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8000만원 뛸 때 월급은 그대로..미국도 힘든 '내집 마련'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 거주하는 페레리스 부부는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지난 2년간 허리띠를 졸라맸다. 자가용을 팔고, 부업까지 하며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꿈은 멀기만 하다. 이 지역 8월 평균 집값은 33만10000달러(3억9289만 원)로 지난해보다 6만6000달러(7800만 원) 올랐다. 지금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매달 2000달러(237만원)씩 갚아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부의 월 대출상환금 가능액은 최대 1600달러(190만원). 2년 전과 비교해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은 탓이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연은)의 ‘주택 구매 가능성’ 분석 자료를 인용해 미국인의 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애틀랜타 연은은 지난 3개월 평균 주택 가격과 가계소득 평균을 토대로 ‘주택 구매 가능성’을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중위 가구 기준 주택담보대출 상환 비용은 소득의 32.1%를 차지했다. 2008년 11월 기록한 34.2% 다음으로 높은 수치로,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약 3%p 상승했다.
WSJ은 주택가격은 빠르게 상승하는 데 반해 소득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 가격은 지난 4개월 연속 최고 상승 폭을 기록하고 있다.
그 이면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증가한 교외 지역 주택 수요가 있다. 길어진 봉쇄령에 사람들이 복잡한 도시보다 한적한 외곽을 찾기 시작하면서다. 한정된 주택 물량은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를 맞추지 못했고, 매물 부족에 집값은 치솟았다.
반면 소득 증가 속도는 주택가격을 따라잡지 못했다. 애틀랜타 연은이 최근 집계한 7월 중위 주택 가격은 34만2350달러(4억600만원)로 전년 대비 23%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위 가구 소득은 6만7031달러(7900만원)로 3%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저금리로 대출 부담이 낮았고, 집값 상승 속도도 평이했다. 하지만 주택가격 상승 폭과 소득 증가 폭의 격차가 벌어지며 대출 부담은 더 커졌고, 상환금의 압박도 높아졌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이런 현상이 소득 대비 주택담보 대출 비율이 높았던 2008년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일자리 감소와 소득 증가에 한계가 있던 시기다. 집값도 하락세였다. 많은 미국인이 집값에 비해 큰 빚을 지고 있었지만, 모든 것이 함께 하락하던 때였다. 반면 현재는 소득도 오르고, 집값도 오르고 있는 상태로, 집값 증가세가 소득 증가세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게 다르다고 WSJ은 진단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주택 상황은 앞으로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은 집값이 올라도 대출금리가 낮아 은행 대출로 집을 샀지만, 이제는 급등한 집값에 금리 인상까지 겹쳐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택금융스타트업 하우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랄프맥로플린은 “무주택자들의 주택 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이들은 주택 구매를 위해서 매월 소득의 상당수를 대출금 상환에 쏟아붓거나 주택 구매를 포기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8월 조사에 따르면 주택 구매 희망자 가운데 약 63%는 “지금은 집을 사기 힘든 시기”라고 답했다. 이는 작년 대비 35% 상승한 수치다.
이민정 기자·장민순 리서처 lee.minjung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유동규 유원홀딩스, 친이재명 인터넷매체와 수상한 동업
- 가수 홍자 "화이자 1차 접종, 멀쩡하더니 2주뒤 전신 이상"
- 한밤 아파트 울린 비명...경찰은 7층까지 뒤져 주민 살렸다
- "지사님께 개기다 끌려간다" 대장동 저격 시의원에 온 문자
- "인분 먹이고, 알몸 8시간 베란다" 과외쌤의 10년 노예
- 히말라야 '이재명 삼행시' 응원 논란...조철희 대장 "개인 소신"
- '文케어' 김용익 이사장님, 난치병 치료보다 대선 보은입니까 [박한슬이 저격한다]
- "에미넴이 왜 여기서 나와" 파스타집 서빙남 변신 깜짝 [영상]
- "대전판 화천대유 노린 것"...6000억짜리 대전터미널 무슨일
- "어떤 女 찾으세요?" 연봉 1억 포주, 모텔까지 통째로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