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영준 논설위원이 간다] "북한의 전술 미사일 위협, 우리 코앞에 다가왔다."

예영준 2021. 10. 6. 00: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장 특화된 신형 무기 개발
극초음속 미사일은 세계 4번째
발사 1회 ICBM은 아직 미완이나
10차례 성공 KN23은 현실적 위협

로켓 공학자 장영근 교수가 본 북한 미사일의 진화
북한이 신형 전술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월 한 달 동안에만 서로 다른 종류의 미사일 발사를 네 차례 했다.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고 종전선언에 관심을 슬그머니 내비치면서도 올 1월 8차 당대회에서 공언한 핵능력 고도화의 길을 꿋꿋이 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군사 전략과 정치적 판단이 개입하는 문제라 여러가지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능력과 위협에 대한 평가는 기술적·공학적 분석을 동원하면 그나마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 부분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로켓 발사체 연구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공학자다. 논문 주제는 극초음속 미사일용 엔진 연구였다. 잘 알려진대로 로켓 발사체 맨 꼭대기에 탄두만 탑재하면 그게 바로 미사일이다. 장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북한 미사일 개발을 추적하고 성능을 분석해 왔고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와 킬체인 기반 연구를 했다. 장 교수의 설명을 통해 북한 미사일 능력의 진실과 위협의 실체에 한걸음 접근해 보았다.

북한 미사일을 10여년간 추적하고 분석해 온 로켓 공학자 장영근 교수가 극초음속 미사일 등 일련의 북한 신형 무기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충격
북한은 지난달 28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했다. 이미 북한이 1월 당대회에서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신형 전술핵 무기의 리스트 가운데 들어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북한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건 놀라운 뉴스였다. 지금까지 극초음속 미사일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중국 세 나라밖에 없기 때문이다.
탄도미사일 탄두는 로켓 몸통(부스터)에서 분리되고 나면 포물선 탄도를 그리며 낙하한다. 따라서 궤도를 예측할 수 있고 목표에 도달하기 전 요격이 가능하다. 그런데 미사일 맨 꼭대기에 일반적인 탄두 대신 날개가 달린 활공비행체(GV)를 장착하면 대기권 안에서는 공기의 양력(揚力)으로 비행기가 날 듯 수평으로 날아간다. 그 속도가 극초음속에 이르면 요격이 불가능하다. 굳이 복잡한 회피 기동을 할 필요도 없다. 투수의 공이 워낙 빠르면 변화구 없이 직구만 던져도 타자가 못 치는 이유와 같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활공비행체를 장착하면 마하 20(음속의 20배) 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이 과연 극초음속(마하 5 이상)에 이르렀나.
“이번에 쏜 것은 스커드 개량형 중장거리 미사일인 화성8형이다. 우리 군이 정체를 파악 못 해 우왕좌왕했다고 한다. 이번에 관측된 속도는 마하 2.5였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뭔가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 혹은 속도보다 분리 후 활공 등 비행 형상에만 초점을 두고 시험했을 가능성이다. 북한은 ‘목적했던 설계상 요구에 만족됐다’고 했다. 나중에 더 강력한 부스터로 바꾸고 속도를 높여 다시 실험할 것이다.”
-만약 마하 5의 속도를 내면 어떻게 되나.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 미사일 속도는 마하 9다. 그런데 사드는 이름에서 보듯 40㎞ 이상의 높은 고도에서만 작동한다. 이번에 북한이 쏜 것은 정점 고도 30㎞에서 아래로 내려와 수평활공을 했다. 그 정도의 고도에서 요격하는 것은 팩3 미사일인데, 문제는 마하 5를 못 따라잡는다. 우리가 보유한 철매2 중거리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정확하게 우리 미사일 방어망의 사각지대를 노린 것이라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런 정도를 개발한 것만 해도 대단한 기술력이다. 북한 것과 가장 유사한 게 중국의 둥펑(東風)17이다. 중거리 미사일로 마하 5에서 10까지 나온다.”
-9월 중순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쐈다. 이건 어떤 의미인가.
“탄도미사일은 로켓을 달지만 순항미사일은 제트엔진을 단다. 그래서 추력(推力)이 약하니까 탄두가 작을 수밖에 없어 파괴력이 약하다. 대신 표적을 쫓아다니며 낮은 고도를 날기 때문에 명중률이 높고 요격이 쉽지 않다. 그래서 주로 지대함 미사일과 같이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용도로 쓴다. 북한이 1500㎞ 사거리의 순항미사일을 개발한 것은 유사시 주일미군 기지에서 군인과 장비를 싣고 한반도로 들어오는 함정을 때리기 위한 것이다. 사실 순항미사일은 우리가 더 앞선다. 그래도 북한이 1500㎞까지 개발한 건 위협이다. 한반도 전장의 환경에 맞춘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지난달 15일 터널을 빠져 나온 기차 위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연합뉴스]

