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아기 위협한 개, 강형욱이 촬영 중단 요구한 까닭
[김종성 기자]
반려견이 아기에게 위협을 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할까. 반려견일까, 아기일까. 사실 너무 간단한 질문이다. 하지만 반려견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크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애매한 대처로 일관하는 경우가 있다. 안타깝게도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된다. 지난 4일 KBS2 <개는 훌륭하다>를 찾아온 사연이 그러했다.
부부 보호자에게는 생후 13개월 아기가 있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해 집 안 곳곳을 누벼야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마음껏 돌아다니지 못했다. 이유는 반려견 때문이다. 시바견 하태(수컷, 5살)는 아기에게 유독 공격성을 드러냈다. 반면, 제작진이 다가가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아내 보호자는 인생 처음으로 보살폈던 반려견이라 하태에게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 KBS2 <개는 훌륭하다>. |
ⓒ KBS |
남편 보호자는 산책을 나가기 위해 하태에게 목줄을 매면서 계속 움찔하며 주저했다. 얼마 전 목줄을 매는 찰나 허벅지를 강하게 물렸던 기억 때문이다. 아내 보호자는 친정 엄마도 공경당한 적이 있었다고 얘기했다. 이쯤되면 그냥 '공격성'이 있는 것 아닐까. 그럼에도 아내 보호자는 하태가 이전에는 공격적이지 않았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공격성이 생겼다고 여겼다.
하태는 현재 이중 펜스 바깥에 격리된 채 생활하고 있었다. 아기에 대한 공격성 때문이다. 하태는 유독 아기만 경계했고, 아기를 향해 울음소리를 냈다. 보호자들은 임신 당시부터 훈련사를 초청했고, 출산 직후에는 아기 냄새에 익숙해지는 훈련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호자들의 노력에도 하태의 공격성은 커졌다. 아기에 대한 질투일까, 펜스 안에서 갇혀 지내 스트레스가 쌓인 걸까.
"지금 많은 고민이 돼요. 하태를 자기 아들이라고 하잖아요. 아들이 아니에요. 낳은 적이 없어요. 그럼 이렇게 해야 돼요. 진짜 내 아들이 밖에 나가서 누굴 때리고 다니면 신고해야죠. 진짜 엄마라면 그렇게 해야죠. 반려견이 자식 같다면 자식을 키우는 거처럼 키워야 돼요." (강형욱)
그 불편한 동거를 지켜보는 강형욱 훈련사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싹 가셨다. 이경규는 다른 개들과는 어떠냐고 질문했고, 보호자는 물림 사고를 당한 후 다른 개를 문 일이 있어 다른 개들과 어울리게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또, 산책 중에 만나는 아이에게 반응이 없냐고 묻자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아기가 뛰어들어오거나 갑자기 소리를 지를 때 반응을 한다고 대답했다.
하태의 공격성과 집착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 인형으로 테스트를 실시했다. 장도연이 인형을 안고 나타나자 하태는 곧바로 달려들었다. 점프를 하며 인형에 집착을 보였다. 그럼에도 보호자들은 별다른 제지를 하고 멀뚱히 지켜보기만 했다. 심지어 남편 보호자는 인형에 집착하는 하태에게 존댓말을 써가며 타일렀다. 강형욱의 미간은 더 심하게 찌푸려졌다.
"예쁘게 키우는 집인 것 같아요. 만약 우리 집 개가 우리 아이에게 점프하고 달려들어요? 가만히 놔두지 않아요. 목덜미를 잡고 바닥으로 내리치든 당기든 이거는 절대 있을 수 없어요." (강형욱)
강형욱을 본 하태는 짖으며 관심을 요구했다. 하지만 강형욱은 하태에게 어떤 스킨십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하태와 인사하고 싶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그런 사람들을 봤을 때 하태가 짖는 등 반응을 보이면 단호하게 가르치고 통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간식으로 회유하거나 다른 방식의 보상을 해주는 건 생후 3~6개월의 어린 아기한테만 하는 훈육 방법이다.
아내 보호자는 지금껏 강한 톤과 어조로 하태를 통제한 적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잘못된 점을 제대로 가르치고 바로잡기보다 늘상 부드럽게 대했던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남편 보호자는 그동안 만나도 안전한 사람들만 만났었다고 설명했고, 강형욱은 그 '안전한 사람'이란 '내 반려견의 무례함을 겪고도 항의하지 않을 사람'이라 재정의했다.
그렇다면 하태의 입질이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없었을까. 아내 보호자는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종종 입질을 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보호자들은 '물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편 보호자는 그전에는 으르렁거리며 경고를 했었는데, 아기가 태어난 후에는 경고 없이 입질했다고 말했다. 보호자들은 시기를 강조했지만, 강형욱은 예전에도 위협을 했다는 데 포인트를 뒀다.
"저는 훈련을 시작하는 포인트가 아기가 태어나고부터가 아니라 엘리베이터에서 공격성을 포착했을 때 시작해야 했다고 생각해요." (강형욱)
▲ KBS2 <개는 훌륭하다>. |
ⓒ KBS |
강형욱은 아기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고 단정지었다. 훈련의 필요성을 느낄 사건들은 이미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안일하게 넘겨버린 게 문제였다. 강형욱은 하태를 사랑하고 지키고 싶다면 객관적으로 반려견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호자의 훈육과 반려견의 행동이 평화로움을 유지할 수 있는지 자문해야 했다. 지금 가장 위험한 건 아내 보호자의 행동이다.
강형욱은 보호자들에게 마음 정리를 하라고 조심스레 제안했다. 아기와 하태를 함께 키울 수 있을지 객관적으로 되물어야 했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었다. 강형욱은 하태가 단순히 아기를 향해 짖는 개였다면, 장난으로 아기를 깨무는 개였다면 교육을 독려했겠지만, 일말의 실수가 아기에게 큰 흉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기에 상담이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솔직히 말할까요? 전 아기가 뛰어놀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아기를 우선순위로 둬야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아기가 먼저예요." (강형욱)
강형욱은 촬영을 잠깐 멈춰도 좋으니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가지라고 배려했다. 부부 보호자는 패닉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남편 보호자는 강형욱이 보기에 하태의 공격성이 심한 편이냐고 물었다. 이미 충분히 답을 한 셈이지만, 좀더 직접적인 대답을 듣고 싶은 듯했다. 한참 고민한 강형욱은 "위험할 수 있어요"라고 답했다. 과연 보호자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다음 주 방송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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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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