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情談] 오픈 발코니라고?

2021. 10. 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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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


지난달 말 서울시가 ‘오픈 발코니’라는 것을 추진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서울시나 자치구가 건축물 설계안을 심의할 때 지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성인 6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약 2.5m 폭의 공간을 앞마당처럼 쓸 수 있게 해서 코로나 시대에 집에 갇혀 있는 시민들이 맑은 공기를 쐴 수 있도록 구해낸다는 것이다. 가상한 발상이지만 선뜻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발코니란 건물의 외벽에 허공으로 바닥을 지어낸 공간을 말한다. 당연히 벽이 없으니 모든 발코니가 오픈인데 오픈 발코니라고? 논리적으로 중복이거나 모순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니 크게 모순되는 용어도 아니다. 즉, 막아 쓰는 발코니가 있다는 것이다.

발코니는 공동주택에 제공되는 공간이다. 바닥만 있고 벽이 없으니 건축 공간이 아니어서 면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건물의 용적률이나 건폐율을 산정할 때도 빠지는 서비스 공간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바닥만 있기는 하지만 윗집 바닥을 지붕 삼아 벽을 세우기만 하면 거실과 방이 넓어지는 것이다. 우후죽순으로 발코니를 막아 작은 집을 늘렸다. 당국은 위법으로 규정했지만 개인 공간이라서 단속도 어렵고 민원도 끊이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정말 큰 문제가 생겼다. 2005년 건설교통부가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한 것이다. 전체 가구의 약 40%가 이미 발코니를 확장해 내부 공간으로 쓰고 있고, 단속도 어려우며 세금 기준이 면적이 아니라 가격으로 바뀌었으니 단속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커다란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은 장관의 결심뿐이었다. 고시를 통해 시행령을 바꿔 간단하게 전국의 모든 발코니 확장 문제가 해결됐다.

예상외의 여파가 뒤따랐다. 기존의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한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확장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한 길고 좁은 세대로 짓기 시작했다. 발코니 개수가 많으면 그만큼 많이 넓힐 수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20평 아파트가 30평처럼 보이는 마법이 나타났다. 건설회사는 이걸 설계 신기술이니 친환경이니 광고했지만, 사실은 탐욕과 방치의 결과였을 뿐이다.

오늘날 건축과 도시, 나아가서는 부동산 문제를 가로지르는 핵심에는 발코니 확장이 있다. 첫째는 불법을 용인한 것이며 둘째는 구조와 화재의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는 환경의 문제다. 확장한 발코니는 대개 유리 한 겹으로 막은 것이어서 단열에 매우 취약하다. 기후변화를 걱정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며 단열 성능을 강화하는 세계 건축 추세에 비춰보면 매우 반환경적이다. 냉난방에 쓰이는 에너지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도시 건축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법규에서 정한 용적률이나 건폐율을 실질적으로 초과하는 것은 약과다. 남쪽을 향해 최대한 넓게 단위 세대를 만들다 보니 아파트 건물은 얇아진다. 줄어든 세대수는 맞춰야 하니 길어지는데, 또 옆 동과 거리를 떼어야 하니 기괴한 모습으로 구부러진다. 그러고는 필요 이상 높은 층으로 짓게 된다. 재건축이 지연되고 있는 몇몇 아파트 단지는 층수 문제로 당국과 대립하느라 늦어지고 있는 점만 봐도 도시, 부동산 문제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거기에는 발코니 확장 문제가 있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이 모든 문제를 외면하면서 ‘오픈 발코니’를 유도하겠다는 발상은 무책임하다. 그마저 막아 쓰겠다고 하면 그때는 어떤 대책이 있는가? 도시의 건축은 개인의 필요와 욕망을 충족하면서도 도시 전체를 배려하는 일이다. 개인의 탐욕 때문에 건축의 외관을 흉측하게 만들고 도시를 볼품없게 하는 것은 도시의 건축이 아니다. 그걸 규제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임무일진대, 정작 중요한 것은 외면하고 새로운 위법의 싹을 틔우겠다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기사에 함께 실린 자료사진은 화사한 유럽의 발코니였다. 그게 부럽다면 먼저 발코니 확장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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