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의 이코노믹스] 고용시장 개혁이 출발점, 청년들이 일할 기회 넓혀야
‘코로나19 늪’에 빠진 청년실업
한 예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직전이던 2019년 4분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47만 명이었는데 최근 자료인 2021년 2분기에는 130만 명으로 약 17만 명 감소했다. 반면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거의 비슷한 숫자가 오히려 증가했다. 매출 감소로 사람을 두지 않고 나 홀로 일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힘겹게 버티고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러한 노동시장에서는 청년처럼 새로 일자리를 찾는 계층에게는 불리한 여건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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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력 부족한 청년들 잘 뽑지 않아
기존 근로자와 형평성 고려해야
교육·훈련확대 등 안전망 시급해
향후 산업구조 대비하는 측면도
」
2020년 코로나19 충격 이전에도 문제는 있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경직적인 시행에 따라 노동비용이 크게 상승하며 고용 사정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 단위노동비용지수(2015년 100 기준)는 2017년 1분기 110.36에서 노동비용 상승 충격과 함께 코로나 사태 전년도(2019년) 1분기에는 132.15로 19.7% 상승한 상태였다.
따라서 비용증가에 따른 기업의 고용환경 악화가 불가피했는데, 이러한 부담은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청년들이 가장 크게 질 수밖에 없다. 즉, 업무성과나 생산성 향상이 수반되지 않은 채 고용에 수반되는 비용이 증가한 것인데, 기존 근로자가 그 부담을 분담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신규채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경제 나빠지면 경력직부터 채용
특히,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심해 탄력적이고 유연한 인력관리가 어려운 채 연공서열에 가까운 보상체계를 유지하며 장기 고용 관계를 유지할 경우, 청년 신규채용은 부담이 된다. 경제의 성장 속도가 떨어져 미래가 불투명하면 검증되지 않은 신규인력을 채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그래도 채용이 불가피하면 경력직을 우선 채용하기 때문에 그 피해는 청년에 집중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 수치를 다른 국가와 단순 비교하면 높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같은 실업률 정의를 사용해도 수치 자체가 개별 국가의 노동시장 관행과 환경을 반영할 수 있어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보다 해당 국가의 전체 실업률에 대비해 청년 실업률 수치가 어떤지를 상대적으로 비교해서 보는 것이 청년고용의 실제 여건을 판단하는 데 중요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 국가에서 장년층보다 새로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의 실업률이 통상 높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로 청년(15~24세) 실업률을 전체 실업률로 나눠 산출한 배율을 보면, 2020년 우리나라의 경우 2.67로 미국의 1.86이나 독일 1.84, 일본 1.63에 월등히 높을 뿐 아니라, OECD 또는 선진 7개국 G7 평균인 2.13과 비교해도 높게 나타난다. 프랑스가 2.67로 우리와 비슷하고 청년고용 사정이 좋지 않은 대표적인 국가인 이탈리아가 3.15로 조사됐다.
청년실업의 부작용 장기간 존속
청년 실업은 이력효과(hysteresis effects)가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쉽게 이야기하면, 한번 실업에 빠지면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분석한 대표적인 연구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를 지낸 MIT 대학 브랑샤드 교수와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하버드대학 서머스 교수가 함께 저술한 ‘이력효과와 유럽의 실업 문제’ 논문을 보자.
임금은 기업 경영진과 기존 노동자 간에 일종의 내부자(insider) 협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균형 수준보다 통상적으로 높게 결정되고 결과적으로 근로자의 초과공급이 발생해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외부자(outsider)로서 신규채용을 희망하는 청년층이 특히 대표적인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일자리가 임금을 받는 역할뿐만 아니라 업무를 통해 자신의 역량과 인적자본을 개발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이다.
초기 경력을 시작하는 근로자가 이런 기회를 청년 시절에 제대로 잡지 못하면 이후 인생에서 상황이 계속해서 나빠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외환위기 이후 고용여건이 나쁘던 1990년대 후반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점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세대는 이후에도 노동시장에서 직장을 구할 때 계속해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출발은 노동시장 개혁이 될 수밖에 없다.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성과와 생산성에 따른 평가보상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위적으로 큰 폭의 임금 조정을 강제하는 시도는 노동비용을 높이며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노동정책을 수립할 때는 기존 근로자 외에 새로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층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조직 내 비정규직의 일괄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취업을 준비하던 이들의 기회를 사실상 박탈한 부작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작위 현금 지원은 효과 없어
심각한 청년실업의 이면에는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사례도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새로운 산업구조의 등장과 기술변화로 노동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한 부문이 존재하는 반면에 전혀 산업 수요와 상관없는 인력이 공급되기도 한다. 이러한 노동의 수요·공급 미스매치(mismatch)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탄력적이고 유연한 교육·훈련 기회의 확대 역시 필요하다.
이런 기회는 개인적인 가정 형편에 제약받지 않고 모든 청년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청년에게 무작위로 돈을 나눠주는 형식이 아니라 교육·훈련과 연계된 복지 및 지원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 당장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이 실업의 이력효과라는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결국,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은 현재 시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청년들이 향후 실업 이력효과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노동시장 개혁과 복지 안전망 위에 수요에 맞는 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청년의 초기 경력이 미래 소득 좌우
「 ‘업무에 의한 학습(leaning-by-doing)’은 197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 교수가 업무 또는 작업을 계속하는 과정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면서 경제성장 분석에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개념이다. 특히, 인적자본 형성과 축적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분석되는 내생적 경제성장 이론이 주목받으면서, 교육·훈련과 함께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자체가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핵심적인 경제성장 요소로 보곤 한다.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거시경제 전반에서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러한 측면에서 경제학에서는 ‘업무에 의한 학습’을 개인의 발전과 미래소득 결정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본다.
직책을 맡길 때 그 사람이 재직했던 직장과 지금껏 수행했던 업무를 함께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이러한 관점에 기초한다. 따라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의 초기 경력이 이후의 개인적인 발전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 측면 때문에 청년실업은 당장 소득을 확보하지 못하는 측면뿐 아니라, 평생을 두고 미래 소득에 계속 누적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로체스터 대학의 리사 칸 교수는 미국 청년 패널조사를 활용해서 대학을 졸업한 ‘불경기 대학졸업자의 장기 노동시장 결과’라는 유명한 논문을 ‘노동경제학’ 학술지에 게재했고 이후에도 이런 주제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경기 불황 시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에 접근하기 일종의 ‘잃어버린 세대’의 어려움에 대한 것이다. 노동시장 진입 시점의 경기상황이 현재뿐 아니라 미래 소득까지 결정하게 된다면, 아예 일할 기회를 잡지 못해 실업 위험에 노출된 ‘일자리를 잃어버린’ 청년들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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