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국 후 피자 배달한 레바논 출신 이민자, 노벨상 영예

분자 수준에서 촉각·통각의 원리를 규명한 공로가 인정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두 미국인 학자의 면면이 주목된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동수상자 중 한 명인 아뎀 파타푸티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신경과학과 교수는 레바논 출신 미국인이다.

파타푸티언 교수는 아르메니아인의 후손으로, 수십만명의 사상자를 내며 15년가량 이어진 레바논 내전을 겪었다. 그는 1986년 18세의 나이로 형제와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파타푸티언 교수는 대학에 가기 전 1년간 피자를 배달하거나 아르메니아 신문에 점성술 기사를 기고하는 등 다양한 일을 했다.
파타푸티언 교수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에서 의학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연구소에 들어갔다. 그는 “기초연구와 사랑에 빠졌다”며 “그게 내 진로의 항로를 바꿨다”고 밝혔다. 레바논에 있을 당시 그는 ‘과학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파타푸티언 교수는 촉각과 통각을 연구하는 데 흥미를 느꼈다며 “잘 이해되지 않는 분야를 찾아내면 파고들기에 아주 좋은 기회”라고 했다.

공동수상자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UC샌프란시스코 생리학과 교수는 고교 시절 과학자로서의 길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이너리그 야구선수 출신 물리학 교사가 학생들에게 야구공의 궤적을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서부터다. 줄리어스 교수는 “그는 내가 ‘과학을 해야 할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게 해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원 및 박사 후 과정을 밟으며 자연이 인간 수용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고통보다 생존에 더 중요한 감각기관은 없는데도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래서 그의 실험실에서는 타란툴라 독거미와 독사 산호뱀의 독소, 고추의 캡사이신, 서양 고추냉이와 와사비의 톡 쏘는 화학성분 등 자연계의 다양한 물질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 수상자 모두 노벨위원회의 수상 소식 사전 통지를 직접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파타푸티언 교수의 전화기는 ‘방해금지’ 모드로 설정돼 있었고, 노벨위원회는 94세의 파타푸티언 교수 부친을 통해 수상 소식을 전했다.
줄리어스 교수는 그의 처제에게 자신의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다. 노벨위원회가 줄리어스 교수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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