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유럽파 경기력 절정, 컨디션 관리는 걱정
[박시인 기자]
▲ 김민재 한국 대표팀 핵심 수비수 김민재가 이번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두고 '역시차'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 대한축구협회 |
역대 이토록 유럽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경우는 드물었다. 최근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페네르바체) 등 코리안리거들이 유럽 빅리그에서 절정의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4일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해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한국은 오는 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시리아와의 3차전을, 12일에는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4차전을 치른다.
소속팀서 최상의 경기력 선보인 유럽파
이번 벤투호 명단에는 총 7명의 유럽파(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김민재, 이재성, 황인범, 정우영)들이 포함돼 있다.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7명 모두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뿐만 아니라 컨디션도 최상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 가운데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은 각 소속팀에서 공격의 핵심 역할을 맡으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먼저 손흥민은 리그 6경기에 출전해 3골 1도움으로 토트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에이스 해리 케인이 무득점에 그치면서 자연스럽게 공격의 무게 중심은 손흥민으로 이동한 상황이다.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한 첫 시즌부터 울버햄튼의 주전으로 도약하며,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 주말 열린 뉴캐슬전에서는 혼자서만 2골을 몰아치며 울버햄튼의 승리를 견인했다. 팀 내 5득점 중 혼자서만 3골을 기록할 만큼 황희찬의 비중이 높다.
황의조는 폼 저하를 극복하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9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극심한 부진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보르도 복귀 후 리그앙에서 3골 1도움을 기록, 날카로운 킬러 본능을 뽐냈다.
▲ 황희찬 황희찬이 최근 소속팀 울버햄튼에서 3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
ⓒ 울버햄튼 트위터 캡쳐 |
역시차와 싸워야 할 벤투호
하지만 두 번의 시차 적응과 현지 적응이라는 악조건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최대 변수다. 그럴만도 한 것이 한국은 지난 9월 열린 아시아 최종예선 2경기에서 크게 고전했다. 목표로 했던 홈 2연에서 승점 6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이라크와는 0-0 무승부, 레바논에 1-0 승리를 거두고, 4점을 챙기는데 그쳤다.
승점도 승점이지만 2경기에서 1골에 머문 빈약한 공격력이 문제다. 느린 템포의 팀 전술과 상대 밀집 수비에 대한 파훼법을 제시하지 못한 결과도 크지만 가장 큰 부진의 원인은 유럽파들의 컨디션 난조를 꼽을 수 있다.
손흥민은 이라크전에서 무거운 몸놀림으로 일관했으며, 이후 종아리 부상으로 인해 레바논전에서는 결장했다. 황의조는 지난 8월 2020 도쿄올림픽 출전에 따른 여파 탓인지 폼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급기야 레바논전에서는 조규성에게 주전 원톱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나마 레바논전에서 황희찬의 1도움과 철벽 수비로 무실점을 이끈 김민재의 활약이 다행스러웠다. 전체적으로 유럽파들의 뒤늦은 합류와 시차 적응으로 인한 컨디션 하락은 경기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유럽파들의 컨디션 관리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라 한국 축구에게 영원한 과제다. 영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손흥민, 황희찬은 8시간의 시차를, 터키에서 합류하는 김민재는 6시간의 시차를 극복해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흥민, 황의조, 김민재는 5일에 대표팀에 합류해 이틀 뒤 시리아전에 나선다. 지난달 12일부터 23일 동안 무려 7경기를 뛴 김민재의 경우 쉴 틈도 없이 한국으로 건너와 경기를 치러야 하는 살인 일정이다.
김민재는 지난 9월 공식 기자회견에서 "유럽에서 뛰던 모든 선수들이 겪었던 일인데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번 2연전에 대한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리아전을 마치고, 곧바로 이란 테헤란 원정 경기를 위해 서둘러 짐을 싸야 한다. 시차 적응이 되려는 찰나에 다시 5시간 30분의 시차가 있는 이란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지난 9월 홈 2연전을 치른 것과는 반대로 이번에는 '역시차'라는 최악의 조건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1273m 위치에 있는 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한국은 이곳에서 2무 5패에 머물렀다.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란에게 졸전 끝에 각각 0-1로 패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파들의 컨디션을 고려해 '대표팀을 이원화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지만 벤투 감독은 정공법을 택하겠다고 선언했다. 비교적 약체에 속하는 시리아 역시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시리아전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카타르행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과연 벤투호가 최악의 외부 조건을 딛고, 최대한 많은 승점을 챙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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