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먹는 걸로 편 갈라 싸워야 하나

임상균 2021. 10. 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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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지역 대립에서 빈부·세대·젠더 등 전방위로 갈등 확산
인국공·집값·임대차법 등이 국민 갈라놔
개고기 금지로 음식 놓고 두 갈래 분열될 판
문재인정부의 5년은 갈등 증폭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우리 사회의 갈등은 영·호남이 대립하는 지역 갈등이 대표적이었다. 이제는 세대, 남녀, 빈부, 이념 등으로 확산되며 ‘갈등의 다양화’ 시대를 맞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문정부는 초기부터 강남 혹은 집 소유자를 대놓고 공격했다. 특히 다주택자를 집값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무주택자에게 표적을 안겨줬다. 공급 확대 필요성에 대한 시장 주문은 무시한 채 수요 규제로 일관하다 집값을 더욱 급등시켰고, 빈부 격차를 크게 벌려놨다.

멀쩡하던 전세 시장마저 건드려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을 키웠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급등한 전세금을 받기 위해 종전 세입자를 내쫓고 새 세입자를 들이는 집주인이 생기고 있다. 반대로 그렇게 쫓겨난 세입자는 집주인이 실제 입주했는지 감시하는 형국이다.

가중되는 취업난 속에 비정규직과 취준생 간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 1900명을 직고용하면서 촉발됐다. 단숨에 정규직으로 신분 상승한 비정규직을 보면서 최고 공기업에 들어가려 준비해온 취업준비생들은 엄청난 박탈감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 핵심 공약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결과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의사와 간호사 간의 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파업하는 의사들이 밉다고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 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냐”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온갖 갈등에 지쳤는데 이제는 음식을 놓고 국민들의 편 가르기가 펼쳐질 판이다. 문 대통령이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보신탕을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될 게 뻔하다. 이미 온·오프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갈등은 두 갈래다. 먼저 개 식용 금지 자체에 대한 논쟁이다. 동물 애호가들은 당연히 금지해야 하며 한참 늦었다는 입장이다. “인간에게 위로가 되는 반려동물을 도살하고 식탁에 올리는 게 얼마나 잔인하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편은 “그렇다면 소, 돼지는 왜 먹냐. 그들도 생명이 있는 존재”라고 반박한다.

‘행복추구권’을 따지는 근본적인 논쟁도 있다. 국민의 먹을거리를 강제로 금지한다는 발상이 자유민주 사회에서 가능한 일이냐는 문제 제기다. 안전, 위생, 수급 등을 위한 식품 규제는 당연하지만 특정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반대편은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복추구권이 타당하냐고 반박한다. 나체로 거리를 활보하면 처벌받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양쪽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개 식용 문화가 이미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80% 이상이 개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이런 사안을 굳이 지금 공론화해서 국민을 또다시 갈라놓는 이유가 뭐냐고 지적한다.

관련 기사에 달린 한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많은 국민이 코로나19 때문에 먹고사는 걸 걱정하는데, 대통령은 참 한가하십니다.”

[주간국장 sky22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8호 (2021.10.06~2021.10.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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