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기시다에 기시다' 그리고 가토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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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놓고 현지에선 '기시다에 기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는 가토의 난 당시 많은 사람들이 돌아섰지만 혈판장(血判狀)을 쓰고 반란 측에 끝까지 가담했다.
가토의 난 실패 후 기시다 총리는 "정치가로서 승부를 걸었을 때는 절대로 져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주군으로 모셨던 가토 전 간사장은 비록 정권 전복에는 실패하고 몰락했지만 우리에겐 친숙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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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놓고 현지에선 ‘기시다에 기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우리말로 치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하다’는 것인데 말이나 행동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시다 총리에게는 우유부단하다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고 한다. 어떤 중요 사안에 대해 가급적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지 않고 대세에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2015년 파벌 모임에서 헌법 개정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격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태도를 바꾼 일화도 있다.
그의 좌우명도 이를 대변하듯 천의무봉(天衣無縫)과 춘풍접인(春風接人)이다. 자연스러워 조금도 꾸민 데가 없고, 사람을 대할 때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지 총리 취임 후 각료 인선에서도 막후 실력자인 아베 전 총리의 주요 측근들이 대거 기용됐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등 한·일 현안 주무 장관들이 대부분 극우 인사로 채워졌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에게는 또 다른 평가가 존재한다. 개인의 본심과 밖으로 드러내는 말이 다른 일본 특유의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전형이라는 것이다. 본심을 숨기고 때를 기다려 에도 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비견될 수 있겠다.
기시다 총리는 사실 강단 있는 인물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2000년 일본 정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토의 난’이다. 가토의 난은 당시 가토파 수장이던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이 정권 전복을 꿈꿨지만 실패로 끝난 사건이다. 가토 전 간사장은 당시 모리 요시로 총리를 몰아내기 위해 야당의 내각 불신임안에 찬동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가토파는 현재 기시다 총리가 수장으로 있는 파벌 고치카이(기시다파)의 전신이다. 기시다 총리는 가토의 난 당시 많은 사람들이 돌아섰지만 혈판장(血判狀)을 쓰고 반란 측에 끝까지 가담했다. 가토의 난 실패 후 기시다 총리는 “정치가로서 승부를 걸었을 때는 절대로 져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는 또 곱상한 외모와 달리 타고난 술꾼이자 두주불사로 유명하다. 자민당 청년국 간부 시절 술이 센 대만 정치인 여럿과 회합한 장소에서 홀로 술 종류를 가리지 않고 대적해 이긴 사건은 일본 정가에서 ‘기시다의 주당 전설’로 불린다. 외무상 시절 같은 주당으로 이름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 당시 술 대결을 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인접국인 우리로서는 기시다 총리가 우유부단함보다는 속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면을 보여주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인다. 사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고치카이는 원래 이웃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파벌이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주군으로 모셨던 가토 전 간사장은 비록 정권 전복에는 실패하고 몰락했지만 우리에겐 친숙한 인물이다. 그는 1992년 관방장관 시절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여를 처음으로 인정한 ‘가토 담화’의 주인공이다.
때마침 기시다 총리는 정권을 잡자마자 예상을 깨고 중의원 선거를 이달 말로 앞당겼다. 그가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아베의 그늘에서 벗어나 고치카이의 목표를 수행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그저 ‘기시다에 기시다’로 계속 남게 된다면 한·일 관계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무릇 외교뿐 아니라 모든 만남에선 상대의 성향과 정확한 모습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기시다 총리의 본 모습은 어떤 것일까. 면밀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
모규엽 국제부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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