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구 칼럼] 고조되는 대장동 특검 여론

김의구 2021. 10. 5. 04: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장동 의혹, 특검제 취지에
부합하나 긴 수사 공백 우려

검·경 수사 본격화 늦었고
수사 핵심인 휴대전화 미확보
전혀 검찰스럽지 않아

2018년 드루킹 특검은 부실
수사가 자초… 엄정한 수사
의지와 능력 발휘가 관건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구속되면서 야당의 특별검사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유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 투자사로부터 뇌물을 받았고, 사업의 수익 배분 구조를 설계하면서 민간업자에 과도한 개발 이익을 몰아줬다는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배임 부분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직접 연관된 사안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수익 구조를 결정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급기관인 성남시의 결재를 거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지사 스스로도 대장동 개발 방식에 대해 본인이 설계해 민간에게 돌아갈 개발이익을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환수한 것이라고 설명한 마당이다. 영장 요지대로 민간업자에게 필요 이상의 이익을 넘긴 것이라면 범법이고, 잘 모르고 한 일이라 해도 행정 실패의 책임이 남는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정권 밖에 있는 특검이라야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백 입증을 위해서라도 이 지사가 특검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국민의힘도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특검 도입만이 답”이라는 논평을 냈다.

제도 취지로만 본다면 이번 사건은 특검 도입이 충분히 필요한 사안이다. 특검법은 특검의 대상을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국회가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처럼 여당에서 1위를 달리는 대권 후보의 연루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직전 검찰총장을 지냈던 야당의 유력 주자도 부친의 집 매각 문제 등으로 여당의 공격을 받고 있다면 수사의 중립성이나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해 독립적인 수사 기구를 구성하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특검은 준비 기간이 길고 기울인 노력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제도다. 대장동 의혹은 수사의 중립성뿐 아니라 조속한 실체 규명이 긴요하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고 특검이 임명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데 그동안 수사가 손을 놓는 상황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그런데 지금까지 진행돼온 수사를 보면 특검을 자초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휴대전화 확보에 실패했다. 그가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기 때문이라는 것은 매우 검찰스럽지 않다.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을 압수수색할 때 몸싸움을 불사하며 확보하려던 것이 휴대전화였다.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를 공익신고인으로 받아들이면서 검찰이 먼저 내건 조건도 휴대전화 확보였다. 유 전 본부장의 과거 휴대전화는 물론 최근 것마저 놓쳤다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검찰과 경찰로 나뉘어 수사를 본격화한 시점도 한참 늦었다. 그 사이 사건의 유력 관계인인 변호사는 출국해버렸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검이 시작된 것은 결국 초동 수사 부실이 원인이 됐다. 경찰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드루킹과 관련된 사실이 드러났으나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했다. 관련 수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2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야권의 특검 요구는 날개를 달았고, 국회 장기 파행과 제1야당 원내대표의 단식농성까지 빚어진 끝에 여당은 특검에 합의했다. 2018년 5월 문재인정부 들어 첫 특검법이 가결돼 특검이 진행된 결과 김 전 지사는 지난 7월 댓글 조작 공모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의 최종 판결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도보 투쟁까지 언급하며 특검 압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야당에 한 자리를 펴주는 국정감사까지 보이콧하는 강수를 둘지는 미지수다. 과도한 요구는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 드루킹 특검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여당이 특검에 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검이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결국 관건은 현 수사 주체의 의지와 능력이다.

국민은 특검 도입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적 논쟁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의혹의 실체에 대한 속 시원한 규명을 기대할 뿐이다. 검경의 수사가 왜곡되거나 미진하다면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혹은 감사원 감사든 대안을 찾으라는 여론이 비등할 것이다. 정치권은 결국 민심을 거스르기 어렵다. 수사 당국이 특검 도입으로 ‘봉고파직’ 당하는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면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