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퍼미션 투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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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뉴욕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연설했다.
연설 맨 뒤에 유엔본부를 배경으로 찍은 뮤직비디오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영상을 개방했다.
'퍼미션 투 댄스'(댄스 허가라는 뜻)라 하니 언뜻 떠오르는 역사의 한 장면이 있다.
조선의 여성 8명이 서양과 일본에서 허용된 댄스홀을 서울에도 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을 조선총독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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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뉴욕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연설했다. 연설 맨 뒤에 유엔본부를 배경으로 찍은 뮤직비디오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영상을 개방했다. 이들의 멋진 활약과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본 기성세대는 “와 방탄소년단이 정말 대단하긴 한가 보네”라고 흐뭇해했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유엔이 그렇게 대단한 곳이었어요”라며 놀란단다.
‘퍼미션 투 댄스’(댄스 허가라는 뜻)라 하니 언뜻 떠오르는 역사의 한 장면이 있다. 바로 1937년의 ‘딴스홀 청원서 사건’이다. 조선의 여성 8명이 서양과 일본에서 허용된 댄스홀을 서울에도 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을 조선총독부에 올렸다. ‘삼천리’ 잡지에 “서울에 딴스홀을 허(許)하라”는 제목으로 그 내용이 실렸다. 총독부는 시국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조선에 댄스홀 영업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통해 당시 ‘양춤’으로 대표되는 서구문화의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첫째는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다. 조선총독부는 댄스를 할 일 없는 한가한 자들의 오락으로 여기면서도 불온한 자유 사상이 싹틀까 두려워했다. 유교적 질서를 보전하고자 하는 조선의 지배계급은 양춤을 조선의 정신을 좀먹는 천한 짓거리로 보았다. 반면 댄스를 허하라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댄스는 신분제와 사회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했다. ‘스윙재즈’로 대표되는 당시 서양의 댄스는 신체의 자유를 전제로 하는데, 신체의 자유야말로 근대적 자유의 핵심 개념이다.
둘째,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 문제다. 한 마디로 지금 시국이 어떤데 댄스를 즐기느냐는 것이다. 만주벌판에서 독립군이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투쟁하고, 국내에서는 목숨을 걸고 적장을 향해 도시락 폭탄을 던지는 때였다. 또 일제에 쌀을 공출당해 굶어 죽는 소작농이 허다한 이 고통의 시기에, 같은 민족으로서 한가롭게 앉아 커피와 독주를 마시며 여인을 끌어안고 블루스를 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동체의 운명을 개인의 행복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전통과 충돌한 것이다.
다시 방탄소년단이다. 그들은 “춤추기 위하여 허락을 받아야 할 필요는 없어”라고 노래한다. 상황이 어둡고 추락할 것 같을 때에도 자신을 믿으라 하고, 방해하는 세력들이 있더라도 두려워 말고 춤추라고 한다. MZ세대는 가난과 신분제와 제국주의에 질식당해 춤추지 못하던 조부모세대나 냉전체제에서의 자기검열과 유교식 체면 문화를 내재화한 부모세대를 완전히 극복했다. 자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웰컴 제너레이션’의 탄생이 대견스럽고 부럽다.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는데 그만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인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 의문이 일어났다. 정말 우리 청년들은 “떨어지더라도 어떻게 착륙하는지 알”고 있을까. 우리 사회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사람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사회인가. 배달 라이더가 오늘 밤 춤추기 위해서는 등급을 매기는 알고리즘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물류센터 직원은 새벽 배송 나가는 신선야채를 트럭에 실어놓은 후에야 비로소 춤출 수 있다.
각각의 개인이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자유로운 주체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약자와 연대할 때 진짜 춤을 출 수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진정한 춤꾼은 다윗왕이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유인으로서 천한 백성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채신머리없이 힘껏 춤을 추었다. 위계질서와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아내가 다윗을 비난하자, 다윗은 한 마디 쏘아붙였다. “하나님이 춤추게 하셨는데 내가 당신에게 또 허락을 받아야 할까.”
장동민(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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