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상생 의지 없인 중소기업 ESG '그림의 떡'
“당장 직원들 월급 주는 것도 빠듯한데 ESG 투자라뇨. 언감생심 꿈도 못 꿉니다. 그런데 거래처에서는 ESG 평가를 자꾸 요구하니 답답한 노릇이죠.”
얼마 전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는 ESG 때문에 요즘 골치가 아프다며 하소연을 늘어놨다. 코로나19 때문에 안 그래도 회사 운영이 어려운데, 주 거래처인 대기업에서 ESG 평가를 계속 요구해서 곤혹스럽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ESG가 기업 생존과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필수 요소로 떠올랐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ESG 경영은 그림의 떡이다. 대기업과 달리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ESG 관련 투자는커녕 전담 조직을 갖출 여력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ESG 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혹시 발생할지 모를 리스크를 막기 위해 협력사의 ESG 수준 미달 시 계약을 해지하는 대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ESG가 단순히 창피하고 마는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좌우하는 현안이 된 셈이다.
국내에 ESG 문화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보급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해외 수출을 준비 중인 중소기업이라면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만 대기업 매출 의존도가 높고 정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혼자 ESG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상생 협력에 따른 세금 공제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에 ESG 경영 도입을 위한 노하우나 인력, 교육 등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 단가 반영’ ‘공정 계약 체결 여부’ ‘중소기업 기술 보호 노력’ 등의 항목을 대기업 ESG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도 방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ESG 생태계 구축을 위해 자연스럽게 협력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8호 (2021.10.06~2021.10.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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