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레츠 고 9988] 50대 남성 10명 중 1명이 미혼, 평생 혼자 살 가능성 크다

신성식 2021. 10. 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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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지난해 50대 미혼 인구는 62만 명이다. 50대 전체 인구의 7.4%이다. 남성이 44만 명으로 여성(18만 명)의 2.4배에 달한다. 남성 10명 중 1명(여성은 0.44명)이 미혼이다. 10년 전에는 18만 명이었다. 인구학에서 50대 미혼이면 평생 미혼으로 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정남수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은 “50세까지 결혼을 안 했거나 못한 사람은 평생 혼자 살 수도 있다”며 “30대 미혼율이 올라갔지만 50대 미혼율도 크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구학)도 “50세 넘어서 미혼이면 평생 미혼으로 살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53)씨는 30대 후반까지 여자를 사귀었고, 그 후로는 혼자 산다. 어머니가 “같이 살자”고 사정해도 응하지 않는다.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하다. 회사 숙소에서 동료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일이 많다. 공장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는데, 기술이 탄탄해 월 400만원(세후 기준) 넘게 번다. 혼자 사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는 “결혼은 이미 글렀다. 주변에 마땅한 상대가 없고, 자리를 만들어 주지도 없다. 무엇보다 내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가족이 “외국인 신부라도 알아봐 줄까”라고 하면 단호하게 거부한다. 아무도 결혼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 10년 전보다 3배로…여성의 2.4배
급변하는 세상 ‘자발적 비혼’ 늘어
사회적 부양 부담 증가 우려도 커
질병에 취약, 지역돌봄 체제 필요

한국 사회 다양성 확대 방증

이씨의 사례는 50대 미혼의 특성을 보여준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그동안 (결혼) 기회가 있었는데 선택하지 않았거나, 필요한 요소를 갖추지 못해 기회를 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 교수는 “배우자로서 매력이나 외모, 경제력 등을 따지다 보면 만남의 기회가 적어지고 사회생활하면서 눈높이가 높아지거나 서로 맞지 않게 된다”며 “혼자의 삶 패턴이 만들어지면서 결혼을 불필요하게 여기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50대 중반의 여성도 결혼 생각을 접은 지 오래다. 일해서 돈을 벌고 있고, 자그마한 아파트에서 산다. 결혼한 동생과 아주 가깝게 지낸다. 조카를 자식처럼 챙길 때가 많다. 주변에 미혼인 50, 60대가 있어서 그리 외롭지도 않다.

50대 미혼인구 변화

전문가들은 50대 미혼 증가가 가져올 평생 미혼 증가를 새로운 문화의 등장으로 분석한다. 조영태 교수는 “평생 미혼 증가를 문제로 볼 필요가 없고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커진 것으로 봐야 한다. 4인 가구가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라고 말한다. 조 교수는 “이들이 경제적으로 더 취약하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동안 몰랐던 (평생 미혼) 인구가 느는 것이어서 항후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호선 교수도 “이제 혼자 살 수 있는 사회가 됐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틀에서 평생 미혼 증가를 사회적 부담으로 보는 것은 착각이다. 이런 변화에는 과학·의학·문화 코드의 변화가 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혼자 사는 남성이 성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보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성적 욕구를 대신하는 것이 많아져 그런 욕구를 그리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부양부담 증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은평구 김모(50)씨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여성을 제대로 사귄 적이 없다. 뇌질환을 앓는데 약물로 잘 조절한다. 김씨는 정규직 일자리를 가진 적이 없다. 카드회사 단순 보조일과 아르바이트, 막노동을 했다. 병이 있는 데다 술을 못 마셔 정규직 일자리나 결혼에 도전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70대 부모에게 얹혀산 지 오래다. 아파트 관리일을 하는 아버지 수입에 기대서 산다. 김씨의 동생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떡할지 걱정”이라고 말한다.

‘친구 가족’ ‘동거 가족’ 만들어야

50대 미혼인 사람은 앞으로 건강이 나빠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돌봄이 필요한 50대 중 미혼이 10%, 배우자 있는 경우가 10.5%, 사별 1.2%, 이혼 5.5%였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혼자 살면 편의점 도시락이나 배달음식에 의존한다. 이런 음식은 달고 짜고 기름지기 때문에 영향 불균형이 생기고, 혈압·혈당 관리가 안 돼 대사증후군이 생길 위험이 높다. 특히 남성이 그렇다”고 말한다. 혼자 술을 마시거나 대인관계가 좁아질 우려가 있다. 우울증 노출 위험도 크다. 오 교수는 “미혼 여성은 에스트로젠(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길어 유방암 발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우려한다.

학력별 미혼인구 비율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에는 가난하거나 전과가 있는 50대 미혼이 많았으나 지금은 자발적 미혼 또는 비혼이 늘어난다”며 “평생 독거로 살면서 건강이나 사회적 관계에서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어 사회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차상위계층이나 기초수급자, 기초연금 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충격을 받아도 이를 완화해줄 사람이 별로 없다. 이 박사는 “1인 가구 정책과 연계해 평생 독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공동체를 강화해 평생 독거인을 돌보고 친구 가족, 동거 가족을 만들어 고립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 가입을 도와주고 지역사회돌봄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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