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대통령이 허벅지를.." 덴마크 前총리 뒤늦은 미투

정은혜 2021. 10.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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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덴마크 첫 여성 총리에 취임한 헬레 토르닝 슈미트. 사진은 2011년 11월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덴마크 전직 총리가 뒤늦은 '미투'에 가담했다. 지난해 코로나19 감염으로 별세한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텡 전 프랑스 대통령(94세 사망)이 과거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것이다. 폭로자는 헬레 토르닝 슈미트(54) 전 총리다. 토르닝 슈미트는 덴마크 첫 여성 총리로 2011~2015년 나라를 이끌었다.

4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레프, 프랑스24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자신의 회고록 『금발의 생각(Blondinens betragtninger)』 출간 기념 기자회견에서 책의 발췌문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사건은 2002~2003년경 코펜하겐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 만찬 자리에서 벌어졌다.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은 당시에도 퇴임한 전직 대통령(1974~1981년 재임)이었지만 2001~2003년 유럽연합(EU) 헌법 초안 작성을 주도했고 만찬은 이와 관련한 자리였다고 한다. 토르닝 슈미트 전 총리는 당시 헌법 초안 작성에 참여하고 있었다.

헬레 토르닝 슈미트 전 덴마크 총리가 4일(현지시간) 코펜하겐에서 자신의 회고록 '금발의 생각' 출간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은 1974년 우파 후보로 나와 좌파 후보인 프랑수아 미테랑을 밀어내고 48세에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프랑스의 대내외적 개혁을 이끌고 후엔 유럽경제공동체(EEC)를 강화해 유럽연합(EU)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야말로 정치적 거물이었다.

토르닝 슈미트 전 총리는 사건 당시 70대의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옆자리로 앉는 것은 봤지만, 손을 테이블 밑으로 넣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토르닝 슈미트 전 총리는 "그는 테이블 아래로 나의 허벅지를 움켜 잡았다"며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는 이를 성희롱으로 문제 삼을 만한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었다"고도 주장했다.

지스카르 데스텡 총리는 퇴임 후 수차례 성추문에 휘말린 바 있다. 지난 2018년에는 독일 공영방송 기자를 자신의 사무실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헬레 토르닝 슈미트 전 덴마크 총리가 지난 1일(현지시간) 코펜하겐에 있는 자택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토르닝 슈미트 전 총리는 '뒤늦은 미투'의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덴마크 미투 운동의 불씨가 꺼져가는 것을 우려해 침묵을 깨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과거 성추행을 문제 삼지 않았던 이유로 "나는 취약한 피해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일을 경험하는 '종류'의 여성은 없다.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일"이라며 "나쁜 경험을 한 수많은 여성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싶기 때문에 지금이 발언할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이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이 부적절한 행동의 잠재적 대상이라는 인식을 제고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르닝 슈미트 전 총리는 2015년 퇴임한 이후 사회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2019년까지 국제 구호 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대표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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