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호주에 핵잠 건조 지원한 미국, 한국과도 협력해야
미국이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 동맹’을 발표하면서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은 여론을 의식한 듯 딱 한 번 있는 일이며, 핵무기가 아닌 잠수함 건조 지원이기에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핵 추진 잠수함은 두 종류다. 하나는 핵무기를 싣고 다니는 ‘전략 핵 추진 잠수함’이고, 다른 하나는 이 잠수함을 추적·감시하며 수중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공격 핵 추진 잠수함’이다. 전략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인도 등 모두 6개국이다. 이들 잠수함에는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싣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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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LBM 발사한 북한 위협 대비 절실
과감하게 핵 추진 잠함 건조해야
」
전략 핵 추진 잠수함의 임무는 선제 및 보복 핵 공격이며 오늘날 핵전쟁을 억제하고 있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해전 발발 당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공격 핵 추진 잠수함 5척과 디젤 잠수함 1척을 급파했다. 공격 핵 추진 잠수함은 2주 만에 도착해 고속으로 기동하는 아르헨티나 순양함을 따라잡아 격침해 전승에 기여했다. 속력이 느린 디젤 잠수함은 5주 후에야 현장에 도착해 전쟁에 기여하지 못하자 대처 총리는 전후 디젤 잠수함을 모두 폐기했다.
핵 추진 잠수함과 디젤 잠수함의 가장 큰 차이는 속력과 은밀성에 있다. 속력 면에서 핵 추진 잠수함이 KTX라면, 디젤 잠수함은 완행열차다. 은밀성 측면에서 핵 추진 잠수함이 스텔스함이라면 디젤 잠수함은 세미 스텔스함이다. 디젤 잠수함은 축전지 충전을 위해 하루 2~3회 수면 가까이 올라와 자주 노출된다. 핵 추진 잠수함은 승조원의 체력이 문제없고 식량만 충분하다면 수중에서 노출되지 않고 무제한 작전이 가능하다.
북한은 2016년 디젤 잠수함에서 SLBM 시험 발사에 성공했고,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 중이다. 북한이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해 핵탄두를 장착한 SLBM으로 무장한다면 한국과 미국엔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미국과 러시아의 공격 핵 추진 잠수함은 상대의 전략 핵 추진 잠수함을 추적·감시하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에 들키지 않고 3주 이상 소련 전략 핵 추진 잠수함을 추적한 미국 잠수함 함장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런 임무는 수중에서 고속으로 무제한 작전이 가능한 핵 추진 잠수함만이 할 수 있다. 한국이 공격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해 북한의 SLBM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2000년대 초부터 핵 추진 잠수함 설계 및 건조를 연구해왔으며 지금은 독자 기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 미국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미국에서 들여오는 우라늄을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미 원자력 협정의 족쇄가 채워져 있다. 한국이 원하는 공격 핵 추진 잠수함 원자로에는 핵무기를 만들 수 없는 수준의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이 필요하다.
한국은 비핵화 정책을 견지해온 원자력 운용 모범국가이며, 핵폭탄 제조 계획도 없음을 미국은 잘 안다. 그런데도 미국은 농축도 20% 미만인 미국산 우라늄의 군사적 사용을 용인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인도·파키스탄·호주보다 훨씬 전방에서 북·중·러 견제에 참여하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인도·파키스탄이 핵을 개발할 때도 미국은 군사·경제적 제재를 풀어줬다. 미국의 동맹국 서열화 때문에 한국은 동맹국이면서도 상당한 소외감을 느낀다.
한국의 당국자들은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직면한 북한의 SLBM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재인식해 오랜 동맹국으로서 격에 맞는 협력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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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 예비역 해군 대령·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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