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에 손 들었다..'코로나0' 외치던 뉴질랜드도 "위드코로나"
지난 1년 반 동안 강력한 '코로나19 제로' 전략을 고수하던 뉴질랜드 정부가 방역 규제 완화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전환키로 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뉴질랜드가 델타 변이에 손들고 결국 '코로나 제로' 정책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오클랜드 지역의 코로나19 경보 3단계를 수주에 걸쳐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던 총리는 "델타 변이로 인해 '감염자 수 제로(0)'로 돌아가는 건 매우 어렵고, 규제만으로는 제로 코로나를 달성하기에 충분치 않다"며 "오랜 기간에 걸친 엄격한 통제로도 코로나 완전 방역을 해내지 못했다"고 방역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앞으론 기존 방역 정책과 다른 새로운 전략을 펴겠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국경을 닫고 도심을 봉쇄하는 등 '코로나19 확진자 수 0명'을 목표로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해 왔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낮은 발병률과 사망률을 보이며 방역 모범국에 올랐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8월 뉴질랜드 최대 도시이자 경제중심지인 오클랜드에서 델타 변이 감염 사례가 발생한 뒤 7주 동안 봉쇄령을 내렸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이날 뉴질랜드 보건부는 델타 바이러스에 의한 코로나 지역사회 확진자 수가 오클랜드에서만 28명이 나왔다고 밝혔다.
한 달 이상 지속된 봉쇄 조치에 지친 오클랜드 민심은 들끓었다. 지난 2일 오클랜드 주민 수천 명이 방역 조치를 어기고 규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던 총리는 방역 수위를 낮추는 대신 뉴질랜드 전역에서 백신 접종을 폭넓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의 백신 접종률은 여타 선진국보다 뒤처졌다. 뉴질랜드 보건부에 따르면 12세 이상 국민 가운데 백신 1차 접종자는 79%, 2차 접종자는 48% 수준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코로나 통제 완화 조치에 대한 반발이 제기됐다. 전 노동당 당원이자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닐 존스는 아던 총리의 발표를 두고 "길고 혼란스러운 항복 선언"이라며 "정치와 정책 모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새 방역 정책이 새로운 불평등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출신 작가이자 정치평론가인 모건 고드페리는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이 바이러스는 갱단, 임시주택촌 등 불우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침투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코로나가 '공동의 희생'을 요구했다면, 앞으론 '특정한 누군가의 희생'으로 바뀌게 됐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에선 마오리족과 섬 주민들의 백신 접종률이 아시아계·백인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NYT는 뉴질랜드가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코로나 제로' 전략을 유지하는 국가는 중국만이 남았다고 보도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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