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시장 골목 콘서트/작은 연주, 큰 감동/피아니스트 박혜영
“시장 곁 골목 2층 발코니에서
콰르텟 관악기 연주를 하고 있어요.
음악을 들으려고 사람들이 골목으로 나오죠.
지나가는 사람까지 서서 듣죠.
한번 상상해보세요. 영화 같죠?
저는 눈물 나더라고요.
어쩌면 박혜영 피아니스트가 꿨던 꿈이 아닐까요?
그는 구의동 자양시장골목에
하우스콘서트홀인 자양스테이션을 운영해요.
집을 개조해 음악당으로 만들고,
좋은 연주자 발굴하고,
작은 음악회를 하며 영화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어요.
우리는 음악을 들으려면
예술의전당 정도 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가 꿈꾸는 세상은
골목에서 즐기는 음악이에요.
가스 배달하는 사람,
세탁소 주인,
병천순대 가게에서 서빙하는 분,
편의점 알바를 하는 친구가
골목 음악홀에 와서 클래식을 만나는 거죠.
꿈 같은 현실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바로 박혜영 피아니스트예요.”
누군가가 e메일로
‘사람 사진’에 박혜영 피아니스트를 이리 추천했다.
그는 1983년 서울음대 졸업,
1985년 브뤼셀왕립음악원 졸업,
1997년 파리 에콜노르말음악원 전문연주자 학위 취득,
2005년부터 파리 에콜노르말음악원 교수였다.
이런 이력의 소유자가
골목 하우스콘서트홀을 운영하는 사연이 뭘까?
“파리에 30년 있었어요.
작은 무대에서 연주한 경험이 어릴 때 제법 많았죠.
파리의 작은 성당,
조그만 갤러리,
아담한 문화원에서도 음악회를 하곤 합니다.
관객들이 작은 음악회 왔다가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하는 것을 느꼈죠.
한국에서도 파리의 작은 연주회에서 받은 느낌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19년에 여기를 사서
작은 콘서트홀로 꾸몄습니다.
시장골목에서 ‘사람들한테 음악이 뭐예요’ 하듯
연주를 하는 공간을 위해서죠.”
이를 위해 그는 프랑스에서
자신의 피아노까지 공수해왔다고 했다.
좋은 연주자보다 좋은 관객을 만들고,
젊은 연주자들이 연주할 장을 만들어주고,
주민들과 음악으로 같이 호흡하려는
그의 꿈이 자양스테이션인 게다.
올 10월에도 골목 자양스테이션에서
그의 꿈은 내내 울릴 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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