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역대급' 대만 위협..나흘간 149차례 방공구역 무단 진입
"대만 해협서 펼친 국경절 공중 열병"
전력난 중국내 여론 돌리기 의도도
중국 공군기가 4일 하루동안 56차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무단 진입했다고 대만 국방부가 이날 발표했다. 중국의 건국기념일 연휴인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나흘간 대만 아디즈 진입 회수는 총 149차례(표)로 늘었다.
하루 56회 아디즈 진입은 대만 국방부가 지난해 9월 중국 인민해방군의 이상 움직임을 발표한 이래 최다 기록이다. 그 전까지 최다 기록은 2일 39회였다. 4일을 포함해 나흘간 149차례 진입도 역대급 최다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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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부터 전투기 띄워 대만 위협
이날 중국 전투기는 오전 3시37분 첫 진입을 시작했다. 이어 4시03분, 5시01, 02분, 6시 13분까지 동트기 전까지 다섯 차례 고도 6900m로 대만 아디즈에 진입했다고 대만 자유시보가 보도했다. 올들어 200일째 아디즈에 진입해 중국은 대만 영공 진입을 사실상 일상화하며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중국의 유래 없는 군사 행동에 미국 국무부가 이례적으로 유감 성명을 발표하며 대응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미국은 중국이 대만 인근에서 오판을 무릅쓴 지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매우 우려한다”며 “베이징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외교적·경제적 압박과 강압을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즉각 반응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발언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엄중한 위반”이라며 “바깥으로 지극히 잘못되고 무책임한 신호를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화 대변인은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며 “미국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대한 지지를 멈추고 실제 행동으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파괴하지 말라”고 공격했다.
후시진 “대만 해협서 펼친 국경절 공중 열병”
중국의 군사 압박에 이어진 말 폭탄에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편집인)도 거들었다. 그는 4일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국경절 공중열병’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1일 전투기 38대가 출동한 이래, 2일 다시 전투기 39대가 대만 ‘서남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며 “해방군 행동이 아름답다. 이는 또 다른 형식의 국경절 공중 열병으로, 장소를 천안문 광장에서 대만 해협으로 옮겨 중국의 대만에 대한 주권을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대만도 물러서지 않았다. 대만 공군사령부는 앞서 2일 페이스북에 중국 전투기 바로 옆에서 감시 비행을 하는 영상을 올리고 “영공을 지키며 영원히 타협하지 않겠다”고 알렸다. 대만 국방부 대변인은 4일 심야에 “중공기의 빈번한 대만 교란에 맞서 중화민국 영공을 수호하겠다는 국군의 결심은 확고 부동하다”며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지키는 우리가 있다. 국인(國人, 대만인)이여 안심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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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삼조 노린 中…국내 여론 전환 시도
중국이 국경절 황금연휴를 맞아 대만 인근에서 강행한 군사 행동은 일석삼조의 목적을 가진 의도된 도발이라고 베이징 외교가는 분석했다. 우선 대만 현 민진당 정부의 독립 노선에 대한 압박이다. 둘째, 동중국해에서 훈련 중인 미국과 동맹국 함정에 대한 정찰이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4일 오키나와 남서해역에서 지난 2일과 3일 이틀간 미국·일본·영국·네덜란드·캐나다·뉴질랜드 해군 함정 17척이 참여하는 해상 훈련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훈련에는 로널드 레이건함, 칼빈슨함, 퀸엘리자베스함 등 항공모함만 세 척이 동원됐다.
셋째, 가장 중요한 목적은 중국 국내 여론의 시선 돌리기다. 최근 석탄 부족으로 화력 발전이 줄어들면서 동북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는 등 사회 불안 조짐이 보이자 국민들의 시선을 대만 해협으로 돌리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중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경 기조를 밝혔다. 차이 총통은 5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대만과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대만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은 자유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글로벌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며 “대만이 무너진다면 그 결과는 역내 평화와 민주주의 동맹 체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베이징은 대만을 향한 야욕을 포기한 적이 없다”며 “오랫동안 (유엔) 바깥에 버려졌던 대만은 영원토록 세계의 선(善)을 위한 힘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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