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동철 칼럼] 대장동 이권 카르텔 연루된 전관 법조인들

라동철 2021. 10. 6.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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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세력과 관할 행정 기관
고위 판검사 출신 법조인 등이
주·조연으로 참여해 천문학적
개발이익 챙긴 대형 비리 사건

과거 대장동 로비 의혹 수사
책임자까지도 게이트 몸통인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활동한
것은 법조 윤리 파탄을 상징

법조계 신뢰 갉아 먹는 전관
특혜 관행에 엄격한 사법적
도덕적 잣대를 적용해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유력 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비리 사건을 지칭하는 게이트로 번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유력 법조인과 정치인들이 속속 수사 선상에 오르고 있고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모양새다.

대장동 게이트는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복마전이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와 천화동인(1~7호)이라는 소수 민간사업자와 투자자들이 지난 3년간 4000억원대의 배당금을 챙겼고 분양 수익까지 합치면 수익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하니, 대다수 서민들은 허탈감과 박탈감,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게다. 민관 합동 개발이고 사업 시행자인 성남의뜰 지분의 7%를 소유한 소수의 개인투자자들에게 천문학적인 수익이 돌아가는 사업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의문이다. 검찰과 경찰은 사업 설계 및 인허가, 이후 진행 과정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위법이 있었다면 그게 누구든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대장동 돈잔치가 더더욱 씁쓸한 것은 토건 투기세력과 유력 법조인·정치인들이 얽힌 이권 카르텔을 다시금 확인해서다.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의 법률 자문 등을 담당한 고문들의 면면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낸 권순일 전 대법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 최서원(최순실)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 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 원유철 전 의원 등으로 짜여진 초호화 고문단이다.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는 “좋아하는 형님들로, 멘토 같은 분들이라 모셨다. 대가성은 없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까. 김씨가 자선 사업가도 아닌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을 유력 법조인들을 무더기로 고문으로 영입해 고액의 자문료를 지급한 것은 사업상 필요해서였을 것이다.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시작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고문료 등으로 사용한 지급 수수료만 198억원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용처와 고문들의 역할을 규명해야 한다.

이른바 전관예우로도 불리는 전관 특혜는 우리 법조계의 신뢰를 훼손하는 고질 중의 고질인데, 대장동 게이트는 이 고질병이 여전히 기승떨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위 판검사들이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해 단기간에 공직 때 연봉의 수십 배를 챙긴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대검찰청 중수부 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 검사’ 홍만표 전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2011년 퇴임 후 16개월 동안 수임 수익이 국세청에 신고한 것만 110억원이었다. 안대희 전 대법관,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용준 전 대법관 및 헌법재판소장 등 전관 특혜로 거액의 수임료를 챙긴 사실이 드러나 공직 임명이 무산되거나 구설에 오른 판검사 출신들이 부지기수다.

전관 특혜는 인맥을 이용해 수사나 재판을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사법 신뢰를 갉아 먹는 비리다. 의뢰인들이 현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인에게 거액을 주고 사건을 맡기는 것은 그 값을 할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게다. 판사와 검사로서 법질서와 정의를 수호하는 일에 복무했던 이들이 퇴직하자마자 그들이 수사하고 단죄해 왔던 이들의 방패막이로 전락하는 걸 지켜보는 건 당혹스러운 일이다. 판검사 시절 그들이 외쳤던 ‘거악 척결’ ‘정의 실현’은 과연 무엇을 위한 구호였던 걸까. 퇴임 후 몸값을 높이기 위한 수사였단 말인가. 화천대유 고문 중에는 2015년 대장동 개발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의 수사 책임자였던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도 포함돼 있다. 법조 윤리의 파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인 곽상도 의원은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고, 박 전 특검의 딸은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아 자산을 8억원가량 불린 사실이 드러나 이들이 단순 자문 이상의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전관 특혜, 전관 비리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외치는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은 공허하고 정의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대장동 게이트의 한 축을 떠안은 전관 출신 법조인들에게 더더욱 엄격한 사법적·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이유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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