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페미니즘은 디오니소스적인 광기와 이교주의의 부활"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퀴어(동성애) 페미니즘을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미국의 대표 여성학자이자 원조 여성학자로는 커밀 팔리아 교수가 있다. 그는 버틀러가 주장하는 ‘퀴어무정부주의’와 ‘디오니소스’(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이자 쾌락과 광란의 신으로, 니체는 새로운 메시아로 대망하기도 했음)적 좌파 페미니즘(젠더·퀴어 페미니즘)을 비판한다.
팔리아 교수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그리스·로마 문화에 조예가 깊다. 그는 자신의 저서, ‘성적인 페르소나’(Sexual Personae) 머리말에서 유대·기독교는 결코 이교주의를 물리치지 못했으며, 그 이교주의는 아직도 예술과 에로티시즘, 점성술 그리고 대중문화 속에서 여전히 번성한다고 말한다. 그는 유대·기독교가 완전히 물리치지 못한 이교주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낭만주의 그리고 할리우드를 통해 재등장했다고 본다. 유대·기독교 전통이 디오니소스적 이교전통을 완전히 물리치지 못했다는 점과 포스트모더니즘 성향의 젠더·퀴어운동이 디오니소스적 새로운 이교현상이라는 그녀의 통찰은 옳다.
니체도 기독교 성자가 아니라 디오니소스의 철학자가 되길 원했고, 니체와 매우 닮은 성 소수자 미셸 푸코도 니체주의와 디오니소스적 광기 철학을 그의 소아성애적 성 정치 운동 속에서 전개했다. 푸코는 포스트모더니즘 및 후기구조주의적 디오니소스다. 팔리아 교수는 ‘안드로진’(양성성)과 성 정체성의 모호성을 문화인류학적이고 예술사적으로 연구했다.
그는 ‘68운동’과 퀴어페미니즘 등을 통해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이교적인 것이 부활했다고 본다. 독일 낭만주의와 루소주의가 흐르는 퀴어페미니즘을 통해 디오니소스적이고 퀴어한 유체성, 모호성, 안드로진, 성전환자, 트랜스 섹스가 부활했다는 것이다. 팔리아 교수는 디오니소스는 현대 젠더퀴어 페미니즘을 상징한다고 분석한다. 그는 퀴어페미니즘의 낭만주의와 루소주의에 맞서 디오니소스를 미학주의적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오히려 디오니소스 축제 때 발생하는 ‘통음난무’(집단성교)와 잔인하고 폭력적인 일련의 행위를 지적한다.
젠더퀴어 페미니즘이 미학주의적으로 찬양하는 성 정체성의 모호성, 붕괴성 등을 르네 지라르는 축제 때 발생하는 일시적이고 위기에 처한 차이 소멸로 파악했다. 팔리아 교수는 낭만주의가 ‘데카당스’(퇴폐상)로 이어진다는 옳은 주장을 했다. 디오니소스는 안드로진, 유체성 그리고 의상 도착증을 상징한다. 또 팔리아 교수는 1960년대 페미니즘이 디오니소스적인 것을 도입했지만, 디오니소스적인 통음난무에서는 폭력과 파괴가 동반된다고 강조한다.
디오니소스는 자유로운 섹스와 폭력의 상징이다. 디오니소스는 집단 폭력의 광기를 상징한다. 디오니소스의 여성 추종자들은 ‘미쳐 날뛰는 자들’을 의미하는 ‘마에나드’로 불렸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축제 때 이 광기의 여성들은 희생제물을 맨손으로 잡았다. 이를 ‘스파라그모스’라고 한다. 이들은 희생제물을 날것으로 먹었는데 이를 ‘옴파기아’라고 한다. 이렇게 디오니소스는 집단광기와 집단성교 그리고 집단폭력(스파라그모스)을 의미했다. 팔리아 교수는 이것이 젠더퀴어 운동에서 재현된다고 주장했다.
팔리아 교수는 성전환자 광기는 문화 붕괴의 징조라는 사실을 역사적 교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자신의 그리스·로마 문화사 연구를 토대로 주장한다. 그녀는 다양한 문화를 분석해 본 결과 성전환자 광기와 같은 현상은 문명의 데카당스(퇴폐상과 타락상) 단계에서 등장한다고 말한다. 그녀에 의하면 젠더 정체성의 폭발은 인류 문명 역사 전체를 통해 볼 때 되풀이되는 문명 붕괴의 징조다.
동성애적 소아성애이자 ‘사도 마조히스트’(가학적 변태 성애자)로 불리는 미셸 푸코를 철학적 대부로 여기는 디오니소스적 젠더퀴어 운동은 의도적으로 변태적 성행위라는 일탈을 추구한다. 따라서 소위 ‘퀴어 신학’은 정통 기독교 신학에 속하지 못하는 디오니소스적 새로운 이교 현상이며 새로운 영지주의라 할 수 있다.
퀴어스럽다는 것은 디오니소스적 일탈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서 퀴어스러운 것으로 부활했다. 디오니소스적 퀴어는 동성애자, 소아성애자 그리고 사도 마조히스트로 커밍아웃한 급진 페미니스트 게일 루빈의 표현처럼 정상적이고 일상적이고 변태적이지 않은 것의 대척점에 있는 비정상적이고 일탈적인 소위 ‘변태적인 것’을 상징하고 의미한다.
빌헬름 라이히와 마르쿠제와 같은 혁명적 좌파 프로이트 추종자들은 성적인 통음난무를 성 유토피아로 찬양하기도 했다. 푸코가 서문을 적은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책 ‘안티 오이디푸스 자본주의와 정신분열증’에서 자본주의는 욕망의 혁명성 때문에 그것을 억제하고, 그렇게 억제된 욕망은 정신질환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욕망의 흐름이 막히자 ‘욕망하는 기계들’인 인간은 정신분열자가 돼 이상한 망상에 사로잡히거나 ‘파라노이아’(편집병) 환자가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들뢰즈와 가타리는 디오니소스적 성욕망의 분출을 주장한다.
정일권 교수(전 숭실대학교 기독교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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