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단만은 막아야… '눈으로' 발 보는 게 당뇨발 예방 첫걸음" [헬스조선 명의]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2021. 10.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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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당뇨발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한승환 교수

당뇨발은 당뇨 환자 약 10%에서 발병한다. 당뇨를 오래 앓으면 혈관이나 신경에 문제가 생기는데, 발도 마찬가지다. 발의 혈류나 감각이 무뎌져 상처를 방치하다가 궤양으로 이어진다. 당뇨합병증인 당뇨발은 환자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 환자가 생활습관 관리를 철저히 하면 하지절단율·사망률이 8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한승환 교수에게 당뇨발 치료법 및 예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한승환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당뇨발은 왜 생기나?

당뇨를 오래 앓아서 혈류가 차단되는 혈관병증이나 신경이 손상되는 신경병증이 오면 당뇨발 위험이 올라간다. 이 두 원인에 의해 발에 궤양이 생기거나 괴사되거나 감염이 일어나는 병이다. 당뇨발은 발의 감각이 없어지는 게 가장 주된 원인이다. 발 감각이 무뎌지면 발에 가해지는 자극 느끼지 못해 방치된다. 그러면 굳은살, 상처, 궤양으로까지 이어져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환자가 많은 편인가?

현재 당뇨 환자를 전체 인구의 10%라고 보는데, 이 당뇨 환자 중에서도 10%가 당뇨발을 앓고 있다. 유병률이 1.8%라는 우리나라 통계도 있다. 결코 적지 않다. 괴사나 궤양뿐 아니라 당뇨 환자가 겪는 발이 저리거나 시린 증상도 당뇨발로 본다.

-절단하는 경우는?

당뇨 환자의 1.1%가 결국 발을 절단하게 된다. 발 상처로 인한 패혈증 때문에 증상이 생기고 단 며칠 만에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환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절단이 불가피한 상황이 존재한다.

당뇨발 환자의 발 자료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절단 후 생기는 문제는?

당뇨발 절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절단과 소절단이다. 대절단은 발목 윗부분까지 절단하는 것을 말한다. 소절단은 발의 일부분을 절단하는 것으로, 대절단에 비해 위험성이 덜하다. 대절단의 가장 큰 문제는 대절단 후 환자의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절단한 당뇨발 환자의 5년 생존율은 40%대다. 대장암의 평균 생존율이 60%대인 것을 감안하면, 암보다 더 예후가 안 좋은 질병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생존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발목 윗부분을 절단하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해지고, 혈당 관리가 안 돼 신장이나 심장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복합적인 문제를 일으켜 사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절단을 피할 수 있나?

피할 수 있다. 20여 년 전에는 당뇨발 환자를 대부분 대절단으로 치료했다. 하지만 치료법이 많이 발전했고, 대절단 시 환자 생존율이 낮아진다는 게 연구로 밝혀지면서 최근에는 대절단은 가급적 피하는 추세다. 절단하더라도 대절단 대신 소절단을 하기 위해, 성장인자치료 등 다양한 상처치료를 시행한다. 현재 당뇨발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당뇨발 치료 후에도 잘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감염 탓에 사망 위험이 큰 경우엔 응급으로 대절단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대절단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발 상태가 그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도록 사전에 잘 관리하는 것이다.

한승환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당뇨발, 정형외과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 당뇨발은 내분비내과, 감염내과, 심장혈관내과, 영상의학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다학제적 협진이 아주 중요하다. 우리 병원은 이런 여러 진료과 의료진과 전문상처치료간호사 등이 팀을 이뤄 당뇨발을 치료하고 있다. 다른 병원에서 긴급히 대절단을 해야 한다며 우리 병원으로 보낸 환자를 절단 없이 치료한 케이스도 여럿 있다. 신속하게 종합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덕이다.

-당뇨 환자가 기억해야 할 것은?

매일 매일 발을 관찰하자. 자신의 감각을 믿으면 안 된다. 발에 상처가 나진 않았는지, 새로 굳은살이 생기진 않았는지, 발톱이 살을 파고들고 있진 않은지 ‘두 눈으로’ 꼭 확인해야 한다. 약간의 저림, 시림 등의 증상도 예사로 보지 말아야 한다.

이상이 일단 생겼다면 내과 주치의나 정형외과를 꼭 방문하길 바란다. 당뇨발은 방치하면 절단 위험이 점점 올라간다.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환자가 아직도 많다. 정확한 의학적 도움을 꼭 받아야 한다.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을 쓸 수도 있고, 혈관을 넓이는 약을 쓰기도 하고, 찌릿한 증상을 조절하는 약도 있다. 절단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시행할 수 있는 치료법이 굉장히 많다. 발에 문제가 생긴 초기에 확실히 치료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한승환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한승환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다. 당뇨발 괴사와 감염이 있는 환자에서 다리를 절단하지 않고 최소한의 절개만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환자에게 보다 향상된 삶의 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진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다수의 우수한 치료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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