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청자·백자만 100점..현대 걸작까지 360점 다 펼쳤다

이은주 2021. 10. 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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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재개관 앞두고 5일 첫 공개
고미술, 현대미술 상설전 눈길
이건희 회장 뜻 살려 상설전 무료
'비엔날레'급 기획전 연말까지 무료
리움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미디어 월 전경 제니퍼 스타인캠프, 태고의, 2, 2020, 영상설치, 가변크기 ⓒ Jennifer Steinkamp, 2020. [사진 리움]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된 청자상감 국화모란문 호, 고려, 13 세기, 점토 높이 23.0cm.[사진 리움]


리움미술관 고미술 상설전 전시장 전경. 청자 소품들이 한 눈에 보인다. [사진 리움]


말로만 전해지던 걸작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미술 상설전에 나온 국보급 청자와 백자만 100점. 13세기에 만들어진 청자동체 연화문 표형 주자 등 47점의 고려청자부터 조선의 분청사기와 백자, 금속공예품과 불교미술 등이 총 4개 층 전시장에 나뉘어 전시됐다. 1년 7개월 만에 선보이는 기획전은 아예 '비엔날레' 급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Ⅲ'과 조지 시걸의 '러시아워' 등 세계적인 조각 거장 작품들이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특히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은 이건희컬렉션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 자코메티의 조각은 미술시장에서 1000억원대까지 거래되고 있다.

오늘 8일 재개관하는 리움미술관이 5일 처음으로 전시작을 공개했다. 1년 7개월 만에 문을 열었지만, 지난해 휴관 전에도 상설전만 열어 '개점휴업' 상태였던 기간까지 포함하면 4년 6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운영을 재개하는 셈이다.

전시·공간·서비스 면에서 모든 것을 다 바꾸고 다시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번 재개관 전시는 말 그대로 '제2의 개관'이나 다름없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4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2만3000여 점의 작품을 기증한 이후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관심도 증폭된 상태라 전시의 반향이 남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시점에서 상설전에서만 선보이는 작품이 고미술 160점(현대미술 6점 포함), 현대미술이 76점으로 총 236점에 이른다. 여기에 130여 점의 기획전 출품작까지 합치면 총 360여 점의 걸작을 한 미술관에서 만나게 된다.

리움미술관은 5일 이번 재개관 상설전에서 지금까지 전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대거 소개하면서 "상설전 자체를 아예 무료로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故) 이건희(1942~2020) 회장이 평생 수집해온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한 뜻을 계승한다는 의미다.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도 재개관을 기념해 연말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청자 47점, 백자 50점


고미술 상설전 '흰 빛의 여정'에 출품된 백자청화 운룡문 호. 조선 18세기. [사진 리움]

먼저 가장 주목할 전시는 고미술 상설전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에 이어 고 이건희 회장에 이르기까지 지속해온 고미술 수집의 '결정판'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데, 총 4개 층에 걸쳐 열릴 정도로 규모가 가장 크다. 리움미술관 측에 따르면, "전체 전시작의 절반 정도가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작품들"이다.

이 전시에 나온 청자는 47점, 백자는 50점이다. 공과 같이 둥근 항아리 형태인 '청자상감 국화모란문 호', 사각형의 고려청자 향로인 '청자양인각 모란문 방형 향로'는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한편 고려청자 가운데서도 예술성과 호화로움이 단연 뛰어난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 (국보)와 전면을 상감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청자상감 운학모란국화문 매병'(보물) 등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순백 미감을 보여주는 조선 분청사기와 백자 50점을 전시한다. 분청사기 특유의 자유로운 장식이 돋보이는 '분청사기조화 모란문 편병'과 조선 왕실의 위엄을 보여주는 '백자청화 운룡문 호'를 비롯해 38점이 새롭게 선보인다. 조선시대 선비문화를 대표하는 백자 연적도 다수 볼 수 있다.

이번 상설전에선 백자와 연결되는 현대 작가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 것도 특징. 분청사기의 대표적인 장식기법인 조화기법(분장한 흙을 선으로 긁어내는 기법)과 연결되는 박서보의 '묘법 No. 14-81', 백자를 만드는 흙인 고령토로 그림을 그려낸 정상화의 '무제 86-2-28'은 한국 전통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새로운 접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김홍도의 대표작 '군선도'


김홍도, 군선도, 조선, 1776 종이, 수묵담채,. [사진 리움]
나전 국화당초문 팔각함, 고려말~조선초. 나무, 나전. [사진 리움]

조선시대 그림과 글씨를 전시하는 공간에선 단원 김홍도의 대표작인 '군선도'(국보)를 비롯해 정조의 대규모 행차를 정교하게 묘사한 '환어행렬도' 등 리움을 대표하는 19점의 한국 고서화를 볼 수 있다. 흔치 않은 조선 전기 작품인 '산수도'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석란도 대련' 등 지금껏 전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이번에 새롭게 출품됐다.

화려한 디테일을 보여주는 불교미술과 공예품도 43점 전시된다. 전세계 160여 점만 전하는 고려불화 중에서도 최고의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하는 '아미타여래삼존도'(국보), 통일신라시대 제작되어 우리나라 사경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인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국보),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발원에 참여한 '은제 아미타여래삼존 좌상'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공예를 대표하는 분야인 나전칠기를 새롭게 선보인다. 특히 '나전 국화당초문 팔각합'은 고려말 혹은 조선 초 제작된 것으로 이 시기에 제작된 팔각합으로는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비엔날레'급 현대미술 총출동


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입구. 조지 시걸의 조각이 보인다. [사진 리움]
오는 8일 재개관하는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선보이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조각상 `거대한 여인 Ⅲ. 이와 유사한 자코메티 조각품은 1000원 대에 거래된 기록이 있다.[사진 리움]
론 뮤익, 마스크 Ⅱ,2002, 혼합재료, 77 x 118 x 85 cm. 개인 소장 © Ron Mueck 한도희 퐐영. [사진 리움]
이브 클렝, 대격전 (ANT103), 1961, 캔버스에 덧댄 종이 위에 IKB 물감 채색, 286 x 371 cm. 리움미술관 소장 © The Estate of Yves Klein c/o ADAGP, Paris. 한도희 촬영. [사진 리움]

이번에 리움에서 상설전과 기획전을 통해 이번에 선보이는 현대미술을 요약하면 한마디로 '비엔날레'급이라 할 만하다. '검은 공백' '중력의 역방향' '이상한 행성' 등 3개의 주제 아래 3개 층에 걸쳐 총 76 점(회화, 조각, 설치 등)을 선보이는 상설전에선 최만린, 최욱경, 이승조, 최우람, 이불, 나와 코헤이, 아니쉬 카푸어, 아니카 이, 댄 그레이엄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한편 '인간, 일곱 개의 질문(Human, 7 questions)'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기획전에선 이브 클렝의 '대격전(ANT103)'을 필두로, 한국 행위예술 발전의 모태가 된 이건용의 대표적 ‘이벤트’ 작업 '손의 논리', 루이즈 부르주아의 '유방'과 신디 셔먼의 '부서진 인형' 연작 등 국내외 작가들의 화제작들을 볼 수 있다.

3세대 버전으로 업그레이든 된 리움 디지털 가이드. 전시중인 모든 작품에 대한 해설을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사진 리움]


김성원 부관장은 "앞으로 열리는 상설전도 연대기 방식의 과거 전시와 달리 기획전과 같은 새로운 방식의 소장품 전시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움과 동시에 재개관하는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금속미술을 통해 한국미의 독창성을 조명하는 기획전 '야금: 위대한 지혜'가 열린다. 관람예약은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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