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하준 "'오징어 게임'으로 책임감 막중해졌죠" [쿠키인터뷰]

김예슬 2021. 10.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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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황준호 역을 연기한 배우 위하준.   넷플릭스 제공
[쿠키뉴스] 김예슬 기자 =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오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형사 황준호는 결이 조금 다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목숨을 내걸고 게임에 뛰어드는 참가자와 달리, 준호는 형을 찾겠다는 일념 하에 위험한 소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가면을 쓰고 있지만 늘 정체가 발각될 위기를 안고 있다. 위험을 무릅쓴 그는, 그 세계를 관찰하고 행동한다. 형을 만나겠다는 명확한 목적만이 있을 뿐, 그 외 마음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해하기엔 쉽지 않은 캐릭터다.

황준호를 연기한 배우 위하준은 최근 쿠키뉴스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을 “어려움이 많았던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연기 전부터 많은 걸 준비해야 했다. 부족한 전사(前史)뿐만 아니라, 가면을 쓰고 있어 표현에 핸디캡까지 있던 캐릭터다. 가면에 가려진 감정은 특유의 중저음으로 세밀히 표현했다. 눈빛이 겉으로 보이진 않아도 시선처리 하나하나 신경 썼다. 드러나지 않는 부분일지라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던 그의 우직함은 황준호 캐릭터를 더욱 실감 나게 살려냈다.

“복장이 갖춰져 있다 보니 그로부터 오는 긴장감이 있었어요. 덕분에 몰입이 더욱 쉬웠죠. 어려운 부분도 물론 있었어요. 제 나름대로 계산해서 연기해도 가면을 쓰니까 가늠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과감해져야 했어요. 더 큰 액션을 취했고, 가면을 쓴 상태여도 미묘하게 변하는 눈빛이나 호흡을 잘 유지하려 했죠. 그래야 행동에서 나오는 연기가 잘 나올 테니까요. 가려져있으니까,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극 중 황준호는 철저히 혼자다. 홀로 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른 캐릭터들과의 교류도 없다. 시청자에게 게임 이면에 감춰진 은밀한 세계를 보여주는 역할이다. 그 과정에서 긴장감을 끌고 가는 것 역시 오롯이 그의 몫이 됐다. 캐릭터의 균형을 잡아가는 건 고민의 연속이었다. 경찰임에도 형을 찾겠다는 일념 하에 불법적인 일을 자행하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형과는 비극적으로 재회한다. 황준호를 표현하는 건, 외로운 싸움이었다.

“긴장감을 가져가는 게 숙제였어요. 형사 황준호와 형을 찾는 동생 황준호, 두 모습으로 존재해야 했으니까요. 결국 해답은 내면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데에 있더라고요.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어서 타당성을 찾기 위해 골몰했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한 인간으로서 형을 찾기 위한 마음이 컸다는 거예요. 형사이기 전에 형의 동생이니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였죠. 그런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개인적으론, 준호가 살아서 시즌 2는 형제의 이야기로 풀리길 바라고 있어요.”

2015년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으로 데뷔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해온 그다. 그럼에도 ‘오징어 게임’은 새로웠고, 색달랐다. 그의 출연작 중 최고치로 흥행 중인 작품이기도 하다. “과분할 정도의 사랑을 받고 있어 놀랍고 신기하다”며 웃는 그에겐 설렘이 느껴졌다. ‘오징어 게임’으로 위하준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SNS 팔로워는 30만명에서 580만명으로 훌쩍 뛰었다. 댓글엔 세계 각국의 언어가 즐비하다. 뜻하지 않게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황준호 역을 연기한 배우 위하준.   넷플릭스 제공

“제가 ‘집돌이’라서 인기를 크게 실감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최근 동네에서 마스크와 모자를 썼는데도 ‘오징어 게임’ 형사 아니냐고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부모님도 작품이 나오자마자 바로 전편을 보셨대요. 그만큼 몰입이 잘 됐다고 하셔서 기뻤어요. ‘오징어 게임’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저를 알리게 된, 고맙고도 영광스러운 작품이에요. 책임감도 막중해지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동시에 생겼어요.” 

위하준에게 ‘오징어 게임’은 동기부여이자 새로운 자극이 됐다. 선배 배우 이정재를 보고선 연기 변신에 대한 자극을 받았고, 황동혁 감독의 세세한 디렉션을 통해서는 표현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익혔다. 그는 차기작인 tvN ‘배드 앤 크레이지’로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에 나선다. ‘오징어 게임’으로 얻은 배움을 십분 반영하겠다는 각오다.

“제가 새롭게 연기할 캐릭터는 코믹스럽고 망가져야 하는 부분이 많아요. 그런 점에서 이정재 선배님이 연기한 성기훈은 제게 많은 깨달음을 줬죠. 황 감독님 덕분에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쓰며 연기할 수 있었고요. 여러 가지를 배운 만큼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과거엔 틀에 박힌 연습만 했지만 이젠 많은 걸 내려놓고 연기를 바꿔나가려 하거든요. 믿고 보는 배우가 제 꿈이니까,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더욱더 열심히 할 거예요.”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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