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해진 아재 예능, '아는 형님' 300회의 명암

이준목 2021. 10. 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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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매너리즘의 위기, 변화의 갈림길 선 JTBC <아는 형님>

[이준목 기자]

JTBC 예능 <아는 형님>은 어느덧 방송 300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예전의 활력넘치던 초창기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게는 아쉬움만 남겼다.

2일 방송된 <아는 형님> 가수 영탁, 이찬원, 슈퍼주니어의 은혁과 동해가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다. 슈퍼주니어는 100회-200회 특집에도 모두 게스트로 등장한 바 있는 단골손님이고, '미스터트롯 TOP7' 특집에 출연했던 영탁과 찬원은 <아는 형님 > 프로그램 역대 최고시청률 기록의 주역들이었다.

오프닝에서는 300회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공식 메타버스 맵이 공개됐다. '형님학교'의 교실은 물론, 복도와 카메라 라인까지 완벽 구현한 디테일에 멤버들은 연신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출연자들은 자체 시상식과 축하공연, 토크타임, 머리탁구 게임 대결 등 다양한 코너를 준비하며 300회를 자축했다.

<아는 형님>은 '형님학교'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일곱 명의 철없는 형님들이 전학생으로 설정된 게스트들을 만나 다양한 콩트-무대-게임 등을 펼치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2015년 12월 첫 방송 이래 어느덧 방송 6년을 넘기며 명실상부하게 JTBC를 대표하는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사실 시작은 순탄하지 못했다. 강호동, 이수근, 김희철, 서장훈 등 나름 예능에서 검증된 화려한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구성이 산만하고 구태의연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초창기 '질문해결쇼'에서는 시청자들이 게시판에 올려준 각종 질문을 소재로 형님들이 각종 기상천외와 드립과 실험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해준다는 포맷을 내세웠다. 14회부터는 정신 승리가 필요한 연예인 후보 두 명을 불러서 논리 대결을 펼치고 우승자를 뽑는 '정신승리대전' 포맷을 도입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3주만에 다시 폐지됐다.

프로그램 존폐의 기로까지 몰렸던 <아는 형님>은 17회부터 지금의 학교 컨셉트를 도입하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게스트의 나이나 경력이 어떻든 형님학교에서는 서로 동급생 친구라는 설정으로 야자타임을 하고, 전학생이 내는 퀴즈를 맞히고 게임대결을 하는 구성이었다. 사실 이 포맷 자체도 예능에서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고정멤버들의 캐릭터와 케미가 서서히 살아나고 프로그램 특유의 B급 병맛 유머와 아재개그에 최적화된 컨셉으로 자리잡으며 <아는 형님>만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아는 형님>의 세계는 '나이먹어도 철들지 않는 중년 남성 시각으로 재구성된 놀이판'라고 요약할 수 있다.

멤버들은 전학생으로 등장하는 스타 게스트들을 홀대하고 짓궂은 장난과 맥락 없는 드립으로 끊임없이 당황하게 만들며 남성 게스트만 출연했을 때는 그 장난기가 더 강해진다. 심지어 멤버들 간에도 서로의 약점과 개인적 흑역사까지 거침없이 들추며 물어뜯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MBC <라디오 스타>의 초창기 시절 모습을 연상시키는 포맷에 케이블 채널 못지않은 높은 수위의 개그도 수시로 등장한다. 시청자들은 기존의 예의나 질서, 가식이 통하지않는 예측불허의 난장판에 휩쓸리며 머리를 비우고 아무 생각없이 한바탕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다.

또한 고정출연자들이 대부분 30대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로 연령대가 높다 보니 콩트나 토크에서도 어쩔 수 없는 복고 감수성이 진하게 묻어난다. <무한도전> 종영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맞이한 남성 취향의 리얼 버라이어티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배우, 가수, 개그맨 등 스타들도 <아는 형님>을 가장 출연하고 싶은 예능으로 꼽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방영기간이 길어지면서 최근의 <아는 형님>은 장수예능이 겪게되는 필연적인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는 형님>은 장기간 현재의 포맷을 유지하면서 간간이 새로운 코너를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형님학교를 대체할만한 새 포맷을 찾지 못했다.

이미 수년째 반복된 형님들의 캐릭터와 케미는 이제 시청자들도 패턴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최근에는 인기있는 대세 게스트들을 섭외해 놓고도 그들의 화제성과 개인기에만 의존할뿐, 정작 형님들의 활약상은 미미하다. 출연자들 대부분이 다른 예능에도 대거 중복출연하면서 비슷한 캐릭터와 토크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도 식상함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부담은 게스트에 대한 의존도로 이어진다. <아는 형님>은 이미 전성기에도 게스트의 화제성과 참여도에 따라 재미의 편차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능대부 이경규나 미스터트롯 특집처럼 게스트 본인의 예능감이 뛰어나거나 '털어낼 것'이 많은 출연자가 나왔을 때는 재미가 올라가지만, 그렇지 못한 출연자가 나왔을 때는 고정멤버들까지 덩달아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또한 <아는 형님>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도박 논란을 일으킨 신정환 같은 출연자를 섭외하며 '인맥예능-이미지 세탁의 권력화'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프로그램 색깔과 맞지않은 아이돌 팀의 잦은 등장이나 최신작 홍보를 위하여 나타난 출연자들에 대한 반감도 점점 높아졌다.

올해의 경우 2020 도쿄 올림픽의 화제성을 등에 업고 펜싱 남자 사브르 국가대표팀을 섭외한 293회처럼 시청률이 반등한 에피소드도 있지만, 상반기에는 대세 걸그룹으로 불리던 브레이브걸스나 itzy 등을 섭외하고도 '노잼'이라는 평가를 받았을만큼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극과 극으로 갈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이현이, 아이린, 정혁 등이 출연한 모델 특집은 올해 최저시청률까지 추락했으며, <아는 형님>의 유튜브 조회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300회 특집 역시 프로그램에 익숙한 단골 게스트들을 섭외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전의 회차들이 큰차이를 느낄수 없는 진부한 구성으로 일관했다.

애초에 <아는 형님>의 시작은, <무한도전>처럼 형님들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언제든 다양한 확장성이 가능한 포맷이라는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그러나 초반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리잡은 형님학교의 인기에 오랫동안 안주하다가 예전같은 참신한 실험 정신은 사라진 느낌이다.

<무한도전>, <1박 2일>같은 장수프로그램들도 매너리즘의 벽에 갇혔을 때 위기를 맞이했다. 300회를 기점으로 <아는 형님> 역시 또 한번 예전의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수많은 장수예능들이 식상해지며 몰락했던 전철을 밟게 될지, 중요한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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