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8000만원 뛸 때 월급은 그대로..미국도 힘든 '내집 마련'

이민정 2021. 10.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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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 탬파에 거주하는 페레리스 부부는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지난 2년간 허리띠를 졸라맸다. 자가용을 팔고, 부업까지 하며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꿈은 멀기만 하다. 이 지역 8월 평균 집값은 33만10000달러(3억9289만 원)로 지난해보다 6만6000달러(7800만 원) 올랐다. 지금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매달 2000달러(237만원)씩 갚아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부의 월 대출상환금 가능액은 최대 1600달러(190만원). 2년 전과 비교해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은 탓이다.

지난 2월 미 캘리포니아주 시미벨리 지역에 새롭게 지어진 주택.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연은)의 ‘주택 구매 가능성’ 분석 자료를 인용해 미국인의 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애틀랜타 연은은 지난 3개월 평균 주택 가격과 가계소득 평균을 토대로 ‘주택 구매 가능성’을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중위 가구 기준 주택담보대출 상환 비용은 소득의 32.1%를 차지했다. 2008년 11월 기록한 34.2% 다음으로 높은 수치로,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약 3%p 상승했다.

WSJ은 주택가격은 빠르게 상승하는 데 반해 소득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 가격은 지난 4개월 연속 최고 상승 폭을 기록하고 있다.

그 이면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증가한 교외 지역 주택 수요가 있다. 길어진 봉쇄령에 사람들이 복잡한 도시보다 한적한 외곽을 찾기 시작하면서다. 한정된 주택 물량은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를 맞추지 못했고, 매물 부족에 집값은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매매로 나온 주택. [AFP=연합뉴스]


반면 소득 증가 속도는 주택가격을 따라잡지 못했다. 애틀랜타 연은이 최근 집계한 7월 중위 주택 가격은 34만2350달러(4억600만원)로 전년 대비 23%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위 가구 소득은 6만7031달러(7900만원)로 3%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저금리로 대출 부담이 낮았고, 집값 상승 속도도 평이했다. 하지만 주택가격 상승 폭과 소득 증가 폭의 격차가 벌어지며 대출 부담은 더 커졌고, 상환금의 압박도 높아졌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이런 현상이 소득 대비 주택담보 대출 비율이 높았던 2008년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일자리 감소와 소득 증가에 한계가 있던 시기다. 집값도 하락세였다. 많은 미국인이 집값에 비해 큰 빚을 지고 있었지만, 모든 것이 함께 하락하던 때였다. 반면 현재는 소득도 오르고, 집값도 오르고 있는 상태로, 집값 증가세가 소득 증가세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게 다르다고 WSJ은 진단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주택 상황은 앞으로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은 집값이 올라도 대출금리가 낮아 은행 대출로 집을 샀지만, 이제는 급등한 집값에 금리 인상까지 겹쳐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택금융스타트업 하우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랄프맥로플린은 “무주택자들의 주택 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이들은 주택 구매를 위해서 매월 소득의 상당수를 대출금 상환에 쏟아붓거나 주택 구매를 포기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8월 조사에 따르면 주택 구매 희망자 가운데 약 63%는 “지금은 집을 사기 힘든 시기”라고 답했다. 이는 작년 대비 35% 상승한 수치다.

이민정 기자·장민순 리서처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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