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권창훈 부상 자리에 이강인 대신 정우영 뽑은 이유

한준 기자 2021. 10. 5. 13:25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우영(왼쪽부터 두 번째, 프라이부르크.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권창훈의 발목 부상으로 '작은' 정우영(22, SC 프라이부르크)이 벤투호에 승선했다. 동 포지션에 선수가 많다는 이유로 이강인(20, 마요르카)을 제외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은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한 정우영을 이강인에 앞서 선발했다.


이미 2선 공격 자원을 다수 선발한 상황이기에 대체 발탁 여부가 확실치 않았는데, 벤투 감독은 이란 원정까지 고려해 27명 규모의 10월 A매치 선수단 규모를 유지했다.


10월 7일 시리아, 12일 이란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4차전 경기를 치르는 벤투 감독은 2선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재성(마인츠05),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이동준, 이동경(이상 울산 현대), 송민규(전북 현대 모터스), 나상호(FC서울) 등 7명을 뽑았다. 권창훈이 있을 때는 총 8명이었다.


황인범(루빈 카잔)도 2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우영(알사드), 백승호(전북)와 함께 중원 자원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지난 9월에 포백 앞 자리까지 내려 빌드업 기점 역할을 황인범에게 맡기기도 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황의조(보르도)와 조규성(김천상무) 두 명 만 뽑은 벤투 감독이 2선에 가장 많은 선수를 뽑은 이유는 상대 밀집 수비를 흔들기 위한 다양한 옵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월드 클래스 공격수 손흥민의  파괴력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나머지 선수들은 각기 다른 장점을 가졌다.


황희찬과 이동준은 빠른 스피드와 저돌적인 문전 돌파, 슈팅력을 갖췄다. 이동경은 예리한 왼발 킥과 패싱력,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좋다. 이재성은 전방에서 볼 간수 능력, 스루패스와 수비 포지셔닝이 좋다. 나상호와 송민규는 좌우 측면은 물론 전방으로 올라가 득점 상황에 가담할 수 있다. 


권창훈이 비운 자리를 차지한 정우영의 개성은 이들과 다르다. 빠른 스피드를 갖춘 측면 자원이지만, 바이에른 뮌헨 2군 팀에서는 4-1-4-1 포메이션에서 두 명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중 한 자리를 맡아 경기를 풀어갔다. 세컨드 스트라이커이자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공격진에 윤활류 역할을 하고 마지막 패스를 보냈다. 


선제골을 넣은 정우영(한국 올림픽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양발을 통한 슈팅도 탁월한 정우영은 2019년 여름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했고, 2020-21시즌 핵심 로테이션 자원으로 뛰며 분데스리가에서 4골을 넣었다. 2021-22시즌 개막 후에는 주전 자리를 꿰차며 벌써 2골을 넣었다. 4-4-2와 3-5-2 포메이션을 혼용하는 프라이부르크에서 정우영은 루카스 횔러와 투톱으로 경기하고 있다.


정우영은 최전방에 배치되지만 정해진 위치 없이 전방 전역을 누비고 있다. 좌우 측면 윙어 자리를 물론 2선 중앙부터 수비형 미드필더 영역까지 커버한다. 팀 내 최다 스프린트 횟수를 기록할 정도로 많이 뛰면서도 전력 질주하며 공이 있는 곳 어디든 관여하고 있다. 


체력과 속력에 기술을 갖춘 정우영은 수비 가담과 연계 및 공격 마무리까지 두루 기여하고 있다. 활동량이 많다보니 전방에서 득점 상황 자체게 관여하는 상황이 많지 않고, 정확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팀 전체에 전술적 기여도가 크다.


프라이부르크는 7라운드까지 진행된 2021-22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4승 3무로 무패를 유지하며 4위에 올라 있다. 정우영은 7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마인츠05와 5라운드 경기 외 6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3라운드 슈투트가르트전에는 멀티골로 3-2 승리를 이끌며 89분을 소화했다.


정우영의 이러한 전방위 활약은 맨체스터 유니이티드에서 뛰던 전성기의 박지성은 떠올리게 한다. 수비형 윙어로 불리기도 한 박지성처럼 전방 압박에 큰 영향력을 보이면서 역습의 기점이자 마침표를 찍는 능력을 두루 갖췄다.


단지 많이 뛰기만 해서 가능한게 아니다. 경기 흐름을 읽고 어디에 언제 가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와 더불어 수비 기술과 공격 기술, 속력과 체력이 다 있어야 한다. 현재 벤투호에 이와 같은 덕목을 두루 갖춘 선수는 없다. 


정우영은 지난 3월 일본과 원정 친선전을 통해 성인 A매치에 데뷔했다. 이번 일정에도 중용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하지만 최근 프라이부르크에서 보이는 활약을 본다면 향후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강인의 경우 마요르카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으나 왼발을 잘 쓰는 이동경, 경기 운영 능력의 중심이 되는 황인범과 역할이 겹친다. 2선에 빠른 선수를 선호하는 벤투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의 경우 체격 조건을 갖춘 '큰 정우영'을 선호한다. '큰 정우영'은 미드필드 후방에서 이강인의 강점인 전환 패스와 스루 패스를 대신 제공할 수 있는 선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