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대통령? '대장동 무관' 역설한 이재명의 비유법
이낙연도 "성남도시개발 본부장-성남시장 관계가 한전 직원과 대통령 관계?"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든 비유를 비롯한 각종 화법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자신과 대장동 의혹을 연결하는 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이 9·11테러를 일으켰다고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구속과 관련해 자신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한전(한국전력) 직원이 뇌물받고 부정행위를 하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 같은 이 지사의 표현에 야권 안팎에서는 ‘비약적’ ‘논리적 궤변’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서울 공약 발표회에서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되며 대장동 의혹이 거세지는 데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 해소한 것”이라며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화약을 발명한 노벨이 9·11테러를 설계했다는 식의 황당한 소리가 국민의힘에서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장동의 민간참여형 공영개발을 ‘다이너마이트’로, 당시 사업을 설계한 자신을 노벨에 빗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민간 시행사들이 수천억원대 사익을 편취하게 된 상황은 9·11테러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것이 9·11테러를 벌어지게 한 원인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으냐는 취지다.
이 지사는 “개발이익의 민간 독식을 막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면서 “제도적 한계와 국민의힘의 방해로 개발이익을 완전히 환수하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상심을 빚은 점을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 연루설과 관련한 이 지사의 비유는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국민의힘이 자신을 ‘대장동 게이트 몸통’이라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도둑이 경찰더러 왜 도둑을 강력하게 못 막았냐고 비난하는 건 적반하장”이라고도 했다. 그는 지난 2일 부산·울산·경남 순회경선에서도 자신을 “도둑을 잡으려던 자”로 표현하고 “장물을 차지한 쪽이 도둑”이라고 국민의힘을 겨냥하기도 했다. 자신이 공공사업으로 하려 했던 대장동 개발사업을 민간개발로 바꾸려 한 쪽이었던 국민의힘이 도둑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이 지사는 또 야권의 사퇴 요구에 “휘하 직원의 개인적 일탈에 대해 사퇴하면 대한민국 모든 단체장이 사퇴해야 한다”면서 “한전 직원이 뇌물을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의 측근이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측근 개념이 뭔지 정해주면 부합하는지 알아보겠다. 측근의 기준이 무엇이냐”면서 “무리하게 엮지 말라”고 부인했다.
이 지사의 이 같은 비유에 야권에선 비아냥이 쏟아졌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지사의 해당 발언을 언급하며 “화약을 발명한 노벨이 9·11테러를 설계했다는 식의 황당한 소리”라면서 “논리가 굉장히 비약적이고 성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벨의 다이너마이트는 평상시 터널을 뚫는 데 긍정적으로 사용될 요소라도 있지만, (대장동 사업을 설계한) 방식은 불량식품 그 자체여서 긍정적인 해석을 할 여지도 없고 이 방식을 설계하고 만든 사람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전 직원이 뇌물을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는 발언에도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전날(4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지사가 한전 직원이 뇌물을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는 해괴한 논리를 폈는데 일은 사장이 시켰는데 직원을 구속하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 경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서울 지역 공약 발표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남도시개발 본부장과 성남시장의 관계가 한전 직원과 대통령 관계에 비유할 만한 것인가. 국민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의 표현이 적절치 않았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의당 여영국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지사가 유 전 사장 직무대리의 개인비리로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데 무책임한 변명”이라면서 “한전 직원이 몇 푼 뇌물받은 거라면 평범한 보통시민들이 이렇게 박탈감을 느끼고 화가 났겠느냐”고 비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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