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무사 해체' 안보지원사 창설..당시 '황당 인사명령'

이철재 2021. 10.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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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를 해편한 뒤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를 창설하는 과정에서 국방부가 기무사의 일부 인원에 대해 하루 만에 서로 다른 내용의 인사명령을 두 번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원 소속군으로 돌려보내는 원대복귀(원복)시켰다가 반나절 만에 원복 명령을 취소한 것이다.

2018년 8월 31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창설을 하루 앞두고 국군기무사령부의 마크가 내려지고 안보지원사의 아크로 바뀌었다. [뉴스1]


이는 기무사 소속이었다가 해군으로 원복한 한 현역 영관급 장교가 정부를 대상으로 인사명령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4일 국방부에 따르면 해군 A 중령이 기무사에서 근무하다 2018년 8월 23일 사령부 인사위원회에 소환됐다. 사유는 ‘대외 물의 야기’였다.

그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자 그는 사흘간 현장구조지원본부로 보내졌다. 구조 작업에 투입된 현역 장병의 애환 등을 수집해 7건의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게 A 중령의 설명이다. 모두 민간인 불법 사찰과는 관련 없었다. 그런데도 ‘세월호 관련 인원’이란 낙인이 찍혔다.


“불법사찰과 무관한 데도 원복”

A 중령은 기무사 인사위에서 불법 사찰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4일 오전 해군으로 원복하라는 인사명령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8월 당시 “댓글 공작, 세월호 민간인 불법 사찰, 계엄령 문건 작성 등 불법행위 관련자를 원대복귀시키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당일 오전에 내려진 원복을 취소하는 인사명령이 당일 오후 나왔다. 군에서 인사명령을 반나절 만에 다시 취소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안보지원사 측은 “2018년 8월 24일 기존 기무사 인원 가운데 안보지원사에 창설 인원으로 합류할 명단이 나왔다. 그래서 A 중령 등에 대한 원복을 따로 명령할 필요가 없어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하는 군 소식통은 “원복으로 일부 기무사 인원을 거른다면 이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행정소송이 잇따라 이어질 것 같다는 우려가 뒤늦게 나왔다”며 “그래서 원복 대신 ’선발 탈락’이라는 꼼수로 일부 기무사 인원을 정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복 대상자 전원은 안보지원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안보지원사 관계자는 “원복 명령을 받았다면 안보지원사 인원으로서 부적격자”라며 “별도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A 중령은 “불명예를 안고 해군으로 복귀하면서 나는 물론 가족들까지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원복 후 보직이나 경력 관리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라며 소송 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검찰의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은 올 1월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에 대해서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세월호 백서’에 사진 나왔다고 인사위 회부

하루에 상반된 인사명령을 받은 A 중령의 경우처럼 정부가 기무사 해편과 안보지원사 창설을 너무 서두른 정황이 더 있다.

육군 B 소령도 기무사 인사위원회에 출석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세월호 관련 원복 심사자 202명 가운데 유일하게 구제됐다.

사정은 이렇다. ‘세월호 백서’에 실린 그의 사진이 인사위 회부의 증거였다. ‘세월호 백서’는 기무사가 2014년 세월호 관련 활동을 기록한 『세월호 침몰 사고 백서』를 뜻한다. 그런데 B 소령은 세월호 관련 임무를 맡지 않았다. 다른 일로 현장에 나갔다가 사진에 같이 찍혔던 것이었다.

원복 대상자 명단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기무사는 2018년 7월 기무사 특별수사단(특수단)에 세월호 관련 수사 대상자 명단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특수단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18년 7월 16일 국방부가 국방부 검찰단 아래 만들었다.

특수단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수사 대상자의 전체 명단 제공을 거부했다. 하지만 기무사 측의 독촉에 따라 결국 명단을 내줬다. 이 명단엔 군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일부 기무사 인원이 빠졌다. 당시 기무사 내부에선 ‘정치권에 청탁한 사람들만 원복에서 제외됐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A 중령이나 B 소령의 사례를 보면 정부가 일부 기무사 인원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동정론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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