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검찰 수사 빠르다"는 말에 이낙연 "동의 안 해"

심새롬 2021. 10. 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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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이재명 위기론’을 본격적으로 꺼내들었다. 그는 이날 서울시의회에서 가진 서울 지역 공약 발표 회견에서 “민주당 1위 후보의 측근이 구속됐다. 대장동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며 “1위 후보의 위기는 민주당의 위기이고, 정권 재창출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가 5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지역 공약발표를 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2021.10.5 국회사진기자단


성남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난 3일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연결 고리가 언제, 어떻게 드러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강조한 말이다. 그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전 본부장 구속이) 당의 위기이고 당의 과제인데, 지도부는 좀 둔감해 보이지만 나는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것에 대해서 당 지도부가 일부러 그러는지 몰라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2차 슈퍼위크(국민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지사가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지만, “끝까지 완주” 방침을 정한 이 전 대표 캠프에서는 검찰의 대장동 게이트 수사에서 열세를 극복할 마지막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가 5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지역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2021.10.5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대표는 경선 종료를 닷새 앞둔 이 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가 생각보다 빨리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 대목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라며 “유동규 전 본부장 구속은 (진실 규명의) 하나의 계기”라고 말했다.

Q : 대장동 사건의 가장 불안한 지점은 뭔가.
A : 이 전 대표=많은 사람이 불안해한다.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슨 (특정한) 혐의 때문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Q : 유동규 전 본부장의 혐의가 뇌물 아닌가.
A : 이 전 대표=뇌물과 ‘배임’으로 되어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에 적시한 내용 중 공사에 수천억원대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배임)는 상대적으로 이 지사와의 연결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8억원 상당 뇌물 수수의 경우 이 지사 주장대로 유 전 본부장의 ‘개인적 일탈’일 수 있지만, 해당 사업 과정을 윗선에 보고한 정황이 드러나면 이 지사 역시 검찰 수사선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총괄하며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화천대유 등 민간업자들에게 큰 수익이 돌아가도록 수익금 배당 구조를 짠 혐의를 받고 있다. 우상조 기자(현장풀)


다만 이 전 대표는 대장동 게이트 공세의 수위 조절도 신경을 쓰고 있다. 자칫 이 지사를 지나치게 겨냥하다가는 “유동규의 배임에 대해 최소한 묵시적 승인은 있지 않았나 의심된다”(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는 야당 측 프레임에 빠질 우려가 있다. ‘경선 후 원팀 기조를 해친다’는 당내 비판 여론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캠프에 대장동 관련 제보가 많이 온다’고 한 홍영표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내게 그 내용은 보고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는 오전 공약 발표 때 ‘1위 위기론’을 꺼내면서도 “정치 공방을 벌이자는 것이 아니다. 정권 재창출의 확실하고 안전한 길을 결단하자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전 직원이 수뢰하면 대통령이 사퇴하나”라고 말한 이 지사의 전날 발언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다른 사람의 발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일은 극도로 피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성남도시개발본부장과 성남시장의 관계가 한전 직원과 대통령 관계에 비유할 만한 것인가는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회적인 답변을 내놨다.

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인천 합동연설회 및 2차 슈퍼위크 결과 발표가 끝난 뒤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가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복수의 캠프 인사들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대장동 게이트가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의 큰 약점으로 작용해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주변에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역공을 피하는 수준에서 이낙연의 본선 경쟁력을 최대한 강조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면서 “경선 이후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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