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뤽상부르 공원에서 책을 읽다

2021. 10. 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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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나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일상에 긴장감이 떨어져 책이 읽히지 않을 때면 나를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내던지는 버릇도 생겼다.

유동인구가 많아서 나를 슬쩍 훔쳐보게 되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찾아가서 책을 펼친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나의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주변 풍경이 한층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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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하 시인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나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 눈에 나도 하나의 풍경으로 피어나기 때문이다. 프랑스 여행 중일 때 매일 책과 샌드위치를 들고 파리 뤽상부르 공원에 갔었다. 그곳에서 책을 읽고 샌드위치를 먹는 일정이 나의 모든 순간을 시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었다. 공원에 모여 여유를 만끽하는 프랑스인은 모두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나도 누군가의 눈에 한 폭의 그림으로 보일 수 있을까 꿈꿔보던 찰나에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수박처럼 큰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 자신을 사진가라고 소개한 남성은 지금 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가고 싶다고 했다. 나무 아래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극찬하면서 말이다.

그날, 풍경 안에서는 사람도 하나의 풍경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고 옷매무새를 다듬는 버릇이 생겼다. 일상에 긴장감이 떨어져 책이 읽히지 않을 때면 나를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내던지는 버릇도 생겼다. 내던져진 자리에선 아름다워 보이려고 책을 펼치게 된다. 스마트폰을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책만 펼치게 된다. 스마트폰을 바라보면 어쩐지 내가 덜 멋진 사람이 된 것 같다. 편하게 있어도 되는 카페에서도 나는 모든 욕구를 억누르고 오직 책만을 펼친다.

책을 읽으면 가족과 친구를 만났을 때 나눌 이야기가 더욱 풍부해진다. 맛집에 대한 정보나 주변 지인들의 소식을 나누는 건 지루하고 소재도 금방 동나버린다. 가슴과 정신에 남는 것도 없다. 조금이라도 더 양질의 대화를 나누고자 책을 읽는다. 유동인구가 많아서 나를 슬쩍 훔쳐보게 되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찾아가서 책을 펼친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나의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주변 풍경이 한층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책 읽는 사람은 모두가 아름답다. 그러므로 오늘도 난 책을 들고 풍경 속으로 자연스레 녹아든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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