-제재를 받아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도대체 언제 이런 능력을 갖췄을까.
“1월 당대회에서 신형무기 개발을 공언하고 무기를 열거한 것은 이미 그 때 설계는 완성했다는 의미다. 그걸 하나씩 차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사일 엔지니어만 1000명 정도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모든 재원과 인재를 쏟아부어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사실 그렇게 하면 못해 낼 것도 없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이른바 ‘역설계’에 의존한 것이다. 외국의 기존 모델을 들여와서 이를 모방하고 개량 제작하면서 기술을 터득한다는 의미다. 북한의 해킹 기술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해킹뿐 아니라 공개 정보도 인터넷에 널려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제재가 없지 않나.”

북한의 ICBM은 전력화 가능한가
-북한은 2017년 ICBM 화성 15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과연 ICBM은 완성된 것인가.
“여기에 곡절의 개발 역사가 있다. 원래 북한은 ‘무수단’ 엔진을 이용해서 ICBM 개발을 시도했는데 8번 실험해서 7번을 실패했다. 그래서 긴급히 대체 투입한 게 우크라이나에서 도입한 것을 바탕으로 한 백두산 엔진이었다. 발사 시험도 아니고 지상에서의 엔진 성능 시험에 성공한 것에 불과한데도 김정은 위원장이 병사를 등에 업고 기뻐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만일 백두산 엔진이 실패했으면 화성 15호 개발도 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핵무력 완성선언도 없었고 2018년 북·미 정상회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ICBM 완성으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전과 같이 장거리 발사를 못하니까 대신 수직 각도를 높이 쏘아 올리는 고각 실험을 한 차례 했는데 대기권 진입의 조건이 다르다. 입사각을 잘못 맞추면 대기권에서 미사일이 튕겨 나가기도 하고 고열 고압을 못 이겨 부서질 수도 있다. 정상적 발사의 실험은 아직 한 차례도 못한 것이다. 고각 발사 시험 한 차례 결과만 믿고 전력화와 실전 배치를 할 수 없다. 적어도 서너 차례 실험은 해야 한다. 시험용 자동차를 한 차례 주행 테스트만 하고 양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아직 북한의 ICBM에는 물음표가 있다. 미국이 아직 서두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에 대한 위협은 다르다.”

미사일 기본 구조

-중단거리 미사일은 전력화가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북한은 2019년부터 KN23과 KN24, KN25 등 신형 전술 미사일을 선보였다. 한국과 일본이 사거리 안에 있다. 정점 고도와 활공 비행 시간 등 조건을 여러번 바꿔가며 10여차례 실험했는데 실패가 거의 없었다. 지난 3월에는 개량형 KN23도 발사했다. 전력화가 가능할 정도의 신뢰성이 확보된 것이다. 위협이 우리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KN23에는 600㎏정도까지 탄두를 실을 수 있는데 북한의 핵탄두 경량화 수준으로는 탑재 가능하다고 본다. 많이도 필요없다. 5개 정도 핵탄두를 KN23에 실어 10배∼20배 숫자의 재래식 탄두 장착 KN23 속에 섞어 두면 큰 위협이 된다. 관건은 KN23을 양산해서 노후화된 스커드 미사일을 대체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북한이 어떻게든 제재를 풀려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비핵(非核)으로 핵에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자체 핵무장이나 핵공유,전술핵 재반입등 여러가지 논의가 있는데 이 옵션들에도 다 문제점들이 있다. 지금 당장은 핵우산을 확실하게 담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책이다. ”
정부는 남북 대화 재개를 의식해서인지 북한의 신형 전술 미사일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강도 긴장 고조만 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대화의 문은 열어둔 채 여러가지 고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북ㆍ미 대화 가능성을 파탄에 이르게 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재개만 하지 않으면 단거리 미사일쯤이야 다 눈감아 줄 수 있다는 분위기다. 대북 제재 완화를 거듭 주장하고 있는 정부는 마치 남북 대화만 재개되면 북한의 전술 무기 위협쯤이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과연 이런 인식은 온당한 것일까. 로켓 공학자의 냉철한 분석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리고 있는 게 아닐까.

예영준 논설위원

예영준 논설위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