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경선 '절벽' 끝에서 뭘 보고 있나.."3월까지 많은 일"

김효성 2021. 10. 5.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민주당 인천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제가 더 열심히 경선을 뛰겠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낙연 전 대표가 4일 캠프 인사들을 만나 했다는 말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대북특사 파견, 서울·평양 상호대표부 설치 등 외교·안보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민주당 원로당원을 만나는 등 일정을 빈틈없이 소화했다.

이 전 대표는 당원을 만나선 “부족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여기까지 왔다”며 “모든 것을 대한민국을 위해 바치고 떠나고 싶다. 당원들도 민주당의 자산을 잘 활용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 전 대표 캠프 분위기는 어두웠다. 3일 인천 지역에서 발표된 민주당 대선 경선 누적득표율 결과 이 전 대표는 34.33%로 1위 이 지사(54.90%)에 20.57%포인트(20만4461표 차) 뒤졌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를 돕는 한 초선 의원은 “분위기가 안 좋아서 말도 붙이기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전 대표가 경선을 접을 거란 전망이 정치권에선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만에 나타난 이 전 대표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이 전 대표를 돕는 박정 의원은 “파주 현장에서 만난 이 전 대표가 ‘마지막까지 힘을 내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보였다”며 “경선 완주는 당연하다는 게 캠프 입장”이라고 전했다.


유동규 구속에 촉각


이 전 대표는 3일 결과 발표 뒤 “결선투표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결선 투표를 위해선 9~10일 서울·경기 권리당원·대의원(30만9177명)과 3차 국민 선거인단(30만5780명) 투표에서 이 지사의 득표율이 38%(약 16만명·투표율 65%가정)를 넘어선 안 된다. 만약 38%를 넘는다면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이 과반이 되면서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한다. 광주·전남 경선을 제외한 10차례 경선에서 모두 과반을 기록해온 이 지사의 득표율이 10%포인트 이상 곤두박질 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왼쪽 둘째)가 4일 경기 파주 임진각을 찾아

그럼에도 이 전 대표 측에서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는 변수는 최근 본격화된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다. 특히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지난 3일)을 기점으로 이 지사와 관련된 의혹이 증폭되면서 경선에 미칠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캠프가 주목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는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수도권 당원들이 참여하는 만큼 지금까지의 경선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결선투표 가능성이 0%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대표 캠프 대변인인 이병훈 의원은 “캠프로 대장동 관련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이 전 대표가 당을 위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며 “경선이 끝나도 내년 3월 9일 선거일까지 (대장동 문제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경우 민주당 경선 종료 이후에도 대선 구도가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런만큼 일단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한 뒤 이후 정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전 대표도 본인도 4일 “내년 3월이면 대선인데 여야 모두 걱정과 불안이 있다”는 말을 했다.


“졌잘싸”…친문·호남 구심점 노리나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민주당 인천 경선에서 투표 결과 발표 후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이낙연 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기대와는 별도로 30%를 상회하는 이 지사의 득표율이 역대 경선 2위 후보들과 비교할 때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표라는 점도 경선 완주의 배경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56.5%로 1위를 기록할 때 2위 손학규 후보는 22.2%에 머물렀다. 2017년 대선 경선에서도 문 후보(57.0%)에 이어 2위 안희정 후보는 21.5%를 득표했다.

이 전 대표를 돕는 재선 의원은 “30%대 득표율의 의미는 민주당 진영의 지분 3분의 1을 가진다는 것”이라며 “5%포인트 이내로 박빙 승부인 본선에서, 진영 결집을 위해 이 전 대표의 역할이 더 커지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당 내 친문계나 호남 세력의 구심점으로서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역할을 위해서도, 또는 내년 지방선거(내년 6월)와 전당대회(내년 8월) 출마를 원하는 이 전 대표 측 인사들을 위해서도 그가 경선을 완주해야 한다는 주장이 캠프 내에서 나온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