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대북정책에 "미친 짓"..美 맥매스터 직격탄 날렸다

박현영 2021. 10. 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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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文 정부 대북정책 공개 비판
"정의용 장관 설득하고 싶다"
허버트 R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허버트 H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현지시간) "같은 일을 반복하며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 미친 짓"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최일선에 있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겐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며 말리고 싶다고도 했다.

트럼프 정부 때 활동했던 맥매스터 전 보좌관과의 간담회는 그가 2018년 퇴임 후 몸담은 워싱턴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진행됐다. 미국의 최신 외교·안보 관련 동향을 공유하기 위해 몇몇 기자를 초대한 자리였다. 맥매스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지금은 허드슨연구소 일본석좌를 맡고 있다.


"도발→양보→합의 위반 반복은 미친 짓"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남북 대화 재개 의지를 보이는 등 한국 정부의 대북 행보에 대한 의견을 묻자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아인슈타인이 말했다고 알려졌지만 아닐 수도 있는, '미친 짓의 정의(Definition of Insanity)'를 인용하겠다"면서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펴낸 회고록『전장: 자유 세계를 수호하기 위한 싸움(Battlegrounds: The Fight to Defend the Free World)』에서 북한 문제를 다룬 12장 제목을 '마친 짓의 정의'로 달았다.

맥매스터가 지난해 펴낸 회고록『전장: 자유 세계를 수호하기 위한 싸움』표지.


백악관 고위 관료 출신이 그가 상대했던 한국 정부를 공개 비판하는 건 이례적이다. 군 출신인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직설적 화법에 익숙하다고 한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선언하며 압박 위주의 대북 정책을 그대로 따르지 않을 것을 알렸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대한 맥매스터 전 보좌관의 비판적 평가는 임기 말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바라보는 미국 조야의 시선을 보여준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을 협상에 참여시키기 위해 양보하고, 협상이 진행되면서 좌절감 또는 탈진에, 성공 가망이 없는데도 양보에 양보를 거듭한 끝에 매우 약한 합의에 도달한다. 북한은 큰 경제적 보상을 챙기자마자 합의를 위반하고, 다시 도발→양보→합의 위반 사이클을 시작한다"고 요약했다. 그렇게 "현상 유지(status quo) 고착이 뉴노멀이 된다"고 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가진 것보다 없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의 논제를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이 더 많은 조치를 취하도록 설득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필요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중국 단체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2017~2018년에는 최대 압박이 작동했으나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압박이 일부 힘을 잃었고, 북한 정권에 과거 패턴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확신을 줬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대북정책리뷰 완료를 공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도 아닌 독자적인 북핵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이에 대해 "나는 제3의 길이 뭔지 모르겠다. 알 수 없다"면서 "여러분은 이해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한 참석자가 "최대 인내(maximum patience)?"라고 하자 소리 내 웃었다.


"달빛정책, 비현실적 추정에 근거"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정의용 장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일 때 카운터파트로 만났다. 정 장관은 지난달 뉴욕을 방문해 미 외교협회(CFR) 대담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 구체적인 대북 인센티브 제공과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맥매스터는 퇴임 후에도 정 장관과 점심을 할 정도로 "좋은 친구"라고 전제한 뒤 만약 그를 만나게 되면 "결실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설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여당의 대북 정책을 햇볕정책에 빗대 "달빛 정책(Moonshine Policy)"이라고 부르면서 "(북한) 정권의 본질에 대한 비현실적인 추정에 근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은 둘 다 가질 수 없다. 가장 파괴적인 무기를 계속 개발하면서 금전적 보상과 관련된 혜택도 누릴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지도자, 양국 화합 최우선 과제로"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함께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북한에 최고의 억지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이 북한 문제에 더 많은 것을 하도록 하는 최고의 인센티브"라는 것이다.

그는 한·미·일이 불협화음을 내면 중국이 틈새를 파고들 것을 우려했다. 한·미가 대북 문제에서 종종 이견을 드러냈고, 특히 한·미·일은 "가족 분쟁(family dispute)"을 자주 겪었다고 회고했다.

일본에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한·일 관계 회복을 낙관하는지 묻자 그는 "일본과 한국 지도자들이 양국 화합의 희망을 가지고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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