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대중 무역정책 발표.."고율관세 유지" 트럼프 닮은 꼴
'트럼프 관세' 유지, 2단계 무역 협상은 없을 듯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8개월 만에 중국에 대한 무역정책을 완성하고 그 골자를 발표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과 질의응답을 통해 미·중간 경제 협력 및 경쟁 로드맵을 제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가 중국산 상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1월 미·중이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를 중국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준수를 압박했다.
일견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강경책을 이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중국의 국제 경제 질서 준수를 압박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도구는 보이지 않아 실제 바이든 행정부가 얼마나 강하게 압박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타이 대표는 동맹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정한 무역 환경을 마련하고, 중국과 경쟁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지만 공조할 구체적 분야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부과한 25% 관세 유지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초부터 중국산 상품에 부과하기 시작한 25% 등 고율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고율 관세로 인한 미국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관세 적용 예외 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타이 대표는 "우리는 표적 관세 예외 절차를 시작할 것"이며 "추가 예외 절차에 대한 가능성도 계속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표적 관세 예외 절차'는 중국산 수입품 외에 대안이 없는 경우 고율 관세를 일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제도다.
타이 대표는 지난해 1월 미·중이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 내용에 대한 중국 측 이행이 미진하다고 지적하면서 준수를 압박했다. 그는 "중국은 농업을 포함, 특정한 미국 산업에 이익을 주는 약속을 했다. 우리는 그것을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타이 대표는 소위 2단계 무역합의는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타이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1단계 무역합의라고 부르는 바람에 2단계 합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1단계 합의 구조에서 시작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단계 무역합의를 추구하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획을 (바이든 정부가) 폐기했다"고 전했다.
1단계 무역합의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농산물 등을 구입하는 구매 계약 성격이 짙다. 중국은 2020~2021년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2017년 대비 2000억 달러(약 237조원) 규모 추가 구매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서둘러 무역합의를 진행하면서 상대적으로 합의가 쉬운 구매 계약을 1단계에 배치하고, 2단계 합의에서는 그보다 복잡한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본격적으로 짚을 예정이었다.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이행률은 60% 정도에 머문다.
타이 대표는 "1단계 합의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중국의 국가 중심적이고 비시장적인 무역 관행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새로운 경로" 촉구했지만 새로운 방법 제시 안 해
타이 대표는 미·중 무역 갈등은 "새로운 경로(new course)"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구체적 방법론이나 실천 도구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미국 내 인프라 건설과 무상 교육 도입 등 인적 투자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중국과 경쟁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미국이 스스로 역량을 키워, 중국과 정면 출동하지 않고도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타이 대표는 "중국과 무역 긴장 심화가 미국의 목표는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중국과 솔직하게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타이 대표가 중국과 화상 회담을 곧 추진한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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