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철거? 세계유산 취소? 문화재청 비판·책임론 잇따라
책임자 중징계와 감사원 감사 필요성 제기 "유네스코에 허위 보고"
문재인 정부 들어 조선왕릉 근처 아파트 부지 낙점 잦아져
"국토부에 태릉과 강릉 경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 전달한 상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김포 장릉 아파트 건설 논란에 휩싸인 문화재청에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문화재청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문화재청이 2019년부터 진행된 공사를 파악하지 못해 건설을 막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에게 "아파트를 철거해야 하느냐, 아니면 조선왕릉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취소돼야 하느냐"라고 물었다.
김포 장릉에서는 능침에서 앞을 바라봤을 때 시야를 가리는 고층 아파트가 허가 없이 건설돼 문화재청과 건설사, 입주 예정자 사이에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 김포 장릉은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마흔 기 가운데 하나다. 인조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혀있다. 원종 묘는 본래 남양주 금곡에 있었다. 인조가 반정을 거쳐 왕위에 오르면서 김포로 새롭게 마련됐다. 조선왕릉은 풍수지리적으로 뒤에 주산(主山), 앞에 용의 봉우리에 해당하는 조산(祖山)이 있다. 김포 장릉에서 조산은 계양산이다. 인천 검단신도시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보이지 않게 됐다.
문화재청은 3400여 세대 규모 아파트 마흔네 동 가운데 문화재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열아홉 동이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라고 본다. 반면 건설사들은 2014년 아파트 용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열두 동은 공사가 중지된 상태. 문화재청은 건설사가 오는 11일까지 개선 대책을 제출하면 이를 검토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응 방안을 정할 방침이다.
김포 장릉이 세계유산에서 탈락하면 다른 조선왕릉도 일괄적으로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배 의원은 "입주 예정자, 건설사와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문화재청이 마치 당사자가 아닌 것처럼 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문화재청이 지난 5월 김포 장릉 인근에서 허가 없이 고층 아파트가 건설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7월 유네스코에 불법적 건설이 없다는 허위 보고를 했다"라고 지적하며 책임자 중징계와 감사원 감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변경된 허가 기준을 제대로 고지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릉 관리소에 스물다섯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장릉에서 아파트도 빤히 보인다"라며 문화재청과 관계자들의 업무 태만을 꼬집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은 "아파트 하나로 세계유산이 취소되겠냐고 의문을 품는 분도 계시겠으나 계양산이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은 다르다"라며 유네스코 측에 적절히 대응할 것을 문화재청에 요청했다. 이에 김 청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라고 답했다. "유네스코와 충분히 협의하며 난개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택 공급을 이유로 조선왕릉 근처를 대규모 아파트 부지로 낙점하는 일은 잦아졌다. 정부는 2018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서오릉 주변을 3만8000가구가 들어설 창릉신도시로 지정했다. 서오릉은 창릉, 익릉, 경릉, 홍릉, 명릉 등 무덤 다섯 기를 통칭하는 말이다. 지난해에는 태릉골프장 부지에 아파트 1만 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했으나 주민들이 반발해 6800가구로 공급 규모를 축소했다. 태릉골프장 앞에는 태릉과 강릉이 있다.
문체위원장인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아파트 공급에만 열을 올리고, 문화재에는 너무 등한시한다"라며 "주택 공급도 중요하지만,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김 청장은 "국토부에 태릉과 강릉의 경관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지구단위 계획이 넘어오면 절차에 따라 문화재를 보호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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