 전시관을 상설전과 기획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또 상설전의 경우 과거와 같은 연대기 방식이 아닌 기획과 콘셉트가 들어간 새로운 형태의 전시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리움미술관 전시장 내부 전경.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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