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검찰 수사 빠르다"는 말에 이낙연 "동의 안 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이재명 위기론’을 본격적으로 꺼내들었다. 그는 이날 서울시의회에서 가진 서울 지역 공약 발표 회견에서 “민주당 1위 후보의 측근이 구속됐다. 대장동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며 “1위 후보의 위기는 민주당의 위기이고, 정권 재창출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성남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난 3일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연결 고리가 언제, 어떻게 드러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강조한 말이다. 그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전 본부장 구속이) 당의 위기이고 당의 과제인데, 지도부는 좀 둔감해 보이지만 나는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것에 대해서 당 지도부가 일부러 그러는지 몰라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2차 슈퍼위크(국민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지사가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지만, “끝까지 완주” 방침을 정한 이 전 대표 캠프에서는 검찰의 대장동 게이트 수사에서 열세를 극복할 마지막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전 대표는 경선 종료를 닷새 앞둔 이 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가 생각보다 빨리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 대목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라며 “유동규 전 본부장 구속은 (진실 규명의) 하나의 계기”라고 말했다.
Q : 대장동 사건의 가장 불안한 지점은 뭔가.
A : 이 전 대표=많은 사람이 불안해한다.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슨 (특정한) 혐의 때문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Q : 유동규 전 본부장의 혐의가 뇌물 아닌가.
A : 이 전 대표=뇌물과 ‘배임’으로 되어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에 적시한 내용 중 공사에 수천억원대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배임)는 상대적으로 이 지사와의 연결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8억원 상당 뇌물 수수의 경우 이 지사 주장대로 유 전 본부장의 ‘개인적 일탈’일 수 있지만, 해당 사업 과정을 윗선에 보고한 정황이 드러나면 이 지사 역시 검찰 수사선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대장동 게이트 공세의 수위 조절도 신경을 쓰고 있다. 자칫 이 지사를 지나치게 겨냥하다가는 “유동규의 배임에 대해 최소한 묵시적 승인은 있지 않았나 의심된다”(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는 야당 측 프레임에 빠질 우려가 있다. ‘경선 후 원팀 기조를 해친다’는 당내 비판 여론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캠프에 대장동 관련 제보가 많이 온다’고 한 홍영표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내게 그 내용은 보고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는 오전 공약 발표 때 ‘1위 위기론’을 꺼내면서도 “정치 공방을 벌이자는 것이 아니다. 정권 재창출의 확실하고 안전한 길을 결단하자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전 직원이 수뢰하면 대통령이 사퇴하나”라고 말한 이 지사의 전날 발언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다른 사람의 발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일은 극도로 피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성남도시개발본부장과 성남시장의 관계가 한전 직원과 대통령 관계에 비유할 만한 것인가는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회적인 답변을 내놨다.
복수의 캠프 인사들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대장동 게이트가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의 큰 약점으로 작용해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주변에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역공을 피하는 수준에서 이낙연의 본선 경쟁력을 최대한 강조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면서 “경선 이후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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