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내각 출범.. "김정은과 직접 마주할 각오"
한·일 현안 부서 곳곳 극우인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신임 총리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각오가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4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내각의 중요 과제로 꼽았다.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 당시) 여러가지 대책을 시도했고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똑바로 반성하면서 납치 문제에 대해 확실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일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해결할 납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전임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핵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원폭 피격지인 히로시마 출신으로서 핵무기 없는 세계에 주력을 다하겠다. 외무상 시절부터 핵무기 없는 세계를 지향했고 이를 필생의 사업으로 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일 동맹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의연한 외교·안보(정책)를 전개한다”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의 지속적인 추진 의사도 밝혔다.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강하다.
한·일 관계 개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시다 내각은 60%를 처음 입각한 각료로 채우는 등 쇄신 이미지를 부각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문제 등 한·일 현안 주무 장관들이 대부분 극우인사로 채워졌다. 역사 왜곡을 선동한 인사가 정부 대변인 격인 관방장관에 기용됐다. 아베 신조 정권의 극우적 색채와의 차별성은 드러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의 컨트롤타워이자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2인자 관방장관에는 마쓰노 히로카즈 전 문부과학상이 내정됐다. 아베 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 호소다파 소속인 마쓰노는 그간 위안부, 독도 등 역사 문제에 대해 극우적 발언을 내놓은 인물이다.
그는 2012년 미국 뉴저지주 지역신문에 “여성이 의사에 반해 일본군에게 매춘을 강요받았다는 역사적 문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일본군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일본의 역사적 책임을 부정했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선 문부과학상으로 재직 중이던 2017년 초·중학교 사회 과목에서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가르치도록 의무화하기도 했다.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방위상과 외무상 자리엔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와 강경파 모테기 도시미쓰가 유임됐다. 기시 방위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패전일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모테기는 아베·스가 내각에서 외무상을 지내며 한·일 간 여러 현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준 인물이다.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담당하는 경제산업상에 임명됐다. 하기우다 역시 올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우익 강경파로 입각하기 전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 규제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시다 총리 스스로도 외무상으로 재임 중이던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의 일본 측 당사자다.
이번 기시다 내각은 총재 선거 당시 기시다 총리를 지원했던 파벌이 주요 직위를 나눠 가졌다는 점에서 논공행상의 성격도 띤다. 2012년 12월부터 8년9개월 동안 재무상으로 재직했던 아소 다로가 자민당 부총재로 자리를 옮기면서 아소의 처남 스즈키 슌이치가 재무상에 기용됐다.
반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맞붙었던 고노 다로 행정담당상을 지지한 인사는 이번 인사에서 배제됐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이끄는 파벌 스이게쓰카이 소속 의원 17명은 물론이고 젊은 정치인의 대표 주자로 뽑히는 무파벌 비주류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도 내각에서 자리를 얻지 못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자신을 제외한 내각 구성원 20명 가운데 13명을 각료 경험이 없는 신인으로 ‘물갈이’하면서 쇄신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으나 새 인물 대부분이 정치 경력이 긴 고령 정치인인 탓에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시다 내각의 평균 연령은 만 61.8세로 오히려 출범 당시 만 60.4세였던 스가 내각보다 늙어졌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 앞으로 축전을 보내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지리적·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국가로서 이웃 나라다운 협력의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소통해 나가길 기대한다는 뜻을 축전에 담았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기시다 신임 총리 및 새 내각과 협력해 양국 현안은 물론 코로나19와 기후위기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서로 지혜를 모아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일본의 새 내각과 마주 앉아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양국의 공동 번영을 위해 경제와 문화, 인적 교류 분야에서 발전적 방향으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기시다 내각과 위안부·강제징용 등 한·일 과거사 문제 해법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우진 박세환 기자 uzi@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준표 “X랄하던 놈, 줘팰 수도 없고” 하태경 “막말병 도졌나”
- 응?갑자기?…‘역대급 민폐’ 포르쉐 차주가 붙인 사과문
- 검찰, 박영선 “도쿄 아파트 처분” 거짓말 의혹 불기소
- ‘王자 논란’ 尹측, 손 안씻나 묻자 “손가락 위주로…”
- 가짜 출입증 만들어 女기숙사 침입한 서울대 대학원생
- “난 염전노예 같은 신세, 노인네가 회사를 어떻게 이겨”
- “검찰은 깜깜이, 경찰은 생중계”…말로만 무죄추정 [이슈&탐사]
- “그냥 타요” 버스기사 한마디, 그리고 대학생의 보답 [아살세]
- “에어컨 다시 틀었어요”… 1주일여 늦은 ‘지각 가을’ 왜?
- ‘빈자의 식탁’ 읽고 57만원 모아 식품 기부한 청년들 [이슈&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