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다.. 40년 만에 찾아간 홍도, 그 속살은요
[백종인 기자]
▲ 오후 여섯시. 등대에서 바라본 서쪽 하늘 이쯤 되면 서쪽 하늘이 붉어야 하지 않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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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묶었던 홍도 2구 마을 민박집 아주머니의 말이다. 벽에 붙어있는 비상 연락망 이름을 세어보니 30가구가 채 안 되고 그마저도 매직펜으로 그어진 것이 꽤 있었다. 도합 이십여 가구?
홍도에는 마을이 두 개 있다. 쾌속선이 드나드는 동남쪽의 1구 마을과 북서쪽의 2구 마을인데, 2구 마을로 가려면 배를 이용하거나 높이 368m의 깃대봉을 넘어서 가야 한다. 북서쪽에 위치한 2구 마을은 남동쪽에서 올라오는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곳이어서 애초에는 1구 마을보다 먼저 사람들이 살았고 인구도 많았단다.
그러나 큰 배가 드나들기 좋은 해안 조건을 가진 1구 마을이 관광의 중심지로 개발되면서 2구 마을은 상대적으로 낙후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떠나갔다. 이리하여 2구 마을은 섬 안의 오지가 되었다.
▲ 유람선에서 보이는 2구 마을 30명도 채 안 사는 마을에 성당과 교회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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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속 전망대에서 바라본 1구 마을 비구름이 걸쳐 있는 산등성이 아래의 1구 마을에는 가정집은 별로 안 보이고 숙박시설과 식당들로 가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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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구 마을 전망대에서 바라본 홍도 전망대에서 보이는 경치만으로도 새벽부터 시작한 긴 여정의 피로가 어느 정도 가시는 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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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깃대봉 깃대봉에서는 흑산도가 보인다는데 시야는 구름으로 꽉 막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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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문화유산 제 3호로 등록된 홍도 등대 등대에 불이 들어왔으나 노을은 구름이 다 삼켜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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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가는 길은 아랫길 윗길 두 가지인데 민박집 아주머니 말이 산길인 윗길로 올라 아랫길로 내려오란다.
등대는 뒤쪽으로는 절벽이 있는 높은 산이 있고 앞쪽은 보석 같은 바위가 떠 있는 바다가 보이는 풍수지리 좋은 터에 낙락장송으로 꾸며진 정원까지 갖추고 있었다. 등대에 불이 들어왔으나 노을은 없었다. 구름이 다 삼켜버렸다. 이번에는 운이 좀 모자란다고 할까?
등대에서 내려오는 길은 너무도 좋았다. 전체가 데크로 이어지며 바다를 보면서 내려올 수 있었다. 노을만 졌으면 내 몸도 마음도 모두 붉게 물들었을텐데. 아쉬움을 떨치기 힘들었다.
민박집으로 돌아오니 아주머니가 물질로 직접 채취한 홍합을 넣어 부친 부침개, 톳나물, 그리고 직접 잡은 게로 만든 양념게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2구 마을의 폐가 사람들이 떠난 2구 마을에는 이런 폐가들이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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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푹 쉬고 나서인지 깃대봉을 오르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으나 나무가 우거진 숲속 길까지는 침범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깃대봉을 올랐으나 비가 내리는 깃대봉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깃대봉이라는 표지석뿐이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1구 마을로 내려가는 데크 길에는 비를 막아줄 나무조차 없었다.
▲ 몽돌해변 망망대해에 1km 가까이 되는 몽돌해변이 자리 잡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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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 70년의 역사를 지닌 곳이나 현재 총 학생 수는 4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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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공부하면 아무래도 경쟁에서 밀리니까. 여기 사람들 거의 목포에 집이 있어요. 아이들을 목포 학교로 보내지요."
이제 홍도 여행의 필수 코스이자 마지막 일정인 유람선을 탈 시간이다. 누구나 다하는 해상일주 관광이지만 누구나 다 하기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코스이다.
코로나에, 계절상 비수기인데도 유람선에는 70여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배가 움직이자 해설사의 구수한 입담도 시작되었다.
바위와 바람과 파도가 함께 빚어낸 절경이 펼쳐졌다. 깎아지른 듯한 붉은 빛 절벽에 크고 작은 소나무가 늠름히 서 있고 여름이면 사이사이 원추리꽃이 만개해 섬 전체가 색동옷 같다 하여 조선 시대에는 홍의도라 불렸다고 한다.
▲ 홍도의 독특한 형상을 한 기암괴석들 시계방향으로 물개바위, 독립문바위, 남문바위, 칼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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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섬 북쪽을 지날 때는 2구 마을을 한눈에 바라보며 우리가 묵었던 민박집 위치를 가늠해 보았고 등대에서 멀리 바라보았던 독립문바위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이제 홍도를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꼭 한 번 와 봐야겠다고 다짐한 지 40여 년 만에 찾은 홍도. 10년 후의 홍도를 상상해 본다. 사람 사는 냄새가 빠진 관광 도시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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